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급급한 마음이여
사람은 자신이 직접 일을 겪어봐야 타인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오늘 지인과 만나기로 해서 일과를 마치고 시간을 내서 나갔다. 오늘도 여전히 그 특유한 말투 –부정은 아니지만 칭찬 같이 들리지는 않는 –로 내가 입은 빨간 원피스를 보고 말한다.
“원피스가 많으시네요”
이 말을 듣고 좋아해야 되는 건지 애매해진다. 나라면
“원피스가 많아서 다양하게 입으니 보기 좋네요”
라고 말하는 게 칭찬 같은데 여기까지 기대하는 건 좀 무리인 듯하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나 보고는 다른 사람을 무조건 이해하고 포용하라 하면서 나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면서 가르치려 들 듯이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수용하려다가 점점 뒷목이 당기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웃는 표정이었다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들어 표정이 변하니 얼굴이 너무 안 좋다고까지 한다. 가만있으면 안 될 거 같아 입을 열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 다른 사람은 포용하라고 하면서 왜 저는 포용을 안 하시고 지적을 하시죠? 이거야말로 권위가 아닌가요? 그리고 사람을 앞에 두고 표정이 어떻다저떻다 하는 건 실례 아닌가요? 그럼 듣기 싫은 말 하는데 웃음이 나오나요? 그거야말로 이상한 거죠. 그리고 말투가 부정도 칭찬도 아닌 애매한 말씀 자주 하는 거 아시나요?”
지인은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라며 자기는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 말투가 원래 그렇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럼 다른 사람과 어떻게 대화하냐? 묻는다. 나는 우선 상대의 말을 다 듣고 호응한다 그래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년 정도 알고 지내오면서 뭔가 애매한 말투에 그려려니 했었는데 오늘에서야 말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모임에 조금 일찍 도착한 사람한테
“아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자칫하면 일찍 간 게, 할 일없어 그런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애매한 말투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일찍 나오느라 바쁘셨겠어요. 부지런하시네요”
이런 게 칭찬 아닌가? 말투도 습관이다. 그분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습관이 그렇게 들어버린 것이다. 그분과 대화하며 또 한 가지 느낀 점은 내가 맡은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 이렇게 사람은 타인을 평가하기에 급급할까!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오만이다.
그러면서 얼마 전부터 나와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은 어떤 지인도 어쩌면 나처럼 이런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분이 맡은 일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한데 왜 그걸 부담스러워하지?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 같다. 아! 인간은 자신이 겪어봐야 그 마음을 알아차린다. 내가 싫은 건 상대도 싫은 거다. 오늘의 대화에서 큰 걸 깨달았다. 어쩌면 그 지인 말고도 가족에게도 뭔가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고 있던 것도 있으리라.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말이다. 인간의 마음은 미묘하다. 간발의 차로 마음이 상승하기도 다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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