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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게을러도, 돈 벌 수 있을까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퇴사 후 4개월차의 서른

by 마켓허

조금 게으른 탓에, 조금 많이 늦게 4번째 글을 쓴다.


사실 블로그도, 브런치도 퇴사하고 남는게 시간인 탓에

그리고 뭐라도 계속 해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브런치처럼 블로그도 멈춰있는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4월은 직장 다닐 때 월급의 80%, 5월은 직장 다닐 때 월급수준을 회복했다. (세후 기준이지만..)

그래도 내 목표는 올해 안에 내가 받던 월급을 내 힘으로 벌어보기였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그 날이 왔다.

그렇다고 다음달, 그리고 다다음달도 이 돈을 벌 수 있는 장담은 없다.


조금 게으른 탓에 내 몸뚱아리 하나 책임질 수 있는 돈을 버니,

그 외의 더 확장성을 고민하지 않고 남은 시간들은 여유있게 썼다.


제주도랑 울산으로 워케이션도 다녀오고,

전주로 태안으로 화성으로 대전으로 국내를 알차게 돌아다녔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내 일터가 될 수 있는게 좋다. 내가 생각했던 프리랜서의 최대 장점.

하지만 친구랑 같이 간 여행에서도 연차를 낸 친구와는 달리, 나는 종종 해야하는 일이 생겨 양해를 구하고 잠시 노트북을 펴야했다.

직장인일 때는 연차를 쓰면 인계자가 있지만(그래도 연락은 오지만),

나는 내가 인계자이자 인수자이다. 그냥 없다는 말이다.


그 동안, 지난 글에서 적었듯이 새로운 제안서 작업을 진행했고

너무 운좋게도 한번에 제안 수주를 했다!!!!!

그 뒤에 하나 더 제안서 작업을 했는데 그건 아쉽게도 수주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수주한 프로젝트는 강남구청에서 진행하는 플리마켓 사업이고,

회사 대표의 요청으로 사업 진행 PM까지 담당하게 됐다.

플리마켓은 내가 처음으로 직장인이 되고나서 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어려운 과업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프로젝트 디렉 역할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실무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


제안서나, 운영안, 영상, 디자인 등 결과물이 명확한 것은 비용으로 책정하기 쉽지만,

실행 PM의 경우에는 비용으로 책정하는게 참 애매한 것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이 돈 받고 이것까지 해줘야해?'라는 생각이 저 속내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오지만,

항상 감사하럤으니 나에게 일이 주어진게 어디냐라며 프리랜서 마인드를 다시 장착해본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2명의 저연차 기획자들을 붙여주셨다.

(두명 다 1년이 채 안된 사회초년생이란걸 알게되고.. 대표님께 살짝 배신감이 들었지만..)


업무 소통하는 과정에서 한번의 참회를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영상 스토리보드를 2개 안으로 구성하는 업무를 요청하였는데, 작업 데드라인에 1개안만 전달이 와서

나머지 1개안은 어딨냐니까, 일러스트형은 할 줄 몰라서 못했단다..!


데드라인 전날 통화로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같이 논의도 했는데,

데드라인 당일날 막막해서 못했다고 하는 0년차.

그래서 카톡으로 '우선, 요청 드린 업무 중에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미리미리 말씀 주셔야해요. 데드라인까지 아무 이야기 없다가, 당일에 못했다고 하시면 안됩니다.'라고 보냈다.


추가로 통화하면서 어떻게 작업하면 되는지 디테일한 가이드를 다시 드렸고 일단락됐다.


오후에는, 똑같은 분이 나에게 또 연락이 왔다.

디자이너가 포스터 작업에 문의 사항이 있어서 문의가 왔는데 혼자 컨택하기에는 양이 많아 우리 실무 카톡방에 초대를 하자는 의견이었다.

'네네 카톡방을 만드는건 좋은데, 여기는 또 실무 내용이라 OO님, 저, 디자이너분 있는 톡방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저 내용에 대한 대답을 하는데에 있어서 제가 알아야 할 내용이 있나요? 저 부분에 대한 대답을 하기가 어려우신걸까요?' 라고 보냈다.

디자이너가 문의한 내용을 캡처로 보내줬는데, 너무 간단한 내용이라 이걸 내가 알아야해서 카톡방을 만들자고? 저거를 대답하지 못할정도로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정도인가?를 정말 진심으로 궁금해서 알고 싶었다.


근데 내 말투가 까칠했던 탓인지, 그 이후 장문의 카톡이 왔다..@_@

감정이 한 2%정도 섞인 카톡인 것 같았는데 업무적으로 이후 내용은 잘 정리했으나,

괜히 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됐다.

좀 까칠했나.. 싶어 개인톡으로 혹시 말투가 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내 말투가 좀 까칠했다, 아니었다라는 건 이후 친구들을 만나 물어봤는데

대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까칠했다이고,

고등학교 친구와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사과를 왜했냐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까칠해 보일 수 있는 말이라면 조심해보는건 좋은 것 같아, 요즘 무던히 노력중이다.

그런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인의 평가가 보다는

내가 보낸 메시지를 다시 돌아봤을 때,

나의 퇴사 이유 중 꽤 큰 나의 직장 상사 말투와 닮아있는 것 같아서였다.


내가 '정말 싫다', '왜 저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잘 하던일도 하기 싫어지겠다'라고 생각했던 그 상사에게 그래도 몇년간 영향을 받아서인지 짚고 넘어가야할 일이 있을 때 비슷한 말투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오름. 각성해야지.


개인 브이로그도 하면서, 내가 쓰는 말투를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 할 수 있는 때가 많다.

주로 가장 가까운 연인 사이에 나의 톡 쏘는 말투가 나오는 걸 종종 본다.


그래서 요즘 나는 부드러운 말투, 언어, 단어를 쓰는 것이 주요 관심사이다.

책방에 와서 브런치를 작성 중인데 옆에 가져다 놓은 책도 '언어의 온도'이다.


나의 요즘 관심사를 적다보니 게으른 프리랜서의 이야기가 조금 맥락을 잃었지만,

게으른 프리랜서인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매달 고정으로 하는 업무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조금의 안정적인 수입원은 생겼지만

나는 지금 혼자여서 괜찮지만,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도

혹은 그대로 혼자여도 나이가 들면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아주 조금은 든다.


그래도.... 그래도....

회사로 다시 돌아가기는 참으로 싫다.


조금 덜 게을러져서, 일할 수 있는 최전성기일 때 돈을 더 많이 벌어봐야지 하는

그럴듯한, 일기장에 쓰기 좋은 듯한 다짐은 하지만

속내는 지금 나의 여유와 행복을 즐기자라는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쓰는 프리랜서 도전기는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어느 여유로운 평일,

카페에 앉아있을 날에 또 끄적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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