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반짝이 별 스티커

거저 주시는 것들

by 오소정


진자교회에는 귀염둥이 세자매가 있었다. 유빈, 유나, 유리. 일명 빈나리 자매들은 귀여움과 상큼함을 담당하는 레몬맛 비타민C 사탕같은 존재들이었다. 어느 주일, 아이들이 반짝이는 별스티커를 들고 교회를 돌며 사람들의 손등과 성경책 겉표지에 붙어주고 다녔다. 하나, 둘, 내가 받은 스티커 개수가 늘어나고 아이들이 성경책 표지에 붙인 스티커들은 마치 별자리 같은 모양이 되었다. 손등에 받은 스티커를 표지 빈 곳에 붙이니 제법 근사한 리폼 성경책처럼 보였다. 예뻐보여서 기분도 좋아졌다.


잠시 후 아이들의 스티커가 동이 났다. 이내 아이들은 다시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유나가 내게 가까이 와서 내 성경책의 스티커를 하나 떼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러나 속에서 우러나오는 큰 목소리로 “안돼! 내꺼야!”라고 외치며 성경책을 빼앗았고, 슬로우모션처럼 유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입이 벌어졌다. 다행히 아이는 울지 않았지만, 주위가 삽시간에 조용해지고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스티커는 내 것인가? -아님

내가 노력의 보상으로 받은 것인가? -아님

스티커를 다시 떼어가는 아이의 행동은 부당한가? -아님



그 정적에 식은땀이 흘렀고 이 일은 나에게 오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주로 값없이 주시는 은혜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격 없는 나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 내가 누리고 가지고 살고 있는 모든 것들. 태어나자마자 내게 주신 가족들, 좋은 교회, 연구하는 목사님, 기도하는 성도들, 국가부도 상황 이외에는 아마도 월급이 안밀리고 잘 나오는 직장, 늘 거기 있어주는 친구들 그 외에 내 힘이나 노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서 값없이 내게 주신 수많은 것들. 나는 그저 그 아름다움을 감사하고 즐기고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면 된다. 할렐루야!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 (에베소서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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