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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이야기: 행운처럼 만난 프티팔레에서

그랑팔레를 포기하고 쁘티팔레에서 만난 행운 같은 선물

by Selly 정

파리에서 살다 보니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매일 타는 지하철 통로에서 우연히 본 포스터 하나가 계속 눈에 밟히는 것 말이다.

브라질 출신 작가 에르네스토 네토의 'Nosso Barco Tambor Terra'라는 작품이었다. 화려한 색감에 꿈같은 설치 작품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다. 하지만 뭔가 끌렸다. 브라질 작가라니, 신선했다.

"그랑팔레 가야겠다."

마음먹기는 쉬웠다. 인터넷 예매는 왠지 복잡할 것 같아서 현장에서 표를 사기로 했다. 설마 사람이 그렇게 많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도 있었고.

그런데 멀리서부터 보이는 긴 줄을 보는 순간, "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매한 사람 줄, 현장 구매 줄. 두 줄로 나뉘어 서 있는 사람들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늘 날씨는 31도가 넘는 폭염이었다.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줄을 서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유럽 사람들이야 선탠을 즐기는 민족이니 괜찮겠지만, 햇볕을 피하고 싶어 하는 동양인인 내겐 고문 같았다. 땀은 줄줄 흐르고, 목은 타고, 얼굴은 따갑고...

"에잇, 다음에 오자."

파리에 살고 있으니까 언제든 올 수 있지 않나. 전시가 오늘까지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합리화하며 긴 줄에서 벗어났다.

그때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쁘티팔레가 보였다.

"아, 저기?"

예전에 한 번 가본 곳이긴 했지만, 지금 이 더위에는 어디든 시원한 실내가 천국 아닌가. 게다가 뭔가 다른 전시도 하는 것 같았다. 저번에 못 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좋아, 오늘은 쁘티팔레다."

마음을 바꾸고 천천히 쁘티팔레를 향해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가며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예전과 뭔가 달랐다. 티켓 판매소 문이 굳게 잠겨 있고, 바로 메인 홀 입구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간단한 가방 검사만 받고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어? 무료야?"

뜨거운 햇볕에서 시원한 궁전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냉장고 속 같았다. 딱 동굴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이렇게 공짜로 이런 멋진 곳을 구경하게 되다니!

시간은 충분했다. 밖은 여전히 덥고, 오늘은 급할 일도 없는 날이었다.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하니 예전에 못 봤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 이런 작품도 있었구나?"

1층부터 2층, 0층까지 샅샅이 돌아다녔다.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다리는 아팠지만 기분은 좋았다. 작품도 구경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그런데 안전요원들이 곧 문을 닫는다고 했다. 여기저기 입장 금지 테이프가 설치되고 있었다. 아쉽지만 나갈 시간이었다.

공짜 선물을 받은 기분으로 행복하게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마침 버스가 오고 있었다.

그랑팔레를 가려다가 우연히 무료 관람을 하게 된 오늘. 이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나 마셔야겠다. 차가운 얼음 동동 띄운 제로 맥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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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 d’Arc (잔 다르크) -Henri Chapu (앙리 샤푸) 과 Oedipus at Colonus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Jean--Baptiste Hug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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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elia (오필리아) - 작가: Jan Styka (얀 스티카) 과 Book of Stacks, Stacks of Books ,작가 : Jared B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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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보댕 무덤 조각- 에메 밀레 과 뉘워진 여인상 (비너스/바쿠스의 여인 추정) (19세기 프랑스 조각가, 추정)



쁘티 팔레는 어떤 곳인가?

쁘티 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건축가 샤를 지로(Charles Girault)가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현재 파리 시립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la Ville de Paris)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회화, 조각, 판화, 장식 예술 등 다양한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상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멋진 정원과 카페도 있어 도심 속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쁘티 팔레는 프랑스 예술뿐 아니라 이탈리아, 플랑드르, 그리스, 로마 등 다국적 예술가들의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과 건축의 진수가 어우러진 파리의 대표적인 미술관입니다.



현재 쁘티 팔레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쁘티 팔레에서 볼 수 있는 작품

1.유명 화가들의 회화 : 렘브란트(Rembrandt), 루벤스(Rubens), 프라고나르(Fragonard), 쿠르베(Courbet), 모네(Monet), 세잔(Cézanne), 모딜리아니(Modigliani), 들라크루아(Delacroix), 시슬리(Sisley), 르누아르(Renoir) 등 프랑스 및 유럽 거장들의 대표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조각: 로댕(Rodin), 마이욜(Maillol) 등 유명 조각가의 작품도 볼 수 있습니다.

3.판화 및 그래픽 아트 : 뒤러(Dürer), 고야(Goya), 툴루즈 로트렉(Toulouse-Lautrec) 등 판화 거장들의 작품도 소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오귀스트와 외젠 뒤튀 형제의 기증품을 바탕으로 한 판화 컬렉션이 유명합니다.

4.장식 예술 및 오브제 : 금세공품, 도자기, 가구 등 다양한 장식 예술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5.거리 예술 및 현대 작품 : 최근에는 세스(Ces), 인베이더(Invader),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오베이), 허쉬(Hush), 스운(Swoon), 코너 해링턴(Connor Harrington), 디페이스(DFace), 인티(Inti) 등 거리 예술가들의 작품도 특별 전시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쁘티 팔레의 위치

1.주소: Avenue Winston Churchill, 75008 Paris, France627

2.주요 랜드마크와의 관계: 샹젤리제 거리 바로 옆, 그랑 팔레(Grand Palais)와 마주 보고 있으며, 알렉상드르 3세 다리와도 가까워 파리 중심부의 주요 관광지와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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