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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중근 KEMP KOREA Jan 06. 2021

하마터면 나쁜 리더가 될 뻔했다

스프링보드

시합을 하도록 설계된 수영장에는 스프링보드(spring board), 즉 도약대가 설치되어있다. 몇 번을 발구르기를 하면 높이 뛰어서 멋진 입수를 할 수 있다. 본인이 사용하는 힘도 있지만 그 힘을 다시 더 큰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줌으로 더 높은 도약이 가능한 것이다. 


나는 조직의 리더는 스프링보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과거에 리더를 계단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함께 하는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성껏 하나하나의 계단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이 정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조직 속에서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이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을까에도 많은 의문이 든다. 과거 29세 때 했던 첫 인생설계가 아직도 선명히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5년 후에 대리 그리고 3년 후 과장 또 차장, 부장.. 이런 식으로 사회가 내린 정의대로 꼬박꼬박 연수를 채워서 설계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맞는 설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내가 컨설팅을 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35세에 이미 사장이었다. 그리고 16년째 사장이다. 특수한 경우에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30대 임원 40대 초반에 사장이 가능한 시대에 이미 와있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게 되면 20대에도 사장이 되는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술적으로만 탈바꿈(transformation)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회 전반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임으로 나머지 영역의 변화까지도 함께 바꾸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은 연공서열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그 시대를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역량을 가진 사람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조직의 속도까지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현재의 방식, 옥상옥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대를 천천히 성장하도록 컨트롤을 하는 것은 과연 조직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도록 설계된 조직의 구조는 역량 있는 구성원들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을 것인가? 조직의 생산성, 효율성을 논할 때 유능한 인재 보유율(retention rate of talents)을 뺄 수가 없다. 가능성이 큰 인재들을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한 조직에 묶어 둘 수 있는가는 어쩌면 조직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나가면 뽑으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조직의 인사 전반을 지배했다. 물론 좋은 인재를 아까워한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의 안정성을 위해서 공산주의적 형평성에 목을 매는 인사제도 때문에 좋은 인재를 파격적으로 대우해서 보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능한 인재를 확인했다면 리더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약을 시켜야 한다. 더 많은 기회, 교육, 코칭 등 전방위적인 방식을 통해서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때마다 파격적인 연봉이나 진급을 해 주는 것은 현실적 무리가 따른다 하더라도 말이다. 조사에 의하면 뛰어난 인재들은 순간적인 연봉의 크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만족감 자기를 알아주는 리더가 있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조직에 역량을 연봉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면 그 시스템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스프링보드의 역할을 하는 리더들이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70년대생들이 대거 임원에 진입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도약대의 역할을 하도록 준비되어 있는지를 빠르게 점검해야 한다. 도약대의 리더십을 갖지 못한 리더들이 중책을 맡게 되면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은 혼란에 빠진다. 그들의 입장에서 지금껏 참아온 불편한 대우를, 잘못된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와 함께 있게 되는 순간,  참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미래 인재 육성과 더불어 새롭게 임원에 진입하는 리더들도 탈바꿈의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디지털화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반드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완성은 상하 모두에서 이뤄져야 한다. 공감과 경청의 감성적 리더십을 겸비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면 동싱에 미래 지식에 대한 집중적인 학습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리더는 인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에게 성장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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