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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디 Nov 09. 2024

자유에 대한 고찰

더 자유로와지기를 꿈꾸며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자유-    

폴 엘뤼아르


 

어제 인문학 독서모임에서 호프맨작가님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자유’에 대한 주제를 제시했다. 작가님들의 자유에 대한 번뜩이는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며 ‘자유’에 대한 생각을 글로 풀어보기로 했다.       


나는 자유가 상대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상황에 따라 자유의 개념은 조금씩 달라진다. 먼저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자유라는 시를 젊은 날 읽었을 때는  그저 멋진 시구이고 뭔가 많은 것들에 다 자유의 개념이 있다고 노래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인생 경험이 쌓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보는 그의 시는 엄청난 깊이가 있음을 감지한다. 가장 눈에 띄는 시구는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이다. 지난 3주간 남편의 병고로 본인은 물론이지만 나도 매일 노심초사하며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얽매였었다. 지금껏 하고 있던 일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몸과 마음은 병고에 구속되었었다. 퇴원하고 회복하고 있는 지금은 구속에서 벗어나 점점 자유를 찾고 있다. 여름에 아들이 다리를 다쳤을 때, 나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힘들어하는 아들로 내 마음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회복되어 학교로 복귀했을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의식이 분명한 독일 국민들이 어째서 전 세계를 전쟁과 살육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히틀러와 나치에게 충성하며 그들의 자유를 맡겼는지에 대해 깊이 고찰한 내용이다. 작가는 여러 이유들을 들었는데 특히 그 당시 독일인들의 경제와 사회적으로 처한 어려운 상황 등을 이야기하면서 타인이나 타국을 누르고 짓밟더라도 그들의 자유를,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반납했을 거라고 말한다. 즉 그들이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자유를 도피하고, 기꺼이 경제와 나라와 민족만을 생각하며 행동했을 거라 설명한다. 이외에도 여러 이유는 많겠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자유를 어떻게 쓸지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묘사된다. 그가 걸어온 길은 보통사람이 겪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풍파를 지나왔다. 전쟁의 광기에 시달리기도 했고 사랑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구속을 원하는 삶도 살아왔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고된 일도 서슴없이 한다. 온갖 인간군상들과 마주친다. 경험을 통해 그의 영혼은 어떤 제도나 규율, 인간을 억압하는 종교나 익명의 권위등에 대항하고 짓눌리지 않는 강철 같은 사람이 되어간다. 그러면서 인간으로서 그 어떤것에도 억압되거나 조롱당하지 않고 오히려 자유를 갖고 놀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자유자재가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자기 계발 붐이 일어나고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들이 책과 강연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쫒았다.  나도 관심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는 사람들한테 공통점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자유를 누리기 위해 그들은 얼마간의 자유를 저당 잡힌 채 엄청나게 일하고 노력해야 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더 큰 부를 위해 자유를 반납하고 살았다. 여기서 자유는 상대적 개념과 선택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젊은 청춘은 사랑을 꿈꾸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기꺼이 구속을 택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가족이라는 틀에서 자유를 반납하고 옥신각신하며 살아간다. 사이가 좋을 때는 구속이 곧 자유라고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지만 나쁠 때는 구속으로 몸을 옥죄는 상황에 사로잡히며 내 발등을 내가 찍은 격이라는 괴로움에 자신을 가두기도 한다.      


신영복 작가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작가는 그 좁은 감옥 안에서 생활하지만  걱정하는 가족을 오히려 생각하고 격려하며 가르치기까지 하는 글뿐 아니라 풍부하고 다양한 글감으로 글을 쓰고 있다. 몸은 구속될 수 있지만 마음만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정신적인 자유를 획득한 사람이다.     


자유는 마음의 크기와 넓이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이 생겨 괴롭다고 하며 자신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해 버린다. 자신을 구속하는 괴로움에 자유를 헌납할 건지 풀어줄 건지 주체는 자신인 셈이다. 자유로와 지려면 절제도 필요하고 자율도 필요하다. 자유로워지려면 힘도 필요하다. 건강이라는 힘, 경제적 힘, 그리고 무엇보다 강인한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마음의 힘으로 단련된 진정한 자유는 행복으로 연결된다.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자유-  

폴 엘뤼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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