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앞두고 청소하면서

by 요나와물고기

어린시절 아버지가 보증 사기를 당하고 난 뒤 우리집은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그런 사정을 알리 없었던 어린 나는 그저 이사를 한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고, 형편이 바뀌어 이사를 할 때마다 '엄마 난 이사할 때가 제일 좋다'라는 철없는 이야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되었던 나이였으니 이해한다.

어린 나는 작은 공간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시간들이 지루하고 따분했었나보다. 그 시절 어린나이의 천진난만함을 채우기 위해 나는 음악을 듣고, 이사가는 날을 기다렸다.

지금은 원룸에서 내 방을 치우며 살고 있다. 휴지를 몇장 들고 바닥을 훔치는데 어린 시절이 떠올라버렸다. 우리집은 정리가 덜 된 집으로 이사를 가서 그런지 어른 손가락 세마디 만한 바퀴벌레가 심심찮게 모습을 보이던 곳이었다. 잘 때, 밥먹을 때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툭 툭 떨어지기도 하였다.

그때부터인가 나는 바퀴벌레라는 말을 들으면 그러려니 하거나 약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데, 주변과는 아주 상극이 된다. (내가 영화 맨인블랙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퀴벌레를 다루기 때문이다)

한 동료가 최근에 차에 대한 질문을 했다. 비싼 차를 몰고다니는 것이 괜찮냐는 질문이었다. 내 답변을 기다린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한번 생각해보았다. 난 본인의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를 볼 때마다 내가 이 차를 사기까지 했던 노력들을 떠올리며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촉매가 된다면, 난 차를 끌고다니며 자부심을 느끼는 것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 MZ깡패들의 부당한 이득과 그걸로 산 차와는 다르게 말이다.

난 차를 좋아하지만, 운전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차 말고 살펴야 될 게 많아서 관심을 못가지기도 하고, 고급 스포츠카를 탈만큼 돈이 많지도 않기 때문이다.

근데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고급 스포츠카를 타면 내 마음에 만족이 있을까 물었을 때,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필요가 없다. 난 내 집 바닥이 더 좋다. 지금은 깨끗한 집바닥이 내겐 자극제가 된다. 내 친형은 내 차보다 꽤 좋은 차를 타는데, 타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아마 내가 돈을 모아 살 때쯤이면 다른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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