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맥주가 충성 고객을 만드는 법
나고야에는 기린 이치방 맥주 공장이 있다. 기린 맥주 공장 견학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여 맥주 덕후로서.. 빠질 수 없어 참여해 보았다.
우선 투어 참여자들을 픽업하는 버스부터 그 자체로 볼거리다. 놀이공원 퍼레이드 같은, 미친 존재감(?)의 기린 이치방 디자인의 버스 덕분에 시작도 하기 전부터 투어가 실감났다.
그렇게 기린 맥주 버스를 타고 달리다 보니, 기린 이치방 맥주 공장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투어 시작 전, 영상을 시청했는데, 기린 맥주가 누구나 편안하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맥주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처럼 투어의 진행에서도 이 철학이 곳곳에 묻어났다.
투어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데, 가이드를 따라 다니며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기린 이치방 맥주의 제작 과정을 보고 들을 수 있다. 또 단순히 설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을 시청하거나, 설명을 들으면서 맥아를 먹어 보고 손으로 만지고 체험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갓 만든 맥주 시음이다. 갓 제조하여 청량함과 깊은 맛이 배가 되는 건 물론이고, 알고 먹으니 더 맛있다.
또 기억에 남았던 점은 투어를 진행해준 가이드님이 단순히 안내하는 역할 이상이라는 것이다. 참여자들과 각각 일대일로 소통하면서 맥주의 맛이나 기린 맥주 공장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누군가 서툰 일본어로 "행복의 맛입니다"라고 하는 말에 기뻐하는 가이드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뭐랄까 단순히 관광 투어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속에서 진행되는 투어, 대화, 시음 등 모든 과정들이 모여 고객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든 것 같다.
돌아가는 투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가이드님들의 모습으로 투어는 마무리됐다.
이 모든 것들이 단 돈 500엔에 진행된다.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브랜드에서 수익 창출도 되지 않는 정도의 최소한의 유지비용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린 이치방이 관광객들에게 맥주가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에서의 생생하고 즐거운 경험은 고객과의 유대를 강화한다. 나 역시도 이제는 수많은 맥주 중 기린 이치방을 보면 마치 잘 알던 친구같은 묘한 기분이 들 것 같다.
기린 맥주 공장은 이 잠깐의 투어로 수많은 맥주들 사이에서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 나아가 투여 참여자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었다.
역시, 브랜드는 물건을 파는 게 아니다.
행복이나 즐거움과 같은 '가치'를 느끼게끔 해야 비로소 진짜 '브랜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