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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는 글

방향을 모르는 상념들

by 쥬디

누군가는 아침 일찍 사러 가지 않으면 못 사는 토마토를 위해 새벽 5시도 안돼 일어나 서두른다. 누군가는 자신의 책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 문자를 보낸다. 누군가는 더운 낯을 피하기 위해 일찍 밭에 나가 일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뒹굴뒹굴하며 음악을 듣다가 한동안 계속 듣고 싶은, 피아노로도 배워 치고 싶은 음악을 발견하고 여러 이미지들을 떠올리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누군가는 너무 무리해 어제 응급실 갔다는 사진을 단톡에 올리며 시작한다. 누군가는 인간관계로 힘들다고 단톡방에 토로하는 거부터 시작한다. 휴일 아침의 서로 다른 풍경이다. 여름해는 서서히 떠오르고 아니, 벌써 떠올랐는데 구름에 가려있다.


문득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는 십 년 전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날 그 길로 가지 않았더라면, 그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살고 있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고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려보았다. 물리와 운명의 법칙 같은 거. 아니면 다른 곳에 살고 있었어도 그 시기에 다른 일로 돌아가셔야 할 운명이었을까?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만약 그때 그 차를 혹은 그 비행기를 타지 않았더라면 같은 거, 그런 게 실제 존재할까? 아니면 결국 운명은 거스를 수 없었을까? 우린 얼마만큼 운명의 톱니바퀴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후회하는 일에 대해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은 상황이 벌어졌을까?


알베르 까뮈의 소견으로 봤을 때 우주에서 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일어나는 일이었을까? 그저 실존하는 것 뿐일까? 황톳길을 걷는다. 작은 숲가에 있어 수시로 작은 개미들이 출몰한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내 발에 밟히고 마는 개미들이 있다. 개미는 오늘 내 발에 밟힐 거라는 운명을 타고난 걸까? 난데없이 벌레 한 마리가 집안으로 날아든다. 필사적으로 잡는다. 그 벌레도 그날 나에게 잡힐 운명을 타고난 걸까?



우주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에 우리가 운명이라는 말을 붙이고 있는 건 아닐까? 인간은 뭐든 붙이길 좋아하고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야만 살아가는 존재라서 그럴지 모른다. 의미에 모든 걸 걸기도, 의미가 사라지면 모든 걸 버리기도 한다. 사랑이라고 믿으며 하던 뜨거운 포옹도 사랑이 식으면 하나의 동작에 불과한거처럼. 오늘 아침 발견한 음악을 듣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써졌다.


#운명의수레바퀴 #새로발견한음악 #두서없는글 #보고싶은아빠 #서로다른아침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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