육아와 반려의 경계
낯섦에서 보인 익숙함
도마뱀을 처음 집에 들인 날, 마음 한편이 어색했다.
작고 낯선 비늘, 무표정한 얼굴, 조용히 사육장 한편에 자리 잡은 모습.
이 아이를 내가 잘 돌볼 수 있을까? 먹이는 어떻게 줘야 하지? 온도는 적당할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감정은 익숙했다.
가장 큰 선물이었던 첫째와 둘째.
말이 통하지 않으니 표정을 읽고, 행동 하나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고,
밤새 인터넷을 뒤적이며 육아서를 보던 그때처럼,
나는 도마뱀을 키우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첫째, 둘째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모두 함께 자란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지만,
사실은 나도 함께 자라는 시간이라는 걸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도마뱀을 돌보며 가족 모두 또다시 자라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기다려주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나는 이 조용한 생명체에게서 배우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
“아빠, 써니가 오늘 햇빛 아래서 눈 감고 있어.”
“얘 왜 꼬리를 위로 들지? 기분 안 좋은 건가?”
이런 말들이 가족의 대화에 자주 섞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대화가 점점 줄어들 시점에 도마뱀을 매개로 아이들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고 풍성하게 이어졌다.
서로 관찰한 걸 함께 나누고,
변화가 보이면 서로 이유를 찾아보고,
때로는 그 조용한 행동에 우리 감정을 빗대기도 했다.
도마뱀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앞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된다.
그 조용함이 우리 가족에게 대화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반려라는 이름 아래, 우리 모두 성장 중
반려동물이란 단순히 '함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우리는 도마뱀을 통해 함께 배우고, 함께 자라며
‘함께 있음’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
조용히,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존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위안을 준다.
육아와도 닮아 있고, 치유와도 닮아 있는 이 경험이
우리 가족에게 작은 변화와 큰 성장을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