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구리팬더 Sep 30. 2021

신대륙이 별거냐? 자원과 돈이 나오면 신대륙.

- 메타버스 세상에서 찾는 새로운 기회

또다시 '메타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이전의 chapter에서는 메타버스가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약간 어두운 이야기를 풀어봤다면, 이번 글은 메타버스가 가진 <성장>의 기회에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앞으로 메타버스가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해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메타버스를 진정한 또 다른 세상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가 현실 세계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의식주는 메타버스가 아닌 현실에서 충족되어야 하겠죠. 우리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안에서 아무리 산해진미를 먹는다고 하여도, 현실의 우리에게 영양소가 공급되거나 허기를 면하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우리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버스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하거나 그 회사의 주식 거래를 통해 얻는 수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취업을 한 것과 같이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경제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재테크를 하면서 많이 듣는 말 중에 '우리 몸이 아니라 돈이 일을 하게 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24시간이라는 것은 부자든 빈자든 동일하기 때문에 다른 이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뛰어넘은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앞의 글에서 돈이라는 단어를 우리 아바타라는 단어로 바꾸어도 되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번 chapter의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1. 데이터 쪼가리 가방에 돈을 쓴다고? 세상 참 별일이네

-  응, 몇 년 전부터 집판검도 있었어!


NAVER가 서비스하고 있는 ZEPETO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습니다. 지난 2018년 8월 출시 이후 누적 가입자가 우리나라 인구의 약 4배 정도가 되는 2억 명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한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이 가상 세상에 우리나라와 세계의 유명 기업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ZEPETO에서 소나타 N라인의 가상 시승 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YG엔터의 블랙핑크 (현재 엔터테이너 중에서 전 세계 YouTube 구독자 1~2위를 다투고 있는 그룹입니다. 국내 위상보다 오히려 글로벌 위상이 더 강한 듯합니다.)는 여기서 신곡을 발표하고 팬미팅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유명 패션 브랜드인 구찌 또한 가상 매장인 구찌 빌라를 오픈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바타에게 착용할 수 있는 가방, 의류, 신발 등 구찌 디자인을 적용한 아이템을 정식으로 발매하였습니다. 구찌 외에도 나이키, 푸마, MLB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속속 입점하고 있지요.

(캐릭터의 장비는 곧 게이머의 자존심이지! / 출처 : PIXABAY)


혹자는 꽤나 놀랄 법도 합니다. 현실에서 들 수도 볼 수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사람들이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하지만 이것은 최근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닙니다. 게임을 하지 않으신 분들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라는 게임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거기에 나오는 최강급 무기 중 하나로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그런데 2021년 2월 기준 리니지 M에서 거래된 +4 집행검의 가격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려 1억 2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에 거래되었습니다. 현실에서 휘두를 수도, 게임이 closing 되면 어디에도 쓰잘 데가 없는 데이터 쪼가리가 현실에서 1억 원이 넘는 거액에 거래가 된 것입니다.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집판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프로야구의 NC 구단이 거액의 FA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리니지에서 집행검의 데이터를 살짝 고치기만 해도 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들이 돌기도 했습니다.


각종 게임상의 캐릭터, 아이템, 재화 등이 실제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은 꽤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다수의 게임사에서는 유저 간의 사적인 게임 아이템 등의 현물 거래를 약관으로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각종 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당장 게임사가 각종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약관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고 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실제로 이러한 게임 상에서의 재화를 팔아서 현실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게이머들은 이들을 비하의 의미를 담아서 아이템을 팔아서 쌀을 사 먹는다는 의미로 '쌀먹'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저도 2020년 즐겼던 World of Warcraft Classic에서 공격대를 운영하면서 이런 분들 때문에 꽤나 머리 아팠던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게임인 ROBLOX는 아예 게임 안에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를 도입하였습니다. 그 로벅스를 가지고 게임 내 각종 재화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사실 크게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ROBLOX가 이전의 게임들과 구별되는 것은 바로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이들이 이용하게 함으로써 로벅스를 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ROBLOX 안에서 게임을 만드는 것 만으로 현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동시에 즐기는 거대한 플랫폼 안에서 생산을 하는 격이니 각종 홍보, 마케팅, 관리와 관련된 고민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플랫폼의 힘입니다. 기존에도 게임 제작사와 개발자는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유저를 끌어 오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유저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이 먼저 만들어지고 그 플랫폼 안에서 창작 활동을 하게 되면 그동안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던 수많은 절차를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역시 데이터 취합과 가공, 분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아바타!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

- 왜 아바타에 돈을 쓰는가?


앞에서 메타버스를 논하면서 아바타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의 한계를 넘어선 다른 자아를 꿈꾸면서 탄생한 것이 아바타입니다. 2018년 래퍼 매드클라운의 부캐인 마미손의 등장, 유재석, 이효리, 비의 부캐를 활용하여 탄생한 그룹 싹쓰리 등 연예계에서 불고 있는 부캐 바람은 사회의 일반인들에게도 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캐 바람은 주 5일제의 정착과 워라벨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전 세대와 같이 한 회사에서 밤낮을 헌신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시간, 사회적 인맥,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켰던 시대는 이제 끝이 났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퇴근 후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저성장에 따른 고용 불안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Job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기존 사회의 가족 - 회사 - 개인적인 관계로 구성되어 있던 인간관계의 확장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확장된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은 힘들고 비효율적인 일이 되었지요. 각기 다른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만큼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한 Multi-Persona 시대가 온 것입니다.


(Multi-Persona / 출처 : PIXABAY)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아바타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Persona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다른 이들과 교류할 때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 꾸밈을 하듯, 가상 세계의 아바타를 다른 아바타들 앞에서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온라인 게임을 하게 되면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장비,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쏟게 됩니다. SNS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실제와 약간의 허세가 버무려진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하지요. 우리가 가상공간의 아바타를 우리의 또 다른 자아로 인식하면 할수록 이러한 경향은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냉소적인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하곤 합니다. 유동성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저성장 사회가 됨에 따라 우리가 현실 사회에서 충분한 만족을 얻기는 어려워진 것이 위와 같은 가상 세계에 더 힘을 쏟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요. 현실에서 구찌 가방을 사려면 수백만 원 ~ 수천만 원이 들겠지요. 꽤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라도 구매 전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정도의 금액입니다. 하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이러한 부담이 1/100 또는 1/1000 정도로 줄어들 것입니다. 비록 현실의 가방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적은 비용으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급격한 사회와 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소외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오프라인에서의 교류를 상당 부분 제한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택트의 폭발적이던 성장이 작년을 계기로 더욱 빨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끝났다고 한들 이러한 추세가 급격하게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익숙해진 것을 쉽게 버리기는 어렵지요. 더군다나 온라인 세상에서의 만남은 오프라인이 주지 못하는 다양한 재미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온라인에서 다양하게 분산될 것이고, 그에 따른 우리의 자아도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3. 메타버스, 재택근무와 가상화폐

- 가상과 현실의 연결, 가상과 가상의 연결


(1) 가상과 현실의 연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갔습니다.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가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할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20년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발표한 『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매출 100대 기업 재택근무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재택근무 시 정상근무 대비 업무 생산성이 90% 이상 수준이라는 답변이 46.8%로 가장 많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80%까지 범위를 확대해 보면 전체 기업의 72.3%라는 대다수가 재택근무가 생산성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답변을 하였지요. (물론 재택근무의 도입으로 우리 회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잉여 인력들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영자들도 있다는 것은 함정입니다.)


(출처 : 한국경영자총협회 홈페이지)


그리고 본 조사에서는 재택근무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IT 프로그램 및 업무 및 성과관리 시스템이라고 조사되었습니다. 물론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에 대하여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경영자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이러한 불안한 경영자들에게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ZOOM처럼 실시간 화상 회의를 통해 얼굴을 마주하는 방법도 있고, 아바타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것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메타버스 이야기에서 빼놓지 않고 나와서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유명 래퍼인 트래비스 스캇은 2020년 5월 포트 나이트라는 게임 속 세상에서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동시접속자가 무려 1,230만 명에 달했고 그 시점에서의 굿즈 판매로 2,000만$ 가 넘는 수익이 나왔다고 합니다. 어지간한 대형 공연장이라고 한들 10만 명 이상을 현장에 모으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가상 세상에서는 무려 120배에 달하는 엄청난 관객을 끌어 모은 것이지요. 당연히 기술만 되면 1억 명 이상도 가능하겠지요.


2020년 11월 SM 엔터에서 데뷔한 aespa는 4명의 멤버가 각자의 온라인 아바타와 함께 현실과 가상 그리고 그 중간인 디지털 세계에서 소통하고 교감하고 성장한다는 (조금 오글거리지만 아이돌이잖아요!) 콘셉트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대기업 사무직, 공무원, 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영역에서의 변화로 보이겠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현실과 가상현실이 연결되는 모습은 앞으로의 메타버스 산업이 단순히 젊은 이들의 유흥거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2) 가상과 가상의 연결 : 가상화폐와 NFT


그리고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가상현실과 가상현실의 연결입니다. 이전까지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그 서비스가 문을 닫게 되면 현실로 회수하지 못한 가상 자산은 無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즐겨했던 싸이월드가 문을 닫게 되자 그 안에 있었던 수많은 우리의 사진과 글, 추억들 (그리고 도토리들)은 시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지요. 아무리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서 많은 돈을 쓰고 아이템을 모은다고 하더라도 그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한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데이터 쪼가리로 남을 뿐입니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활성화될수록 수 없이 많은 플랫폼, 콘텐츠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겠지요. 그런데 만약 우리가 어느 메타버스 세상에서 즐기고 만들어 냈던 가치들이 어느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세상에서 온전히 몰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메타버스 세계관이 서로 연결되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만큼 아바타 등이 이동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재화로 표기될 수 있는 가상 자산의 이동은 가능할 것입니다. 앞에서 Roblox가 자체 가상화폐인 로벅스로 게임 내 경제가 운영된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산을 어느 가상화폐로 전환을 하고, 또 그 가상화폐가 ZEPETO로 넘어가면 그 안의 화폐로 일정한 비율에 따라 교환이 되는 구조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양 플랫폼의 유저들이 서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기 쉬워질 것입니다. 운영 업체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작은 플랫폼이 대형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가 커지겠지요. 하지만 작은 플랫폼 입장에서도 엄두도 내지 못했던 거대한 시장과 연결되는 기회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중요한 것이 가상화폐와 NFT입니다. 이들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소규모의 대이터들이 체인 형태로 무수히 연결되어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각종 가상자산의 큰 문제였던 신뢰 우려를 해소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가상화폐 시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파생된 것이 바로 NFT입니다. 온라인 상의 이미지는 복제, 배포가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미지 파일이라면 큰 문제는 없었겠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온라인 환경에서 미술 작품을 만들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할 경우에는 무단 복제로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NFT입니다.


21년 7월 일론 머스크의 전 애인으로 유명한 그라임스가 만든 컴퓨터 이미지 10점이 경매 시장에서 6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팔린 사례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컴퓨터 파일이 이 정도 가치에 팔렸다고 하면서 기겁할 사례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어느 유명한 예술가가 오프라인에서 그려낸 진품 예술품이라고 봅시다. 그럼 가격이 수긍이 되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경매에서 팔린 이미지 파일들은 NFT 기능을 이용해서 진품을 표시한 세상에서 단 1개인 이미지였습니다. 즉 희소한 예술품과 같이 세계에서 단 1개이며, 소유권을 명확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것이지요.


이러한 NFT 시장은 디지털 아트 시장을 넘어 게임, 수집품, 노래 등 다양한 창작의 영역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많았던 온라인 창작 시장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작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그것이 제 가치를 인정받는 만큼 창작자의 수는 늘어갈 것이고 그만큼 관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공간의 제약을 넘어 거대한 투자 시장이 될 것입니다. 비밀스러운 고급 공간에서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신사 숙녀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수억, 수십억을 배팅하는 시장에 일반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이라는 점이죠.


먼 미래에 우리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A 메타버스에서 B 메타버스로 이동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환전을 하듯이 가상화폐를 교환하여 다른 메타버스에서 활동을 하게 되겠지요. 지금의 글로벌 세상이 자유 무역과 사람의 교류에 따라 확장되고 발전했듯이, 메타버스 세상 또한 같은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곳이 어디든 간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그곳은 곧 어마어마한 기회로 연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메타버스 세상이 진정한 우리에게 진정한 신대륙으로 다가오겠지요.



4. 어쩌면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찾을지도 모른다

- 다른 이들과의 교류, 소중한 과거와 추억,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


이번 장은 조금 감성적으로 되어볼까 합니다. 제가 메타버스에서 기대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수익만이 아닙니다. 제가 진정으로 꿈꾸는 메타버스 세상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들을 잠시라도 되찾아 줄 수 있는 세상입니다.


(1) 교류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많은 이들이 게임 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저 또한 과거 대학생 때 즐기던 게임 세상에 돌아왔었지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공공의 보건 안전도 지키면서 큰돈을 쓰지 않고도 퇴근 후의 삶을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 저는 게임이라고 하면 쉽게 연상되는 은둔형 외톨이의 삶이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 시절보다 더 확대되는 교류의 삶을 경험하였습니다. 당장 대학교 시절 같이 게임을 즐기던 선후배, 동기들이 다시 의기투합하였습니다. (그때의 용사들이 다시 돌아왔다!) 제 아바타의 아이디는 15년 전의 아이디를 그대로였는데, 온라인 상에서 그때 XX서버에서 활동하던 OO님 아니세요?라는 식으로 여기저기서 과거의 인연들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공통된 목적으로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인연들도 만들어 갔습니다.


(교류에 대한 갈증이 만든 SNS산업 / 출처 : PIXABAY)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보면서 왜 게임을 끊지 못하냐?라는 말을 하면서 혀를 찹니다. 그런데 젊은 세대에게 있어 게임은 단순한 잠시의 유흥거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웃고 울고 교류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기성세대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 또한 이렇게 반문합니다. 왜 어제도 마시고 오늘도 마시면서 내일도 마실 예정인 술자리를 그렇게 끊지 못하시나요? 서로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술은 온라인 상으로 마시지 못하지만 교류는 온라인 상에서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적고 보면 꽤나 젊은 세대들도 이해할 만하지 않으신가요?


(2) 과거와 추억


조금 더 진지해져 봅시다. 다들 한 번쯤은 어릴 때 거닐었던 골목길이나 어릴 때의 친구들, 그리고 첫사랑을 꿈에서 만난 기억들을 가지고 계시리라 봅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을 상상하며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TV를 보면서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메타버스 공간은 이러한 소중한 과거와 추억을 이전보다 더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게 해 줄지 모릅니다. 현실의 힙지로가 가상공간에서는 더욱 쉽게 구현될 수 있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기록해둔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과거의 순수했던 배우자와의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더 이상은 조금 위험해지니 이 정도로 표현하겠습니다)


때로는 교육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겠지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던 시기의 메타버스로 돌아가 우리가 직접 옆에서 그때를 체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꼬마 고인돌 빠삐꼬의 시대로 가서 불이 얼마나 인류에게 위대한 진보인지를 이해할 수 있겠지요. 인간의 감각을 최대한 흉내 낸 메타버스는 가상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더욱더 과거를 잘 이해하고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단지 소중한 과거로 잠시 돌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을 살아갈 우리에게 큰 힘과 지혜를 줄 수 있겠지요.


(3)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MBC에서 방영한 '너를 만났다'라는 프로를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프로를 접하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와서 이 프로에 대해서는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겁고 명확한 것이겠지만 메타버스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아주 잠시라도 만나게 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앞의 7. 메타버스가 줄여줄 시행착오들 chapter에서 인용했던 일본의 판타지 소설 '오버로드'에서 등장하는 표현을 따 와 보겠습니다.


모몬가(스즈키 사토루씨)는 세계를 바라보았다. 달과 별에서 쏟아지는 청백색 빛이 대지에서 어둠을 밀어낸다. 초원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세계 전체가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모몬가는 옛 동료를 떠올렸다. 바위 같은 얼굴에 멋쩍은 웃음을 짓던 - 밤하늘을 사랑하던 남자를.

그가 좋아했던 것은 자연이었다. 환경오염으로 이제는 거의 잃어버린 광경,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광경을 보기 위해 그는 게임에 참여했고 그가 이상으로 삼았던 세계를 게임 속 세상에서 구현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지금도 도시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환경이 더욱 오염돼 갈수록 우리 인류는 소중했던 수많은 것들을 다시 찾지 못하고 잃어버릴게 될 것입니다. 호주에 위치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인 대보초 (Great Barrier Reef)는 해양 오염에 따라 그 아름다운 빛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세계의 지붕을 덮고 있던 만년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 아마존 정글 등 인간의 손길로부터 보호받고 있던 공간도 인간의 손길에 따른 자연의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을 생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생물들은 다시는 우리 지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한 자연 / 출처 : PIXABAY)

어쩌면 너무 늦어버린 우리는 앞으로 많은 것들을 영영 잃어버린 아쉬움을 다스리기 위해 가상세계를 드나들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5. 사행성 타령할 때가 아닐 텐데

- 하라는 투자는 안 하고!


이것으로 이번 chapter를 접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메타버스'를 말하면 그거 게임 아니야?라는 말에 조금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이런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매우 유명한 이미지인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가 불과 몇 년 전의 부모님들의 단골 레퍼토리였지요. 당장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던 게임의 셧다운제가 폐지 결정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전 세계적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문화가 탄생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꽤나 기적 같은 행운과 우연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의 엔터 산업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을 보고 마음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시간이 흘러서 이런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딴따라나 방구석 폐인에 대한 이미지가 이전보다는 나아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메타버스에서 열린 문화정보화 협의회 /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 )


늦었지만 정부 또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를 포함한 신산업 육성을 디지털 뉴딜이라는 분과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유수의 대기업들이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하여 실질적으로 자금 투입도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 영역은 우리보다 몇 배는 거대한 글로벌 강국과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과 정면을 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콘텐츠와 같은 소프트 파워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산업입니다. 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빅 테크,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동안 중국이 가진 공산주의 체제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한 위와 같은 산업들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들이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옷을 벗고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것은 꽤나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겠지요.


부디 지금의 움직임이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리고 유력 정치인 분들도 LOL 게임 몇 번 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잠시 이벤트 성으로 이용한 것 만으로 메타버스를 이해한 척하지 마시고, 이쪽 영역으로도 진지한 접근을 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법조인, 시민 운동가, 진지하고 근엄하신 학자 분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 체계에서는 조금 과한 기대가 되려나요? 우리가 몇 년 전에 들었던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외침을 조금 뒤의 미래에 하라는 투자는 안 하고!라는 말로 바꿔서 하지 않도록 기도하며 이번 chapter는 이 정도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전 13화 새로운 세계의 공장과 신성장 산업을 찾아라!(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