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위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주변에 성공한 리더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라.
조직 생활을 하면서 가장 까다로운 것, 혹은 어려운 것이 무엇이었나요?
쉽게 답을 듣지는 못할 것이다.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리적 측면에서 보면 매출, 직원, 조직 관리와 같은 것들이 답으로 나올 것이다. 리더십 측면에서 보면 직원 성장, 후임자 발굴 및 성장 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연차가 쌓이고 역량이 커질수록 더 어려워 지는 것은 무엇이었나 라고 바꾸어 물어 본다면 권한 위임라는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권한 위임이라고 딱 떨어지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직원에 대한 신뢰, 그리고 큰 일을 맡기는 것 등의 표현이 나올 수도 있다. 오늘은 리더의 삶을 녹녹치 않게 만드는 까다로운 기술인 권한 위임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싶다.
리더십 교육을 받으면 권한 위임을 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권한위임은 말 그대로 자신의 권한, 즉 책임지고 있는 무언가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물론 해석은 명쾌해 보여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조직에서나 교육에서나 자꾸만 넘겨주라고 한다. 그래야 직원을 성장 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조직 생활을 하는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본인의 일을 선뜻 맡길 수 있는가? 특히 실수가 잦거나 아직 믿고 맡기기 힘든 누군가에게 말이다. 팀의 리더가 되면 책임을 져야하는 일들이 더 늘어난다. 여전히 실무를 하면서도 직원을 육성시키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맡고 있는 일의 일부를 반드시 넘겨주어야 하고 넘겨주지 못하면 리더 자신이 번아웃이 올 수 있다. 그리고 혼자서 일을 다 틀어 쥐고 직원을 믿지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기도 한다. 최악의 결과는 유능하거나 욕심있는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떨어뜨리고 퇴사를 유발하게 된다.
실사례로 필자가 코칭한 기업의 임원은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본인이 그전 상사와 함께 처리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두 명이 함께 다 처리했기에 정작 직원들은 딱히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도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임원과 구성원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고 쉽게 어려운 일을 맡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임원은 구성원들의 역량에 딱 맞는 정도의 역할과 책임(R&R)을 정해주고 있었고 성장과 성과에 욕심이 있는 구성원의 경우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코칭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은 인정하고 조직 전체 역할과 책임을 전면 수정했으며 바로 직원 육성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조치를 취했다. 무척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되어 필자 역시도 뿌듯했던 경우였다.
이처럼 리더가 역량이 뛰어나고 격차가 벌어질수록 현재의 직원을 보면 일을 맡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이 맡은 일의 성과도 탁월하다 보니 역량 차이가 나는 직원에게 맡겼다가는 본전도 못 건질 것이 명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책임감이 강하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임원이나 팀장은 쉽게 출장도 휴가도 가지 못한다. 본인의 부재 시에 벌어질 문제를 예상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리더가 더 큰 일에 집중하기 위해 그리고 본인의 일을 반드시 넘겨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결국은 자신과 조직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일을 틀어쥐고 있다가는 조직의 미래조차도 불투명해지며 집단의 지성을 활용하기란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런 반문을 할 것이다.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권한위임을 제대로 하려면 일과 책임을 모두 넘겨주어야 하는데 일단 일은 맡기고 지속해 보고하게끔 하는 시스템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나를 믿지 못해 지속해 보고받기를 원한다면 과연 동기부여가 되는 제대로 된 권한위임이 되는 것일까? 직원이 책임지고 일을 함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리더가 더 큰 미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프로세스인 권한위임이 아니라 그냥 일을 주고받는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필자는 권한위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 권한위임은 일을 뚝 떼어서 오늘부터 네가 이 일의 주인이야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권한위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시키는 것부터가 시작점이라고 말이다. 앞서 코칭했던 임원의 경우처럼 중요한 일과 문제까지 모두 자신이 책임지게 되면 구성원들과 리더의 격차가 더 벌어지기에 더 큰 일을 받을 수 있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더 나가 일을 맡기기에 미덥지 않아진다. 본인이 만든 상황과 구조가 이런 악순환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받게 하려면 어떻게 준비시킬 수 있을까?
권한위임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일과 권한을 넘겨주는 단계는 최종이고 그전 단계는 구성원의 생각을 키워 권한위임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권한위임을 받지 못하고 딱 자신의 수준만큼 일을 하도록 만드는 조직 문화에서는 생각을 키울 필요가 없어진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답정너도 함께 공존하기에 더 생각을 펼칠 필요가 없어진다. 가장 쉽게 생각을 키울 방법을 하나 공유해 보고자 한다. 보통 조직은 주간 단위로 미팅하고 보고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이 월요일에 진행하는 주간 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주에 벌어진 일을 정리하고 이번 주에 진행할 일을 보고하는 자리이다. 그리고 리더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일을 맡기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부분 한 주의 일은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에서 연속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의 설계를 이주일 단위로 하게 해 보라. 일주일 단위로 사고가 맞춰진 경우는 쉽지 않고 머리가 아플 것이다.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리더와 합을 맞추지 않은 일을 고민해서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일단 직원이 이 단계를 수행해 오면 웬만한 경우는 리더가 그 일을 승인해 주도록 하는 것이 좋다.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느냐 다른 중요한 일이 있지 않으냐고 하면 다시 사고는 쪼그라들게 된다. 고민해서 가져온 일을 좀 더 정교하게 하는 선에서 피드백하고 그 일을 하도록 승인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가 벌써 권한위임이다. 다시 말해 직원이 스스로 고민해서 결정하고 하겠다는 일을 믿고 맡기는 것이 바로 권한위임의 시작이다. 이렇게 사고가 확장되도록 리더가 도와주면 리더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커지고 향후 더 큰 일을 맡기는 데도 수월해 지게 된다. 본인이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아야 하고 승인하는 리더 밑에서 구성원들은 결코 사고를 확장하지 않는다. 리더의 수준 이상을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구성원들도 그게 익숙해 지면 그들은 더 이상 머리를 쓰지 않게 된다. 권한위임은 요원한 일이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악순환의 연속인 것이다.
믿고 맡기기가 힘들다는 푸념 대신 지금 당장 권한위임의 첫 단계를 내딛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