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에 스타트업에 취업해 기획 일을 시작해 5년간 일하고,
28살에 서울로 상경해 마케팅 광고대행사에 이직해 AE로 2년간 일했다.
30살이 되는 올해,
"1년간 회사에 들어가지 않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퇴사를 했다.
오늘로 퇴사한 지 약 한 달이 지났고,
만나는 사람들 마다 "얼굴 진짜 좋아 보이네"라는 말을 해준다.
5년간 일했던 스타트업에서는 좋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
2년간 일했던 광고대행사에서도 물론 배울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나의 서울 상경기에는 모든 것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직장인 누구나 마음속 사직서 하나는 품고 살고 있고,
나는 두 번째 회사에 입사한 지 3주 정도 되었을 때부터 사직서를 내놓고 싶어 고민했다.
내가 첫 회사를 좋아했던 이유는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좋은 평가를 받고 끝냈을 때의 그 만족감을 한번 맛보면,
계속해서 더 무언가를 맡기더라도 잘 해내는 나를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한 이유,
그리고 지금 프리워커를 도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책임지고 싶다.
내가 선택한 대로 일을 하면 그 결과가 안 좋았을 때 다시 돌아보게 되고,
성장의 폭이 훨씬 크다는 걸 아주 확실히 안다.
첫 번째 회사를 퇴사했을 때는 '서울에 있는 더 좋은 회사'를 들어가고 싶었고,
이직을 준비하는 공백기가 조금은 불안했었다.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한 지금은 내가 또 금방 불안해져서 어떤 회사를 덜컥 들어가게 될까 봐
'1년간 회사에 취직하지 않기'를 목표로 세우고 다양한 도전을 앞두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프리워커라고 하기는 뭐 하고
백수가 된 지 한 달간의 일상을 정리하자면, 우선 한 달 동안 4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친구들이랑 알게 된 지 10주년 기념으로 베트남 사파에 다녀왔다.
(유튜브 브이로그 편집하면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계속 아른아른..)
제일 멋있었던 건 3대가 덕을 쌓아야지만 볼 수 있는 판시판의 뷰였고,
제일 행복한 시간은 친구들이랑 맥주 마시며 수다 떠는 시간이다.
동남아 가면 맥주 고래가 되는데, 아침부터 맥주 먹는 친구들을 보니.. 나는 비빌 짬이 아니었다.
그 외에도 무계획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국내, 제주도 여행을 두 번 다녀왔고
마침 같이 백수가 된 나의 첫 회사 사수와 캠핑도 다녀왔다.
아직은 프리워커라고 말하기에는 백수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어쨌든 프리워커든 백수든 좋은 점
평일에 여행 갈 수 있고, 평일에 술 마실 때 부담감이 없다.
어차피 1년간의 공백이자 도전을 나와 약속한 이상,
'이걸 내가 하기에는 좀..' 싶은 거를 한번 1년간 지속해 보기로 했다.
3년 전에 개설하고 서울 상경 후 거의 업로드하지 못했던 유튜브 영상을 다시 한번 꾸준히 올려보려고 한다.
이미 엄청난 레드오션이기도 하지만, 뭐 1년간 해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
영상 편집에 재미를 느껴서 편집 외주도 해보고 싶은데, 그 레퍼런스를 쌓는 느낌으로도 하고 있다.
노트북도 하나 샀다.
앞으로 최소 백수, 최대 프리워커의 삶일 나에게 좀 큰 지출일 수 있지만.
여태까지 쓰던 맥북이 좀 버벅거려서, 뭐 다시 벌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샀다.
그리고 꽤 오랜 기간 멀리하고 있던 책도 요즘 간간히 읽는다.
이 모든 게 얼마나 갈진 두고 봐야 하긴 한다.
나는 어떤 열정 넘치는 사람들처럼,
핸들이 고장 난 트럭처럼 질주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한번 시작하면 꾸준하게 해내는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의 장점을 살려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이 1년간의 생활을 잘 도전해보고 싶다.
어쨌든 퇴사 한 달 차의 나는 아주 매우 만족.
이렇게 정신 건강이 좋아지면 오히려 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른, 한번 달려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