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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빅 May 15. 2023

퇴사 후 리프레시 여행 (8)

이탈리아 여행 (사르데냐 ‘코스타레이,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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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데냐 '코스타레이, 풀라'

볼로냐에서 친구들이 왔다. 혼자만의 시간이 좋은점도 있었지만 외로움도 커서 친구들의 방문을 은근 기다렸나보다. 뭘 먹어야하지, 어딜 가야하지 설레는 마음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는 혼자 뭘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항상 주변에 사람이 많았고 떠드는 걸 좋아했고 여행도 누구와 항상 함께 했어야만 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 항상 허전함을 느끼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내 또래면 느끼는, 나이가 먹어가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말란다.


친구들과 나까지 총 4명... 렌터가가 꽉 차는 시끌벅적한 완벽한 인원이다. 칼리아리 주변에서 간단하게 브런치를 하고 숙소가 예약된 사르데냐 동남쪽 ‘코스타 레이(Costa Rei)’ 마을로 떠났다. 이 곳에서 3박 후, 남쪽의 ‘풀라(Pula)’라는 지역으로 이동 예정이다. 가는 길에 큰 슈퍼에 들러 장을 보게 되었는데 5일간 먹을 메뉴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담았다. 고기, 야채부터 빵, 파스타 재료까지... 이 걸 다 먹을 수 있을까?(괜한 걱정이었다) 아! 술이 빠질 수 없어서 와인은 특별히 괜찮은 것들로 여러병 준비했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자주 마시지 못하는 와인들을 이탈리아에서는 30유로 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이번에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독립된 빌라 형태로 방 3개, 마당까지 있는 규모가 꽤 큰 집이었고 해변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 면에서 훌륭했다.  센스있게 해변에서 쓸 수 있는 의자와 파라솔, 튜브까지 구비되어있어 해수욕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었다. 일단 햇볕이 너무 좋아 빨래가 뽀송뽀송한 부분이 나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부분이었다 ^^;(빨래 덕후다 난)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서 오전에는 빵과 샐러드, 오후에는 내 파스타 스승 마르코의 파스타로 허기짐을 채웠다. 저녁은 내 담당이었는데 있는 재료들로 한식들과 고기를 구웠다. 그에 맞는 와인 페어링까지 함께...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은 챠콜의 문제로 제대로 된 바베큐를 할 수 없었다는 부분이다. 참고로 고기는 후라이팬에 굽는것도 맛있다 ㅋ  와인들은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마시지 못하는 라디콘, 실방파타유, 그 밖의 와인샵 사장님의 추천 와인들을 마셨는데 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매번 감탄하면서 마셨던 것 같다. 유럽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부분이 매일매일 다양한 와인을 손쉽고 싼값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어비앤비에서의 만찬>
<코스타레이에서 마신 와인들>

매일매일 낮에는 해수욕, 저녁에는 음식, 술 파티의 삶을 보냈다. 사르데냐의 해수욕장은 어딜가나 물은 너무 깨끗했고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아 그런지 한가로웠다. 확실히 전주보다 더워져서 한낮에는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고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평화롭고 조용한 해수욕을 즐길 수 있었다. 여러모로 5월초순이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다. 6월만 되도 지나치게 덥고 사람들이 몰려오다 보니 성수기에 따른 비용도 엄청 크다고 한다. 5월에만 와도 충분히 바다를 즐길 수 있고 조용히 쉬다 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코스타 레이 주변 해수욕장>

3일간의 코스타 레이의 생활을 끝내고 서남쪽 풀라라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풀라는 좀 더 시골의 한적한 느낌보다는 큰 마을이 형성되어있고 도시적인 느낌이 강한 지역이었다. 이제는 외식이 필요할 때.. 풀라의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한 군데 오래된 식당 하나를 찾았다. ‘돈 페피쿠(Don Pepicu)’라는 풀라의 동네 맛집은 엄청난 경험을 선사했다. 일단 가격… 인당 15유로 수준으로 다양한 메뉴(파스타부터 피자까지)가 있어 기호에 맞게 주문이 가능하며, 어마어마한 음식량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 전체를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인 식당은 단연 돈 페피쿠였다.


돈 페피쿠는 사장님의 아버님 성함이라고 한다.^^ 식당의 매니저 이모님은 K드라마 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엄청났다. 참고로 이 식당에 방문한 한국인은 우리가 최초라고… 너무 신기했다.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부분 중 하나가 이렇게 현지인 맛집을 우연하게 들어오는 경험 아닐까. 엄청난 대접을 받고 우린 다음날 저녁식사도 또 예약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안티파스타와 파스타, 또 하루는 피자를 먹었다. 강추 ! 강추 ! 강추를 해도 모자란 식당이다.

<레스토랑 Don Pepicu>

이상하게 시골에서의 시간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정신차려보니 2주간 사르데냐에서의 시간들이 추억이 되어 있었다. 평생 다시 올 수 있을까? 또 온다는 마음속의 다짐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아직도 가봐야 하는 여행지가 수없이 많기에 소중한 기억과 사진, 영상의 흔적으로 그리울때마다 꺼내봐야겠다.


여러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여행도 즐겁지만 이렇게 한적한 시골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여행도 매력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만큼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 에너지도 다시 채워지고 있었다.


그 다음 어디를 가야할까? 고민하다 결정한 여행지는 바르셀로나다. 대학생때 배낭여행으로 찍먹한 경험을 제외하고는 오랜만에 가는 도시다. 아! 실제 목적은 따로 있는데 그건 다음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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