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돌아보면, 나는 많은 것을 해냈고 그만큼 많이 배웠다. 그 과정에는 늘 감사와 부끄러움, 성취와 망설임이 함께 있었다. 이 글의 제목을 '이제는 울지 말자'라고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더 이상 울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기보다, 눈물로 지나온 시간을 이제는 차분한 태도로 안고 가겠다는 마음이다.
나는 여성가족플라자의 블로거로 활동하며 한 해를 보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나는 컴퓨터 사용이 서툴러 일상적인 작업조차 두려워하던 사람이었다. 이 활동은 '잘하고 싶어서'라기보다 '컴퓨터를 익히기 위해서' 선택한 일이었다. 배우기만 하고 활용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나 자신에게 도망치지 않을 이유도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다.
메일을 보내는 일, 사진을 정리해 첨부하는 일, 마감에 맞춰 글을 전달하는 일까지. 지금은 당연해진 이 과정들이 처음에는 하나같이 벽처럼 느껴졌다.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은 늘 조심스러웠고, 실수할 때마다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질문을 멈추지 않았고, 그만두지 않았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부터는 '두려움'보다는 '익숙함'이 앞서기 시작했다.
블로그 활동과 더불어 나는 여러 공적인 자리에도 참여했다. 통역 봉사로 외국인들에게 지역 안내를 하였고,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그 하나하나가 대단한 업적은 아닐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분명한 의미가 있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선뜻 나서지 못했을 일들이었고, 감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경험들이었다.
오늘 성과 공유회에 참석하며 그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개인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나는 비교적 담담하게 말을 마쳤다. 하지만 담당자가 '선생님의 그 과정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떠올리니 저도 울컥했어요'라고 말했을 때, 나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 말은 나의 노력을 평가하는 말이라기보다, 나의 시간을 이해해 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부끄러웠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눈물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한 해를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서 이 활동이 나를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그리고 여성가족플라자라는 공간이 나에게 어떤 배움의 장이 되었는지를 솔직하게 전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결과보다 태도가 달라졌다. '못한다'는 말 대신 '해보겠다'는 말을 선택하게 되었고, 나이와 경험을 이유로 뒤로 물러서기보다 지금의 나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이 든 내가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충분히 배웠고, 이미 충분히 걸어왔다는 믿음 위에서, 앞으로는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나아가고 싶다.
올 한 해는 내게 조용한 전환점이었다. 봉사, 글과 기록 그리고 수많은 질문의 시간들.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고, 여전히 완성 중이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해냈고, 나는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나는 눈물 대신 고개를 들어 말할 수 있다.
잘 해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