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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May 22. 2024

소달구지 사건

(소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 4)


때는 1980년대 소녀가 초등 4학년 때 일이다. 학교가 파하고 비포장 도로에 먼지를 풀풀 내며 버스가 지나다니고 양 옆으로 아이들이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늘 주변을 둘러보는 소녀도 친구들과 장난하며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교시가 체육이라 달리기를 많이 해 다리가 아픈 채였다. 집과 학교 중간 정도 되는 길에 다다를 즈음, 동네 아저씨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게 보였다. 소가 끄는 달구지 위에는 약간의 짐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아마 짐을 어딘가에 내려놓고 집에 가는 길인 거 같았다.      


소녀는 갑자기 장난 끼가 발동했다. 아저씨한테 태워 달라면 안 된다고 할 거 같고, 다리는 아프고, 그렇다면 몰래 올라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옆에 있던 친구에게 

“야 우리 저거 몰래 타고 가자. 하나둘 하면 휙 올라타는 거야. 알았지?”

“그럴까? 알았어”

죽이 잘 맞는 친구라 둘은 한 사람씩 올라타기로 했다. 달구지는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몸집이 가벼운 친구가 먼저 달려가서 뒤쪽으로 휙 올라탔다. 그리고 소녀에게 얼른 오라고 신호를 보냈다. 소녀는 친구처럼 뒤쪽으로 타면 못 올라갈 거 같아 옆으로 타는 걸로 마음먹고, 굴러가는 바퀴 바로 앞쪽으로 몸을 점프해 막 오르려는데 웬걸!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느려도 달구지는 움직이고 있었다. 소녀가 오르려고 점프하는 순간 밑으로 확 떨어졌다. 다리가 깔리고 그 위로 바퀴가 지나갔다.


“아야 앗~~~”

“아이코. 아저씨 아저씨 서봐요. 얘 바퀴에 깔렸어요”

달구지 위에서 소녀 모습을 보던 친구가 놀라 마구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는 그제야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 달구지를 멈추고 뛰어왔다. 소녀는  다리가 살짝 묵직했지만 크게 아프지는 않아서 천천히 일어났다. 떨어질 때 손바닥이 까졌다. 아저씨는 괜찮냐고 몇 번을 반복해서 묻고는 왜 이리 위험한 장난을 하냐고 나무랐다. 소녀는 사과드린 후 몸은 괜찮다고 말하고 너무 창피해 얼른 걷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쫓아 오며 달구지에 타라고,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결국 소녀는 원하던 달구지에 탄 채로 집으로 가게 되었다.      


집에 와서 그런 일이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고 밖에서 실컷 놀고 저녁에  배가 고파 부엌으로 들어가 큰 솥에서 밥을 퍼서 김치랑 서서 먹고 있을 때였다. 달구지 아저씨가 일부러 집까지 와 현관문을 열고 소녀를 보더니 또 괜찮냐고 물었다. 얼굴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소녀는 진짜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다시 말했다. 아저씨가 부모님에게 이를까 봐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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