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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부장님께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실패에는 엄청난 배움이 있다.

by 마케터 와이

그렇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브런치의 인기 베스트셀러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의 변형 제목이다. 얼마 전 내가 이 말을 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브랜드의 신규 채널 기획을 맡았다. 열심히 준비한 기획안에 대한 피티 자리였다. 신규 채널의 기획안을 발표한 후, 새로운 브랜드 채널의 개설과 운영에서 발생하는 기대효과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 지적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의 해결 방안으로 바로 브랜딩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사실 우리 브랜드는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브랜딩 작업을 했다. 돈 들여 브랜딩 한 브랜드에 브랜딩을 하자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할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 브랜딩 결과물이 우리를 잘 모르는 제삼자가 우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이 추상적이었으며, 시각적인 요소들에만 치중되어 있었다. 일괄된 시스템을 가진 브랜딩 업체에서 진행한 작업이었고, 그다음 스텝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스텝은,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언어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부적으로 브랜딩을 하자는 결론을 내놓았다. 내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우리 브랜드에 대한 정의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채널도 우리 브랜드를 드러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력적이지 않아 보일 것이니까.

하지만, 신규 채널 대신 내부적인 브랜딩을 하자는 나의 그 거창한 기획안은 실패했다. 실현 가능한 체계적인 액션 플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실질적인 설득과 진행의 단계까지 가지는 못했다.


회의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주었지만, 결론적으로 설득은 시키지 못한 나의 기획안 피티는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실패에서 부족했던 점과 좋았던 태도를 구분할 수 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획함에 있어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설립은 부족했지만,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어 화두를 던지고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던 태도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회의를 마치며, 부장님이 "잘했어. 일은 그렇게 하는 거야"라는 말씀을 해주신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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