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 제품은 그다음, 수익은 마지막이다
나는 처음에 라우드클라우드의 전문 서비스 담당 부사장이었던 인물을 옵스웨어의 세일즈 부사장 자리에 앉혀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그간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내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임원을 영입할 때는 콜린 파월의 말대로 "약점이 적은 사람이 아니라 강점이 많은 사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회사에 필요한 자질의 목록을 신중하게 작성한 뒤, 옵스웨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세일즈 책임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무려 20명이 넘는 후보자들과의 면접을 마친 후에 만난 지원자가 마크 크래니였다. 그의 이력서를 훑어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출신 학교였다. 서던 유타 대학.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나는 그곳이 어떤 학교냐고 물었다. "유타주 남부의 MIT로 통하는 곳이지요."라는 대답이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농담이었다. 불편한 느낌을 주는 지원자는 탈락시키지만, 우리 회사에 필요한 강점을 찾는 게 더 중요했기에 자잘한 약점은 무시하기로 했다.
내가 그동안 채용 면접 때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사용해온 방법 하나는 세일즈 직원의 고용, 훈련, 관리 방법을 조목조목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면 지원자들은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앉은 자리에서 머릿속으로 지어내 줄줄 읊어대곤 한다. 하지만 마크는 자신이 만든 묵직한 교육 매뉴얼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러더니 "지금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당신이 알고 싶은 내용을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따로 날짜를 잡아 미팅을 하기 원한다면 프로세스, 제품, 조직적 판매 등등에서 직원들을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게 훈련하는 방법을 그때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크를 보는 내내 장군이 떠올랐다.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
마크가 직원들에게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적격한 책임자가 아니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현재 회사는 평시가 아닌 전시 중이었기에 그런 역량이 필요했다. 결국 마크는 입사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지금은 그가 세일즈 최적격 인물이라는 점에서만큼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의 예전 상사인 짐 박스데일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먼저 돌본다. 사람, 제품, 이익의 순서다." 단순한 말이지만 여기엔 몹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사람을 돌보는 것'이 셋중에 단연코 가장 어려우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머지 두 가지는 의미가 없다.
사람을 돌보는 것은 곧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라면, 그 회사는 오래 생존하며 성공의 정점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 엘리트 출신에 커리어가 좋다고 무조건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 '약점이 적은 사람이 아니라 강점이 많은 사람'을 찾아라.
-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 사람을 돌봐라. 그 다음이 제품, 마지막이 이익이다.
창업을 할 때 출신 학교가 중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팀과 이미 성공하거나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명문대 출신이다. 이쯤이면 학벌이 창업을 보장하는 것 아닌가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무작정 엘리트 출신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만 모실 수는 없는 것이 초기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이럴 때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볼 필요가 있다. 약점이 많더라도 지금 꼭 필요한 한가지 역량이 출중하다면 그 사람과 일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팀빌딩을 할 때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기분이 든다면 그건 공동창업이 아닌 채용됬다는 느낌이 줄 것이다. 스스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공동창업을 제안했다면 믿고 지지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일하기 좋은 회사란 복지가 좋고 연봉이 높은 회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여로 회사가 폭풍 성장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가치를 인정받고 대우받는 것이 더 일하기 좋은 회사가 아닐까?
스타트업 합류 조건에서 돈만 바라보고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고부가 가치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일 수 밖에 없다. 더 높은 대가를 원한다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할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 바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는 창업은 경쟁자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돈만을 쫓기에 앞서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었는지, 제품이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집착하다보면 이익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창업을 돈을 바라보고 시작하되 갖춰야 할 것에 집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