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이 힘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최근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운동인 러닝, 헬스와 PT, 필라테스를 많이 하지만 10여년전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하는 PT가 유행이었고 주변에 PT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공적인 식단과 운동으로 10KG이상 살을 빼고 환상적으로 변신하여 나에게 운동을 권유한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PT가 얼마나 힘든지 생생하게 들었기 때문에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물론 반쪽이 되어 온 지인들이 부럽기는 했지만 힘든 운동을 할 자신이 없었다. 운동도 유행이 있는지 그 다음으로 추천을 받은 운동은 스피닝과 점핑이었다.
몸이 힘든 운동을 싫어하는 것인지 운동 자체를 싫어하는 것인지 어느 쪽이라고 말한다면 사실 후자일 것이다. 학생 때도 중간이나 갈까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운동이 별로 없었다. 달리기, 뜀틀, 피구, 댄스, 배구, 매달리기등 대부분의 운동은 하위 그룹이었으며 대입에 필요한 체력장도 간신히 통과했다. 그나마 따라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수영이었는데 이건 국가대표 수영감독을 하신 선생님께 수영자세가 좋다란 칭찬을 받아서 하늘을 날아갈 뻔 했다.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수요일이 되면 배구를 하게 되었다. 20년 넘게 배구코트에 서 있었지만 지금도 공이 오면 무섭다. 공을 보면 엉거주춤 팔을 내 놓지만 공을 피하는 자세로 바뀐다. “아, 공에 손만 살짝 대면 되는데...” 나로 인해 점수를 내주면 아쉬어하며 늘 말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못하는 배구가 더더욱 싫어졌다. 유연성이 전혀 없는 내 몸에 요가가 좋을 것 같아 요가 강습을 3개월 들었다. 나이대가 다양했는데 나만큼 뻣뻣한 사람은 없었다. 남들의 반도 굽혀지지 않았다. 동작도 너무나 힘들었다. 꾸준히 하면 되겠지 하면서 안되는 동작의 반이라도 열심히 따라했다. 3개월후 내게 맞는 운동은 아닌가보다 하고 그만두었다.
남편은 퇴직하면 같이 골프를 치고 싶다며 골프를 배워보라고 했다. 골프는 세상 어려운 운동이었다. 나의 스윙에 코치님의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코치님의 동작을 따라 한다고 해도 그 동작이 나오지 않고 코치님도 친절하게 알려주시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골프를 그만두게 되었지만 속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
맨발걷기는 그래도 꽤 열심히 하였다. 맨발걷기 단톡방에 매일 맨발걷기 인증을 올리기 때문에 1년 넘게 지속해서 할 수 있었다. 맨발걷기의 어싱효과로 병도 낫게 한다는 사람들의 성공담이 많이 전달되었다. 나에게는 그다지 맨발걷기의 효과가 와 닿지 않았다. 그건 상대적으로 내가 건강해서일까 아니면 효과가 있을 만큼 많이 걷지 않아서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 같다. 점점 맨발걷기를 하러 흙이 있는 땅을 찾아 나가는 것이 귀찮아져서 인증도 못 올리고 활동을 못하자 단톡방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래도 스스로 열심한 운동이었다.
운동은 해야 하는데 재미있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은 뭘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운동은 부담이 되어 오랫동안 하게 되지 않았다. 혼자 하는 운동은 지속적으로 오래 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 라인댄스를 하는 음악소리가 시끄럽게 났다. 창문을 열고 있다가 운동하는 시간이 되면 그 소리가 시끄러워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참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구나!’ 부럽기도 했다.
음악소리를 들은 지 2년쯤 되었을까 라인댄스 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보였다. ‘그래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집도 가까운데 꾸준히 할 수 있겠지.’ 전화로 신청하고 마을회관에 나갔다. 대부분이 회원들이 60대 언니들이며 라인댄스를 4년 넘게 해 왔고 처음 온 사람은 나 혼자라서 동작을 따라서 하기가 쉽지 않았다. 언니들은 나를 가운데 자리로 넣어주면서 동작이 동서남북으로 바뀌면 앞에 사람을 보고 따라하라고 배려해주었다. 다리동작만 띄엄띄엄 따라하면서 팔은 허우적거렸다. ‘못해도 할 수 없지. 시간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하고 성실함 하나로 출석은 잘 하였다. 동작을 따라하지 못해도 출석은 잘 하는 내가 기특했는지 언니들은 “괜찮아. 오래 하면 다 좋아져.” 응원해 주었다. 선생님도 내가 좌절하고 그만둘까 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고 조금이라도 동작을 따라하면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이젠 잘하지는 않아도 동작을 익히는데 느리지만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새로 들어온 분들이 어렵게 동작을 따라하는 것을 보면 1년 전 내가 허우적거리며 따라 해 보려고 애썼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도 신입에게는 가운데 자리를 지정해주는 것은 관례이다. 언니들하고 개인적으로 친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동료의식이 있다. 아직도 1시간을 꽉 채워 댄스 운동하려면 힘이 든다. 몸이 힘든 날은 30분이 지나면 몸의 기운이 다 빠져 서 있기도 힘든 날이 종종 있다. 그럼 운동 중간에 먼저 빠져나온다. 어느 날 40분쯤 지나자 그 증상이 찾아왔다. 남은 20분을 지속해서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목례를 하고 나가니 언니가 소리쳤다. “어디 가? ” 언니들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들도 내가 종종 운동 중간에 체력이 떨어져서 가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 힘내라고 불러 주는데 눈물이 핑 돌고 고마웠다,
이제 초보 딱지는 떼고 뒷 줄에서 따라하지만 허우적거리지는 않아 다행이다 싶다. 아직도 운동 가기 전 10전 알람이 울리면 한숨을 쉬며 운동화를 신지만 예전보다는 운동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조금 나아졌다. 이번에는 우리 지역에서 하는 벚꽃축제에 우리 라인댄스 동아리가 나가서 댄스 공연을 하는데 함께 하기로 해서 공연 연습에 열심히 하고 있다. 댄스동아리 답게 화려한 색깔의 무대의상이 부담되기는 하지만 함께 공연무대를 만든다는 것이 의미를 두고 싶다.
그 동안 어떤 운동을 지속해서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젠 라인댄스에 정착하려고 한다. 라인댄스와 스트레칭으로 거북목 증상도 사라졌고 어깨에 이고 있던 곰 같던 승모근도 많이 내려갔다. 안으로 말려진 어깨도 좀 펴지고 있고 나이가 들면서 줄어진 1cm 키도 다시 찾아졌다. 1년 넘게 운동한 효과가 엄청나다. 그러나 몸치인 내가 라인댄스를 좋아해서는 아니다. 그것은 “어디가?” 체력이 떨어져 집에 가는 나를 힘내라고 불러 주는 따뜻한 언니들의 마음이다. 결국 나를 운동으로 이끄는 힘은 따뜻한 사람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