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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진달래색 점퍼를
입은 그녀

산에서 만난 인연

by 쥬디

미세먼지가 극성인 나날이 계속되고 바쁜 일정으로 앞산 가는 게 뜸해지다 보니 몸이 여간 찌뿌듯한 게 아니었다. 오늘도 일정이 있었지만 45분이면 후딱 다녀올 수 있으니 등산할 때 입는 아이보리색 점퍼를 입고 오전 9시쯤 산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분홍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올라가다 보니 여기저기 많이 피어 있었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봄을 알리고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제 꽃들을 기다리지 않아도 차례로 피어날 일만 남았다. 남부지방에서는 산불이 아직도 진화가 되지 않아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어마어마하다는 소식을 들려 가슴 아프다. 이렇게 피어나는 꽃들이 산불에 희생된다 생각하니 그 또한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상이 안온하지 않은 거 같다. 어수선한 세상 속에 피어난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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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 길을 가는데 반대편에서 세 명의 여자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제일 뒤에 오던 분이 나를 유심히 보다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어! 어 내 점퍼. 내 점퍼랑 똑같아요.”

내가 입은 점퍼와 같은 게 있다는 말인 거 같았다. 나는 싱긋 웃으며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그분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 내 점퍼 가져가서 입었어요? 하하”

순간 나도 기지를 발휘했다.

“아, 엊그제 가져왔죠. 모르셨어요? 푸하”

내가 장단을 맞추자 그분은 재밌다는 듯 한바탕 웃었다.

“산에 자주 오세요?”

그분이 물었다.

“원래 자주 오다 요즘 뜸해서 오늘 맘먹고 왔어요. 점퍼 색깔이 이제 막 핀 진달래랑 같아요. 예쁜 색 입으셨네요”



그분의 진달래색 점퍼가 선명하고 예뻐서 칭찬을 했다. 그 후로 나와 그분은 서로 어디 사는지, 언제 또 산에 오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다 나보고 이미지가 선생님인 거 같다고 해서 작가이고 이번에 책이 나왔다는 등의 이야기를 낯 간지럽지만 용감하게 했다. 요즘 온통 책을 어떻게 하면 홍보할까 생각하니 아무 때나 말이 튀어나온다. 그분은 선량한 눈빛을 빚내며 책이 궁금하고 우리가 만난 걸 글로 써보라고 말했다. 지금 그걸 지키고 있다. 그분은 연락처를 알려달라며 담주 수요일 일행과 산에 오니 그때 산에서 만나자고 하며 책도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산으로 출발할 때 문자하기로 했다.


밝은 얼굴에 생글생글한 미소가 기분 좋은 분이었다.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 오늘은 분홍색과 인연이 되는 날인가 보다. 산행의 발걸음이 더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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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 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육감을

지녀야 한다.

사람과의 인연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인연으로 엮어있다.


피천득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니! 과연 맞는 말이다.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좋은 인연을 소중히 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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