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 결론도 남기지 않기로 했다.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를 시작한다. 한 해를 돌아보고, 잘한 일과 아쉬운 일을 구분하고, 내년을 향한 다짐을 준비한다. 그 과정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늘만큼은 그 흐름에 서둘러 올라타고 싶지않다.
잘한 날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애쓴 순간과 미뤄둔 순간이 뒤섞여있다. 그 모든 시간을 오늘 하나의 문장으로 묶기에는 아직 마음이 따라 오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두는 것도, 지금의 나에게는 허락해도 되는 일처럼 느껴진다.
집 안은 비교적 조용하다. 창밖에서는 연말의 분주함이 이어지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차분하다. 모두가 같은 속도로 이 날을 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에게는 오늘이 하나의 마침표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반면에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하루일 뿐일 수도 있다.
나는 오늘 하루를 남겨두고 싶다. 의미를 크게 붙이지도, 교훈을 서둘러 찾지도 않은 채로, 오늘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결론을 남기지 않기로 한 것은, 포기해서가 아니다. 지금은 말을 아끼고, 숨을 고르는 쪽이 나에게 더 어울린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은 2025년 12월 31일이다.
그 하루를, 그대로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