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많이 사랑한다.
아들아,
너는 지금 친구 집으로 놀러 갔구나.
잠깐 너 생각이 나서,
이렇게 또 글을 쓴단다.
현충일이었지.
우리 둘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갔었어.
'드래곤 길들이기'라는 영화를, 코엑스에서 MX4D로 관람했었지.
너는 영화 보기 전부터 정말 신이 나 있었고,
엄마도 그 기분이 전해져서 즐거웠단다.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우리 모처럼 같이 지하철을 탔구나.
항상 버스만 타고 다녔었는데 말이야.
봉은사역에 도착하니,
네가 앞장서서 엄마를 안내해 줬지.
엄마는 코엑스 길을 잘 몰라서 헤맬 뻔했는데,
너 덕분에 무사히 찾을 수 있었단다.
참 고맙고, 든든했어.
영화 시작 전에 네가 말했지.
“엄마, 좌석이 움직이는 영화관이라 좀 무서울까 봐 걱정돼요.”
그래서 엄마는 너를 안심시켜줬단다.
너도 금세 괜찮아졌지.
MX4D 좌석은 팝콘 먹기가 힘들 것 같아서
너가 먹고 싶다 했지만, 그땐 사지 않았어.
대신 영화에 집중했는데,
우리 둘 다 정말 재미있게 봤지?
드래곤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엄마는 특히 마음에 들었단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그 분위기가,
참 감동적이었어.
요즘 인간은 자연을 너무 많이 파괴하고 있어.
편한 것만 찾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살려고 하지.
그래서 엄마는 문득,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아름다운 자연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되었단다.
기후는 어떻게 변할지,
자연은 얼마나 망가질지…
마음이 참 무거워졌어.
영화를 보고 우리는
너가 좋아하는 ‘호호식당’에 가서 함박스테이크를 먹었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기다렸지만,
영풍문고에 들러 함께 책도 보고
시간 맞춰 줄을 서서 5시에 밥을 먹었단다.
아주 맛있게 먹는 너를 보며
엄마는 참 행복했어.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는 네게 더 많은 대화를 걸고,
더 많이 들어주고,
온 몸을 다해 경청하고 싶은데
요즘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러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리고 엄마가 화를 내는 순간들도 있었지.
감정 조절이 잘 안 될 때도 많고
표현도 서툰 엄마라서…
엄마가 아직 부족한 사람인가 봐.
오늘도 네게 소리를 질러서
미안했단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네가 마음 상하지 않았을까 자꾸 생각이 나.
미안해, 아들.
그런 엄마지만,
너와 멀어지지 않고
친근하고, 따뜻한 관계로 살아가고 싶단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배워라.
모르면 알려고 노력하고,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항상 겸손하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아이로 자라주렴.
많이 웃으며 살거라.
오늘도 너가 아주 조금 미웠지만
그래도 많이 사랑한다.
너무 잔소리만 잔뜩 적어서 머리 아픈건 아니지 아들?
엄마 잔소리좀 줄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