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으로 살아가는 것도 어렵지만, 임신한 몸으로 출근하는 건 더 힘들다. 모든 회사원에게 흔히 있는 병이 하나 있다. 바로 출근하자마자 퇴근이 마려운 병이다. 그런데 임신하고 나니 그 병이 더 심해졌다.
요즘 출산을 장려하는 복지가 많아져 임신 초기 단축근무, 출산휴가 등 여러 제도가 존재한다. 이를 사용하는 건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나도 회사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잘 지원받는 환경에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 예를 들면,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복직 이후에도 내 자리가 없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출산휴가(90일) 이후 바로 복직을 요구하거나, 퇴사를 권유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회사 입장에서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건 단순히 급여 문제만이 아니다. 월급뿐 아니라 퇴직금 등 여러 부담을 고려하면 소규모 경영주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휴직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회사에 다니는 여성들은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정보업체에서도 여성의 등급을 평가할 때 고용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본다고 한다. 결혼 후 경력 단절로 월소득이 없어지거나 외벌이가 될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 후에도 자신의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임신 중에도 쏟아지는 졸음을 참고 업무를 해내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간절히 기다린다. 하지만 육아휴직이 꿀같은 시간이라는 표현은 과장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쌓아온 성과가 어느 순간 평가 절하되는 경우를 종종 겪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갈 사람이거나, 임신으로 업무 강도가 약해졌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산을 앞둔 아빠들과는 물리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사회적 시선과 대우도 확실히 다르다. 이 차이가 불공평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출산을 앞둔 엄마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변화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새로운 생명을 맞이한다는 것. 이는 단순히 육체적인 변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위치와 개인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기 전, 출산휴가 시작일 전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왠지 모를 시원섭섭함이 감돌았다.
‘내가 다시 회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육아는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맴돌면서도, 쏟아지는 졸음과 육체적 고단함에서 벗어나 꿀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몸담고 자아를 실현했던 직장을 떠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휴직이 너무 부럽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커리어를 포기하기 싫어서 휴직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 말 뒤에는 상대방의 진짜 마음을 모르는 무심함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잠시 직장과 직업을 내려놓고, 새로운 명함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하려 한다. 이 시간이 쉽지도, 단순하지도 않겠지만, 나 자신과 가족에게 큰 성장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이전보다 더 단단한 모습일 내 모습이 조금은 기대된다.
그럼, 저는 이만 휴직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