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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Sep 30. 2021

새로운 세계의 공장과 신성장 산업을 찾아라!(1)

- 자본의 새로운 항해는 어느 신대륙을 향할 것인가?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이 통제가 불가능한 극단으로 치닫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해결을 위한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러한 실마리를 <성장>에서 찾고 있습니다.


단순히 양적인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싸고 효율적으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공장과, 생산된 물건과 서비스를 소비해줄 수 있는 새로운 시장, 그리고 이미 소비할 대로 소비해서 식상해진 물건과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가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는 (또는 열 수밖에 없는) 신성장 동력이 되어줄 산업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 시대의 신대륙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격적인 글을 들어가기에 앞서 15세기의 유럽에서 일어난 대항해시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 대항해시대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신대륙이라는 표현은 정치적으로 바르지 못한 표현입니다. 유럽인들이 목표로 했던 인도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지금의 아메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대륙(이하 남서부 아프리카)도 많은 문명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신대륙은 다분히 유럽 중심적인 표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분리된 아메리카와 남서부 아프리카의 문명은 세계사를 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지 못하였습니다. 유럽/아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남서부 아프리카 문명의 만남이 시작된 대항해시대로 비로소 전 세계가 연결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더 나아가 유럽의 산업혁명과 제국주의 시대 등 근대와 현대 사회를 여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한 세계사적 의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본 글에서는 비록 정치적으로 바르지 못한 표현이나 '신대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1. 대항해시대와 서유럽의 성장

- 꽉 막힌 디플레이션을 해소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극복했던 시기


당시 서유럽은 굉장히 우중충한 상태였습니다. 1453년 로마 제국 (조금 더 익숙한 표현으로는 동로마 제국 또는 비잔틴 제국입니다)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이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튀르크에게 점령당했습니다. 서유럽인들의 문명과 마음의 고향이었던 로마 제국의 종언을 알리는 대사건이었지요. 반면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서유럽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십자군 전쟁의 열기와 로마 교황청의 권위는 점점 추락하고 있었고, 다양한 국가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한 패권을 잡기 위해 끊임없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통일된 정치 체계도 정신적인 권위도 없는 상황에서 외부의 강력한 압박이 들어오는 당시의 서유럽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었지요.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 튀르크의 정복왕 마흐메트 2세는 로마 교황청 앞마당의 분수로 군마의 목을 축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유럽 각지로 그의 강력한 군대를 보냈습니다.


서유럽의 서쪽 끝에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했습니다. 이슬람 세력은 중근동에서 북아프리카를 거쳐 스페인과 포르투갈까지 진출을 했었는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기독교 세력은 이들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15세기 중반까지 600년이 넘는 길고 지루한 전쟁을 치렀습니다. (이것을 Reconquista라고 부릅니다.)


막상 전쟁을 끝내고 보니 농지는 척박해져 있고 별다른 산업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무기를 손에 든 실업자들(퇴역 군인들)만 바글거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바로 북쪽의 프랑스는 당시 서유럽 최고의 강국이었으니 여기에 시비를 걸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지중해 쪽으로 무역을 하러 나가자니, 이미 베네치아나 제노바 같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이 지중해의 무역을 꽉 잡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항해시대가 없었다면 유럽은 그 안에서 고인 채 자멸했을 것이다!)


당시 서유럽 최고의 히트 상품은 향신료였습니다. 고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린내 없이 고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인도나 동남아시아 산 향신료가 필수품이었지요. 그 외에 금이나 보석 같은 귀한 광물들, 비단과 도자기, 차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의 특산품들 또한 서유럽 사람들이 선호하는 물건들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인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와 교역을 하려다 보니 숙적인 이슬람 세력이 떡하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앞에서 말한 베네치아나 제노바 같은 이탈리아의 상업 국가야 수백 년간 이슬람 세력과 지중해에서 꾸준히 장사도 해온 사이다 보니 어떻게든 교역을 할 수 있었지만, 바로 직전까지 이슬람 세력과 치고받고 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로서는 이러한 지중해 무역에 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2가지였습니다. 바로 서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건너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방법과, 끝이 없어 보이는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남쪽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노련한 항해자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 그러니까 바다를 계속 가도 지구 끝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페인은 위의 녹색선 방향으로, 포르투갈은 위의 파란색 방향으로 자신들의 힘을 분출하였습니다. 스페인의 대표선수는 우리가 잘 아는 '콜럼버스'였고, 포르투갈의 대표선수는 '바스코 다 가마'였습니다.


대항해시대의 결과는 많은 분들이 잘 아실 것입니다. 포르투갈은 결국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인 희망봉을 돌아서 인도로 나아가는데 성공을 했고, 스페인은 비록 인도에 직접 닿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메리카 대륙에 닿게 됩니다. 새로운 무역로와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특히 스페인은 최초에는 향신료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아메리카 대륙에 실망했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엄청난 금과 은을 발견했습니다. 남아메리카 볼리비아에 있는 포토시 광산은 당시 세계 최고의 은광이었습니다. 일설에 따르면 정제되지 않은 은광석이 마치 돌멩이처럼 널려있었다고도 하지요. 또한 스페인은 아즈텍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황금을 노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금과 은이 스페인에 의해 서유럽으로 풀리게 되었지요. 당시 금과 은은 화폐였습니다. 화폐가 갑자기 엄청나게 증가했다 = 인플레이션입니다. 쏟아지는 화폐는 자산의 가치를 올렸고 투자를 촉진하였습니다. 당시 유럽인들 입장에서 바다는 넓었고 탐험할 땅은 넘쳐났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났지만 배가 한번 성공적으로 항해를 마치고 오면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으니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압도했지요.


(아메리카 대륙의 엄청난 은은 대규모 인플레를 가져왔다 / 출처 : PIXABAY)


또한 스페인과 포르투갈(포르투갈 또한 조금 늦게나마 서쪽으로 항해하여 지금의 브라질에 닿았지요)은 아메리카의 광대한 토지와 (인류사의 비극인) 아메리카 및 서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노예화를 통해 대규모의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들어 냈습니다. 고구마, 감자, 토마토, 담배 등 아메리카의 작물이 대량으로 유럽에 전파가 되었습니다. 식량이 이전보다 풍족해지니 기근이 줄어들었고 (고구마와 감자는 대표적인 구황작물입니다)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이는 곧 인구의 증가로 디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수요 창출로 이어졌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서유럽은 아메리카 및 서남아프리카를 철저하게 수탈하고 착취한 결과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뤄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성장이 쌓여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제국주의 시대로 대표되는 서유럽 국가들의 헤게모니가 지금 글로벌 세상의 표준이 되어버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2. 새로운 세계의 공장은 어디인가?

- 많은 인구, 저임금에 인프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지금의 상황은 어떨까요? 기존 산업에 대한 선진국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작년과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본다면 글로벌 주요국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산업은 공급 과잉과 과다 경쟁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중국이 수행하던 세계의 공장 역할은 중국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인건비 상승, 비용 증가로 이전과 같은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요. 우리는 새로운 세계의 공장을 찾아야 합니다.


힘이 빠져가는 선진국의 수요를 받아줄 개발 도상국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의 증가는 그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북한 인구의 2배 정도 수준이지만, 구매력을 따지면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요는 단순히 많은 인구보다는 인구의 구매력에 더욱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개발 도상국의 인구만 많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그 내부의 중산층이 필요합니다.


또한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공장을 찾아야 합니다. 중국의 인건비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많이 저렴하지만, 상승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특히 2021년 중국이 발표한 '공동 부유' 정책과 같은 정책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면 중국의 생산 cost는 더욱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나라에 세계의 공장을 다시 지어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개발 도상국에 대한 공장 설립 및 투자는 그 나라의 고용을 촉진합니다. 개발 도상국의 입장에서 선진국의 제조 공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입니다. 선진국은 새로운 세계의 공장을 찾을 수 있고, 개발 도상국은 그 공장을 통해 중산층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산층은 새로운 수요를 일으킵니다.  


새로운 세계의 공장이 나타난다는 것은 글로벌 자금이 그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당초 prologue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의 성장의 핵심은 '돈의 회전'입니다. 만약 돈이 돌 수 있는 범위가 작다면 자본주의의 팽창은 어려울 것입니다. 선진국에서 이머징 국가로, 선진국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에서 이머징 국가의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면 그만큼 글로벌 자본주의는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물 경제 단위까지 내려올 확률도 높아집니다.


자본주의는 끝없이 팽창해야 합니다. 양극화, 버블의 형성과 붕괴 등 여러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현재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현실적인 경제 체제라고 불리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수많은 문제점을 덮을 만큼의 성장과 진보를 이루어 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폭풍우가 불고 낯선 기후와 원주민과의 분쟁 등 각종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다른 대륙으로 배를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수많은 이들이 자본을 각출하여 위험을 분산시켰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류의 진보를 가져온 철도, 발전소, 고속도로, 항공산업, 인터넷 등의 새로운 기술은 초기의 실패와 손실을 감당케 해준 수많은 익명의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수많은 성장과 진보에 대한 열망이 지금의 시대를 만들어 낸 것이지요.  


더 이상 어떠한 성장도, 진보의 가능성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모두의 공통된 인식이 된다면 그 순간 우리의 자본주의는 무너질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문명과 역사 또한 천천히 침전하면서 사라져 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야 하며,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본 chapter의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가서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새로운 공장 후보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도 : 규모를 생각할 때 지금의 성장 속도는 경이적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바로 인도입니다. 중국에 버금가는 (어쩌면 더 많이 질 것 같은) 인구, 한 개 대륙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큰 영토와 그 영토에서 나오는 풍부한 원자재 등 기본적인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입니다. 더군다나 명목 GDP를 기준으로는 글로벌 Top 5를 노릴 수 있을 만큼 기본적인 산업 구조가 갖춰진 상태이며, 각종 첨단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인력 자원도 풍부합니다. (유명한 인도 영화인 세 얼간이는 인도인의 엔지니어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알파벳(Google)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 MS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처럼 최고 기업들의 수장으로 활약 중인 인도인들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인도의 1인당 명목 GDP는 2021년 현재에도 2,000$ 수준입니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직업을 가지지 못한 인구도 많습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빈곤과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이지만, 좋은 의미로 보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괜히 2021년 인도의 주가 지수가 연일 불을 뿜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국제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매력적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매우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핵무기를 가질 만큼 힘도 있고 위치도 아주 공교롭게도 중국의 진출 방향을 정면으로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미국과 유럽 입장에서 아주 협력의 구미가 당기는 나라지요.


심한 빈부격차와 고등 교육 대비 보통 교육의 큰 수준 차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사회 진출이 미약한 점, 선진국 대비 불안한 치안 등 각종 문제를 지적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위에서 열거한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세계의 공장을 찾으려고 하는 지역들은 다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니 인도 만의 Risk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도는 꽤나 흥미로운 국가입니다. IIT (인도 공과대학교_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세계 최고 기업의 CEO부터 하루 몇 달러도 벌지 못하는 엔지니어가 배출되는 나라, 화성 궤도에 위성을 날려 보낸 첨단 산업의 강국이면서도 세계 수위급의 농업국가 이기도 한 나라, 인구가 워낙 많아 국가 단위의 명목 GDP는 높으면서도 1인당 명목 GDP는 어지간한 개발 도상국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가 인도입니다. 이러한 모순적인 면이 인도를 더욱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최고치를 찍은 인도 증시 상승률 / 출처 : 조선일보)


(2) 동남아시아 : 이것저것 참 좋다. 아직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인접하다는 특징 때문에 중국의 인건비 상승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지역입니다. 중국에서 옮기려는 공장들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지역이지요.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도 거리상으로 가까운 동남아시아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저리적 장점은 이것 만이 아닙니다. 역시 미국과 중국의 패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태평양과 세계 무역에서 매우 중요도가 높은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위치다 보니, 각 강대국들이 열심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속하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제외하고, 동남아시아의 주요 성장 국가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총인구는 6억 명이 넘는 수준입니다. 인도 보다야 적지만 그래도 절대 적은 인구는 아니지요. 석유, 첨단 산업에 들어가는 각종 희소 광물, 농산물 등 원자재도 충분한 지역입니다. 이런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대대적으로 표방하면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부분에서 언급한 공통적인 Risk 외에도 인도와 대비해서 몇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11개의 국가로 나눠져 있으며 앞에서 말한 5개국 외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등은 열악한 경제 사정에 정치적 불안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각종 첨단 산업을 자체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인도와 비교할 때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산업은 대부분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이 투자한 제조 공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의 공장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성장을 이루기에는 인도 대비 약점이 많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3) 아프리카 : 성장 속도는 좋으나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


마지막 후보 지역은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는 하나의 지역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큰 대륙입니다. 크게 나누어 사하라 사막을 기준으로 북쪽은 지중해, 아랍 문화권인데 반해 그 남쪽은 흑인 문화권에 속합니다. 전자의 경우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를 비롯하여 근대 전까지 강성했던 이슬람 세력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자체적인 문명을 지켜 나갈 수 있었지만, 후자의 경우는 대항해시대 이후 닥쳐온 열강의 제국주의의 식민지 문화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지역입니다.


무려 50개가 넘는 국가가 소속되어 있는 대륙이므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피상적으로 '아프리카'라는 하나의 지역으로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프리카를 아주 상세하게 다루는 것이 목표는 아니므로 대략적으로 간단하게 이해만 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큰 장점은 폭발적인 인구 성장률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모두 합치면 중국과 인도에 버금가는 수준의 인구를 자랑하고 있으며, 인구 성장세가 줄어드는 중국과 비교하면 아직도 1차 산업 위주의 국가들로서 인구 성장의 잠재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것은 아프리카의 조혼 비중이 높고 피임 등 기술의 부족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석유, 석탄, 알루미늄, 다이아몬드 및 각종 희귀 광물들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주산업, 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에 소요되는 광물들의 산지가 많은데 (코발트 같은 경우 콩고에서 전 세계 매장량의 50% 이상이 나온다고 합니다) 특히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인프라 투자 등을 해 주고 채굴권이나 정제권을 얻는 등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프리카 하면 괜히 생각나는 원시 부족, 미개 국가의 이미지는 버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물론 유니세프 등의 영향으로 아프리카 하면 난민,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분들이 많겠지만, 아프리카의 인터넷 사용자는 5억 명 수준에 달하며 모바일 HP 가입자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카이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등의 도시 사진을 보면 여느 선진국의 도시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그렇다고 또 와칸다 포에버! 같은 수준은 아닙니다)


(◀ 카이로, ▲ 카사블랑카, ▼ 요하네스버그 / 출처 : PIXABAY)


다만 아프리카의 가장 큰 문제는 그놈의 전쟁과 내전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선을 보면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그어진 곳이 많은데, 이것은 유럽 국가들이 세계 대전 후 식민지를 어쩔 수 없이 해방시키면서 임의로 그냥 줄을 그어 버린 영향입니다.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무시하고 수천 개의 부족들이 몇 개의 국가로 합쳐졌습니다. 그중에는 한 국가 내에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부족들을 붙여 놓은 경우도 많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소수의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국내외의 정치적, 민족적 갈등이 매우 심합니다.


당연히 대내외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땅을 가꾸고 국민들을 부양할 여유 따위가 있을 리가 없겠지요. 인프라 부족, 에이즈 등 각종 질병의 급속한 확산, 사하라 사막의 확장에 따른 사막화 등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분쟁으로 인해 뒷전으로 미뤄져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인프라 부족, 질병 확산, 사막화가 절대 심각하지 않은 문제가 아닌데 이것을 그러한 문제 따위로 만들어 버릴 만큼 분쟁은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입니다.


(4)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물론 위 3개의 지역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충분히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생산 기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인구만 봐도 무려 중국의 2.5배에 달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들에게는 앞의 chapter 들에서 거론한 것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기후위기'의 문제입니다. 정작 서구의 선진국들과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 (중국, 우리나라 등) 등이 지구에 끼친 환경 문제 만으로도 인류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국가들까지 산업화에 가세한다면? 그 끝은 자세히 파국입니다.


두 번째는 'AI, 자동화, 빅데이터' 등 선진국의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경우 위의 시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노동력이란 매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노동 착취가 많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 이것이 저개발 국가의 노동 조건 및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지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자칫 그전에 기술의 발달로 글로벌 기업들이 저개발 국가에서 철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 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결국 관건은 기후위기를 최소한으로 악화시키면서 위 지역을 성장시켜야 하며, 기술의 발전에 따른 선진국의 리쇼어링 시점보다 빠르게 위의 국가들이 성장해야 합니다. 꽤나 어려운 미션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위 3개 지역 모두 그 미션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새로운 세계의 공장을 찾는 것 외에도 지금까지 와 다른 신성장 산업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겠지요. 선진국들에서 정체되어 있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새로운 산업이 수요자 들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바람을 불어 일으켜야 할 테니 말입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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