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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Oct 08. 2021

새로운 세계의 공장과
신성장 산업을 찾아라!(2)

- 어차피 해야 하는 산업인데 성장성도 있다고?

(1편에서 이어집니다)


3. 새로운 산업혁명은 어디서 올 것인가?

-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고용도 창출해야 한다.


(1) 일단 고용 없는 성장은 논외로 하자


새로운 산업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부터 컴퓨터, 인공위성,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나타난 새로운 신산업의 시대를 일명 정보화 혁명 시대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은 자율주행, 빅데이터, 스마트 팩토리, 사물인터넷 등을 앞으로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꼽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제4차 산업혁명이나 독일의 industry 4.0 도 이런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 팩토리 등이 다음 시대의 신성장 산업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을 확률은 높습니다. 이들 산업의 발전은 곧 엄청난 성장의 기회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산업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발전 방향이라는 것입니다. 자율주행 산업이 성숙해지면 택시나 화물차 운전사나 대리운전기사들은 설 자리를 잃겠지요. 변수가 적은 산업 현장이나 농장에서는 자율 주행 차량의 상용화가 조만간 가능할 것 같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또한 공장에서 사람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들 산업이 신성장 산업이 된다고 한들 그것은 '고용 없는 성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고, 성장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그 산업의 헤게모니를 보유하고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소수에만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21년 초 국내외에서 굉장히 큰 관심을 받았던 Clubhouse라는 소셜 미디어를 기억하시나요?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소수의 유명인의 이용을 계기로 큰 반향을 이끌어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업가치도 1조 원이 넘게 평가받고 트위터가 인수하겠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Clubhouse를 운영하는 인원이 10명 내외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가총액 1조 원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직접적 고용 창출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고 봐야겠네요. 앞으로 이러한 류의 고용 없는 성장형 산업은 계속 늘어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가 있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산업 분야지만, 이번 글에서는 과감하게 앞에서 열거한 류의 산업은 제외하도록 하겠습니다. 


(2) 좋은 것을 넘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다수의 새로운 산업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 문제의 규모가 크고 해결의 필요성이 강할수록 새로운 산업의 발전 동력은 강할 것입니다. 고용을 창출할 수 있으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와 닿아 있는 산업, 어떤 산업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산업이 있겠지만 제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업은 바로 '친환경 산업'입니다. 


사실 친환경 산업은 1990년대에도 등장했던 산업입니다.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캡틴 플래닛 캡틴 플래닛!' 30대 ~ 40대라면 바로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일 것입니다. 다만 과거의 친환경 산업은 단순히 자연보호 캠페인 같은 구호에 머물렀습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눈앞의 이익과 충돌하면 바로 사그라드는 거품과 같은 것이었지요.  


경제용어 중에 '캐즘 이론 (Chasm)'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층 사이의 단절된 큰 틈을 의미하는 지질학적 용어에서 차용한 용어인데 새로운 산업이나 기술의 경우 초기에는 소수의 혁신자, 선각자 위주로 시작하지만, 그 이후에 다수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전까지는 마치 땅이 중간에 갈라진 것처럼 수용의 과도기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새로운 산업과 기술 등이 이 단층을 건너기 전의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와 유사한 포맷을 가진 산업과 기술이 원활하게 정착하게 되면, 사라진 이들은 시대를 앞서 나간 불운한 명작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새로운 산업의 성장은 Chasm을 뛰어넘어야 한다! / 출처 : PIXABAY)


친환경 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친환경 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지는 몇십 년간 꾸준히 화두가 되었고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이들 선구자격 기업들은 기나긴 무관심을 참아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에서야 많은 국가와 기업, 다수의 국민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친환경 산업은 긴 단절의 틈을 건너와 결국은 우리 곁에 서게 되었습니다. 


친환경 산업은 단순하게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누리는 현대의 각종 산업들은 기본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산업화 이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기존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산업 구조 전체를 친환경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각종 전통적 산업들을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방향은 물리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화석 연료 기반의 발전소 대신 다양한 친환경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건물이나 선박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설비투자를 하거나 보수를 하여야 합니다. 선박 같은 경우에는 탄소 배출이 많은 노후선을 폐선하게 되면 그만큼 새로운 선박 건조 수요가 발생합니다. 수많은 내연기관차도 전기차 등으로 실제 교체되어야 합니다. 신성장 산업의 다른 한축인 인터넷, 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신산업과 다르게 이들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은 실제로 엄청난 노동과 실물 투자를 동반하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 친환경 산업의 범위는 광범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 장에서 모든 친환경 산업의 분야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본 장에서는 <2. 기후위기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다룬 것처럼 '탄소 배출'의 분야에 한정하여 친환경 산업을 간략하게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4. 험난하지만 가야 할 길

- 친환경 산업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의 대응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친환경 국가라고 하기보다 친환경 악당 국가에 더 가깝습니다.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지만, 정부의 변경에 따라 정책의 변동도 심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본다면 목표를 2040년 정도로 해야 그나마 2050년에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내년부터 위 목표인 2050년 탄소 제로는 상당 부분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대를 해 볼 것은 정부 대비 상대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이 있는 대기업 쪽이 아닐까 합니다. 마침 주요 대기업의 총수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SK의 최태원 회장이 주요 기업의 총 수분들 중에서는 큰형에 가깝게 되어 버렸습니다. 삼성, 현대차, LG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의 총수들의 교체 시기가 맞물린 지금 시기가 산업 전환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진 적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chapter의 마지막은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별 대기업들이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적어 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1) 철강, 금속 제련 산업

화석연료를 이용해서 발전을 하는 발전 산업 외에 가장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은 철강 산업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철과 금속을 배제한 문명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 산업은 산업을 유지하면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여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쪽 산업의 대표주자인 POSCO와 현대차 그룹(현대제철)은 올해 2월 수소를 이용한 제련 기술 개발에 공동 연구를 하기로 MOU를 체결하였습니다. 일반적인 제련 공정은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광석을 녹이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그리고 석탄 밀도를 높이기 위해 코크스 과정을 거치게 되는 이 과정에서 석탄 내 산소가 제거되며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재 철강 회사의 목표는 이러한 제련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철광석에서 산소가 뽑혀 나오는 것은 같지만 그 결과물이 이산화탄소 대신 수증기 (수소 + 산소 = 물이죠)만 나오게 됩니다. 물론 수소를 산업에 활용할 정도로 다루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인데, 이 부분은 수소 산업 분야에서 별도로 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2) 자동차 산업 

석유를 원료로 하는 내연기관차는 그 운행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방출하므로, 기후 변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또한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문명의 이기이죠. 


이 산업에서 현재 앞서 나가고 있는 분야는 전기차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tesla가 대표적인 기업이며, 작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도 하나 둘 전기차 상용화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아주 늦지는 않게 이쪽 시장에 끼어 있는 상황입니다. 전기차의 원리는 우리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건전지를 이용한 장난감 차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농담조로 판에다가 건전지 달고 바퀴 달면 그게 전기차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전기차는 곧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과 땔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수소연료차입니다. 이쪽 분야는 우리나라의 현대차와 일본의 도요타가 앞서가고 있는데, 수소 연료탱크의 수소로 전기 발전을 일으켜 주행하는 구조입니다. 제대로 상용화만 된다면 차량 운행 과정에서 물 밖에 나오는 것이 없으므로, (저절로 도로의 먼지도 제거하고) 꽤나 친환경적인 차량이 될 것입니다. 아직까지 상용화 속도는 늦지만 수소를 다루는 기술만 진보한다면 미래 발전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어 기대해 볼 만합니다. 


각국 정부는 미래에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운행을 금지하는 정책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수소차 운행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여러 친환경 기술 중 어쩌면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먼저 와닿는 분야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3) 조선과 해양

조선소는 탄소 배출 산업의 집합체입니다. 배를 만드는 것에는 막대한 철강이 들어가고 배는 기름으로 운행됩니다. 이쪽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배의 연료를 조금 더 친환경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벙커C유 등 유해물질 방출이 많은 연료에서 LNG 추진선으로, 그리고 더 마레에서는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최종적으로는 수소연료를 이용한 추진선의 단계까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중국의 추격이 강하다고 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조선 산업의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이 21년 3월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미래 성장 계획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2016년 이후 발주된 LNG 추진선의 다수를 수주하며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200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5% 수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 암모니아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는 점. 현재의 화석연료와 다루는 방식이 크게 차이가 없어 기술적인 도입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수소연료 추진선까지의 중간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

- 장기적으로 해상에서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석유공사, 울산시 등과 협업하여 해상 플랜트를 개발 중으로 해양 플랜트의 상부에서는 풍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선박 기술까지 개발하는 total package를 연구 중.


2023년부터 국제해사기구 (IMO)가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해서도 탄소 배출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총톤수 400t 이상의 대형 선박은 에너지 효율 등급을 받아야 하고 (A~E 등급) 등급이 낮은 D-E급 선박에 대한 시정조치를 강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발표 후 생각보다 온건한 내용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규제가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오래된 선박에 대한 폐선 및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신규 선박의 발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만약 오래된 선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운행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데 (자동차가 60~80km의 정속 운행 시 연료 소비가 가장 덜하듯, 배 또한 정속 운행 시 연로 소모가 덜합니다.) 그러면 해운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운송 시간이 걸리고 다른 해운사에게 경쟁력이 뒤처지는 결과가 올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고통받았던 한국의 조선 산업이 친환경 전환을 계기로 다시 한번 반등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4) 석유, 화학 

화석연료를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석유, 화학 기업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정유사 중 이 분야에서 전환이 가장 빠른 기업은 SK이노베이션입니다. 그리고 현대중공업 계열의 현대오일뱅크 또한 신산업 전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컬이나 금호석유 같은 석유를 원료로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도 급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탄소 배출 자체를 방지하는 기술 쪽이 아닙니다. 탄소가 배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 배출되는 탄소를 다시 거둬들이는 기술 (이것을 탄소 포집 기술이라고 합니다.)을 주로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 자체를 빨아들이는 흡입기 역할도 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대부분을 다시 빨아들이고, 이것을 가공하여 탄산칼슘, 메탄올, 기타 각종 화학제품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단순하게 포집 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니 이것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산업 전환을 위한 경제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겠지요. 


현재의 추세가 이어질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석유의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석유 원료의 가공품이 현대 사회에 엄청나게 자리 잡고 있으니 이런 류의 가공 산업이 완전히 없어지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점차 석유 가공물을 쓰지 않고 다른 신소재를 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석유, 화학 기술에 만족했던 회사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고 이러한 새로운 조류에 발을 들여놓는 회사들은 살아남겠지요. 그리고 이것에 필요한 기술은 다름 아닌 이들 회사의 내부에 있을 것입니다. 


(5) 친환경 에너지

가장 직접적으로 친환경 정책과 연관되는 산업입니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태양광, 풍력 산업입니다. 오염물질을 발생시키지 않고 인류 문명이 존속하는 한 고갈 위험이 없는 태양 에너지, 바람 에너지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최고의 에너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친환경 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이 다수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넓고 황량한 대지가 (대놓고 말해서 사막) 있는 것도 아니고, 풍차를 오래전부터 활용했던 서유럽처럼 풍력 발전에 유리한 환경은 아닙니다. 태양광 설치가 오히려 삼림을 파괴하여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반 환경적인 산업이라는 인식도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친환경 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기는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장소로 필요한 만큼 생산되고 전송되어야 합니다. 너무 적으면 당연히 문제고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이러면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생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가 쨍쨍하거나 태풍이 불어온다고 효율이 딱히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수적인 기술은 생산 여건이 좋을 때 왕창 생산한 전기를 모아뒀다가 그것을 필요할 때 내보내는 기술입니다. 바로 ESS 기술이죠. 에너지를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쓴다? 어디서 많이 본 기술이죠? 역시 전지 기술이 여기에 적용됩니다.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의 2차 전지 업체들이 그 장기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원자력을 들 수 있습니다. 사고 시의 위험과 폐기물을 생각하면 절대 친환경적이라 부를 수 없지만, 현재 운행 중인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기술을 단숨에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수 없다면 과도기적 필요악의 개념으로 운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점점 커지는 상황입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 등 물보다 기름이 더 싼 산유국들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요. 


가치 판단이 극명하게 갈리는 분야지만, 이 분야가 친환경 발전으로 인정된다면 우리나라의 기업들 또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시공이 가능한 국가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몇 개 국가가 되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가 이쪽에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원하지 않겠지요? 꽤나 흥미로운 check-point가 아닐까 합니다. 


(6) 농축산업

갑자기 농축산업이 등장하는 것이 조금 뜬금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빠뜨릴 수 없는 산업입니다. 앞에서 아마존의 파괴에서 언급했듯이 농업과 축산을 위하여 방대한 산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축산업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오죽하면 미국의 풍자 프로그램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전 세계의 소의 엉덩이를 모두 막아버리자!라는 말을 했을까요? (여러분 역시 지구를 위해서도 치킨이 진리입니다)

(소는 훌륭한 탄소 공급원이지요! / 출처 : PIXABAY)

소는 축산 과정에서 배변과 방귀, 트림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상대적으로 양육을 위한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목지를 위해 더 많은 나무를 베어 내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육식을 전면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하는 산업은 인공 배양육 산업입니다. 비욘드 미트라는 미국 기업이 유명하죠? 동물의 피부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액에 담가 성장시키며 세포가 분열하는 과정에서 근육이나 지방과 같은 부위로 자라게 되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육류를 대체하게 되면 지구 온난화 문제도 해소되고, 고기를 얻기 위해 각종 잔인한 방식으로 축산업을 운영하는 것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먹는 것이니 만큼 그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식재료니 만큼 충분히 경제성도 갖춰야 하니 아직은 충분히 정착되기는 시기상조인 산업이지요. SK의 최태원 회장이 대체육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가 2021년 8월 초에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에 본격적 성장을 기대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7) 데이터 센터

의외로 데이터센터도 탄소 배출이 높은 산업입니다. 물론 데이터센터 자체가 탄소를 많이 배출하지는 않지만 데이터센터를 365일, 24시간 운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과 그 열기를 식히기 위한 조치 (냉각 장치, 냉각수 등)가 필요합니다. 또한 산업과 기술의 발전 방향은 매일 데이터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고, 데이터 센터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NAVER와 카카오 및 SKT, KT, LG유플러스의 통신 3사 등은 태양광, 자연 냉각시스템, 빗물 활용 등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AI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 센터의 온도, 습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등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8) 수소 

마지막으로 우리의 꿈과 희망을 담은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습니다. 수소의 경우 강력한 화력을 내기 때문에 화석연료가 담당하던 산업에 필요한 화력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 후에도 부산물이 물이기 때문에 탄소 발생의 우려도 없지요. 제대로 사용만 가능하다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최고의 에너지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장 좀 보태면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현대의 모든 산업에 다 활용이 가능한데, 여기서는 그러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적어 보겠습니다.


1) 수소의 생산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중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물을 전기 분해하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배웠죠. 물 = 수소 + 산소라는 것을요. 즉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기가 필요한데, 여기서 그 전기를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브라운, 그레이, 블루, 그린 4가지 방식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EU의 그린 수소 인증제도 기준에 따름)


첫 번째 브라운 수소는 석탄을 태워서 만드는 수소입니다. 딱 봐도 조삼모사죠. 전혀 친환경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친환경 수소로 쳐주지 않습니다. 그다음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를 이용하거나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여전히 친환경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석탄에 비하면 탄소 배출량이 적고, 어차피 석유화학, 철강 공정을 당분간은 현 상태로 돌려야 하니 과도기적인 과정으로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블루 수소는 천연가스와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이용해 생산한 수소입니다. 역시 화석연료를 이용하기에 탄소가 배출되지만 그 탄소를 포집, 저장하므로 그레이 수소보다 보다 더 친환경적인 방식입니다. 많은 산업에서 아마 절충안으로 대세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린 수소는 전기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순수 친환경 에너지로부터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전기의 생산과정, 분해 과정, 수소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극도로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5) 친환경 에너지에서 언급한 ESS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바로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로 만들고 그 수소를 저장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다는 태양광, 풍력 발전의 단점을 상당 부분 커버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문제는 아주 비싸고 기술적으로 불완전하다는 것이지요. 


2) 수소의 보관 및 운송 

위와 같이 수소를 생산하게 되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바로 보관 및 운송 단계인데, 기본적으로 생산된 수소는 기체 상태입니다. 이런 기체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보관할 경우 엄청난 부피와 압력으로 인해 보관 공간도 많이 필요하고 보관 용기의 파손 위험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소를 액체 상태로 액화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은 엄청난 비용과 고난도의 기술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우주선, 잠수함 등의 용도로만 한정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암모니아입니다. 암모니아의 경우 액화 수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인화성도 낮습니다. 또한 액화수소 대비 상대적으로 극한의 환경을 요하지는 않습니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를 혼합하여 생산하는데, 이를 역으로 분해하면 암모니아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수소를 암모니아로 만들어서 옮기고 그것을 수요지에서 다시 수소로 만드는 방식으로 수소의 운송과 보관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요. 앞의 조선과 해양 산업에서 괜히 암모니아 추진선이 언급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암모니아는 우리가 무려 1800년대부터 대량으로 생산한 전 세계적으로 매우 손쉽게 생산 가능한 물질입니다. 바로 우리가 농사에 사용하는 비료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바로 암모니아지요. 기술적으로 보아도 접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방식입니다. 


여하튼 이러한 수소와 관련 우리나라 정부 또한 매우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에서는 2040년 수소를 통해 연간 43조 원의 부가가치와 42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수소 경제 로드맵 /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2021년 7월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공동으로 수소 신사업 발전을 위한 ‘수소 동맹’을 발족하였습니다. 현대차 그룹, SK그룹, POSCO그룹, 효성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중공업 그룹, 두산그룹 등 수소에 발을 걸치고 있거나 중공업, 전력, 화학 등 이쪽 분야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손을 잡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오히려 정부가 추산한 위의 경제적 효과를 몇 배는 뛰어넘는 효과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물론 중국이 이 분야에서 꽤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분야는 없습니다. 가야만 할 길이라면 한 발이라도 더 빠르게 딛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과연 수소는 우리 인류 문명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5. 신대륙을 찾아서!

- 지구를 벗어나 우주와 가상현실로!


우리 앞에는 또다시 어둡고 광활한 바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지할 것이라고는 몇 가지 조잡한 도구와 자신에 대한 믿음밖에 없었던 15세기의 탐험가들처럼 우리 또한 항해를 나서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이른 상황이지만 언젠가 우리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라는 신대륙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인 21년 9월 SPACE X가 민간인을 태운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비록 며칠간 지구 궤도를 도는 수준이었고 이용을 위해서 수백억 원, 그리고 발사를 위해서는 추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첫 시작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지요. 


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 닐 암스트롱


많은 이들이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돌파하는 계기로 인류의 우주 진출을 꼽고 있습니다. 1960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우주 산업이, 지구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기술과 거대한 자본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SPACE X는 언젠가 인류의 화성 진출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PayPall과 TESLA 등은 그에게는 그저 화성 진출을 위한 인맥과 자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요) 아직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먼 미래이지만 각종 SF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진출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주 진출은 아직까지는 꽤나 허황된 꿈으로 들릴지 모릅니다. 일개 사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 기적적일 정도로 엄청난 자금과 인력,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당장 직접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도 불가능하겠지요. (그래서 머스크는 SPACE X의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상장 기업이 되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수익 달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산업이라고 해 봤자 아직 많은 대중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고요.


하지만 우리가 잘 인식하고는 있지 않지만 신성장 산업을 위한 신대륙은 의외로 우리 곁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신대륙이라는 것을 사실 거창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자원이 있고 그곳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새로운 세계가 곧 신대륙이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신대륙으로 다음 chapter에서 다룰 것이 바로 앞에서 잠깐 언급한 '메타버스'입니다. 


앞에서는 메타버스를 <디플레이션>의 요인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성장>에서 다룬다고 하니 무엇인가 모순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앞으로의 메타버스를 단순히 일방적으로 사업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받기만 하는 일방적인 공간이 아닌, 그 안의 구성원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상호 교류하면서 사업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chapter에서 해 보도록 하지요.


15세기 유럽이 저 멀리 상상도 못 했던 아메리카로 나아갔듯 우리 또한 지구라는 틀을 넘어서 우주, 가상 세계라는 새로운 신대륙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특별한 자원도 없고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아서 도약에 한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새로운 신대륙을 (그것이 새로운 시장이 되었든, 새로운 산업이 되었든 간에) 찾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국내에서 보유한 자원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 무역과 자본의 개방을 지향하는 개방 경제형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의 경우 물리적인 국경의 제한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관세를 내는 것도 아니고) 전통 산업과 같은 규제와 통제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내 법규의 적용을 적게 받는 해외 빅 테크 기업들의 서비스가 얼마나 보편화되어 있는지를 보면 이를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느 산업의 단점에 대해 당장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빠르고 편한 길입니다. 당장은 그 효과가 눈앞에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길은 느리고 어렵지만 미래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 꾸준히 참고 감수하면서 가야 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과거의 논리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우려와 기대 속에서 기다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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