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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Oct 01. 2024

생과 사

불꽃놀이을 보며

어제 아들과 함께 ‘소래포구 축제’ 마지막 날 폐막 행사인 불꽃놀이를 보고 왔다. 해안도로 광장에서 가수들의 공연이 쭉 이어지다가 사회자가 카운트다운을 외치자, 웅장한 음악과 함께 소래포구 위로 아름답고 형형색색의 불꽃이 한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빨강 파랑 주황 은색의 불꽃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소멸된다. 있다고 하면 있고 없다고 하면 없는 불꽃들이다. 하늘에도 바닷물에도 불꽃이 있다. 사람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화려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시간. 좀 더 오래 해주길 기대하며 하염없이 바라본다. 불꽃 안에 생과 사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한 마디 했다.


“불꽃도 순간을 살고, 사람도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거야”     


오늘 지인 남편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오랫동안 남편의 병간호로 자신을 챙기지 못해 아직 젊은데 머리가 온통 하얗게 샜다. 퉁퉁 부은 얼굴로 우리를 보고 울기 시작한다. 손을 잡으니 몸의 흐느낌으로 슬픔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며 어쩌면 죽음을 예상했을 수도 있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지니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지인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모습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장례식장을 다니며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종종 마주하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타인의 죽음 소식에 크게 놀란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마치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어떤 시련이 와도 죽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은 죽음을 맞이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도 같이 주어진다는 것을. 마치 불꽃놀이의 불꽃처럼 말이다. '사피엔스'에서 지금 과학기술 수준이 '길가메시 프로젝트'로 죽지 않는 인류가 등장할 정도로 와 있다고는 하지만, 왠지 그 말이 크게 기쁘지만도 않다. 이미 세포에 생로병사라는 운명이 새겨져 있는데 그걸 거부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생과 사는 동전의 양면이다. 죽음이 있어 인간은 더 치열하게 삶을 살 수 있다. 즉 끝이 있어야 달릴 수 있는 의지가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장례식장을 혐오하기도 하고 죽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한다. 

고전영화에서 수십 년간 명배우나 명감독으로 활약했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그들의 삶이 한없이 숭고해 보인다. ‘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 로렌스’ ‘닥터 지바고’를 만든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은 80이 넘어 암선고를 받았을 때 아직도 위대한 영화를 얼마든지 더 만들 수 있는데 아쉽다는 말을 했다. 죽음 앞에서도 일에 대한 열정을 활활 불태웠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그의 작품들이 위대한 명작으로 남았다.      



우리는 삶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둘 다 맞다. 삶과 죽음은 하나이니까. 

불전에 석존이 ‘생로병사’ 중에서 노(老), 병(炳), 사(死)에 대해 사색하면서 ‘세 가지 교만함’을 이겨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에게는 ‘노인에 대한 혐오’가 있는데, 이는 ‘젊은 사람의 교만함’이다. ‘아픈 사람에 대한 혐오’가 있는데, 이는 ‘건강한 사람의 교만함’이다. ‘죽은 사람에 대한 혐오’가 있는데, 이는 ‘산 사람의 교만함’이다. 석존은 만년에 청춘시절을 회상하면서 ‘세 가지 교만함’을 소멸시켰다고 설한다. 석존이 청춘시절의 건강했던 시기에, 또 살아가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던 시기에 ‘늙어가는 사람’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에 대해 사색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감명 깊다. 

                                 행복의 봄에서 (이께다 다이사쿠)     


나는 나이가 들어서 겨우 생로병사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석존은 청춘시절에 사색하여 인류를 구하는 길을 열었다니 정말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소중한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답은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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