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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이는 것도 연습이야.

by 최지안

최근 니가 나에게 물었어

" 엄마, 나중에 죽어서 우리가 서로 못알아보면 어떻해? "


이제 막 7살이 된 아이가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 이후의 일까지 생각한다니

참 놀랐다


생각해 보면 엄마의 어린시절도 그랬어.

유별났지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8살 때

외할머니 미용실 옆에 개척교회가 들어오면서

교회를 나갔고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사실도 충격 이었어

지옥에 가도 걱정이지만

천국에 가도

영원히 뭐하고 살까?


삶은 ..

끊임없는 고민이고

죽음 이후를 생각했을 때

마치 이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아주 공허하고 외로운 감정이 들기도 해


그래서 그런 감정이 들 떄는

갑자기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안절부절 못하기도 하지.


누구나 근본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한단다


엄마는 죽음이 너무 무섭고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면

내가 죽는다면.. 어떻할까

라는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


어쩌면 그건 타고난 성향이 예민해서 일 수도

외로운 환경에서 자라서 일 수도 있어


니가 죽어서 못 만나는거 아니냐는 질문을 했을 때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덤덤하기도 했어


예전과 달라진 점이 바로 그거야

엄마는..

그냥 받아들이기도 했거든


죽음 이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아보든

알아보지 못하든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고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

그걸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인생은 ..

받아들이는 연습같은 거야


누군가의 죽음도

나에게 닥친 현실도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도

모두 주어진 것은 빨리 받아들여야

그 다음 걸음을 나아갈 수 있어!


사실 이건 매우 중요한 사실이야

생각해보면 엄마는 이상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거든?

그래서 그 정도 그릇이 되는 사람인 줄 알았어


자기계발의 부작용? 것일수도 있지만

" 나는 백억을 번 사람이다. "

" 나는 월 1억을 벌고 있다. "

이런 확언을 쓰면서 자기최면을 걸기도 하고

시크릿 이라는 책의 내용 처럼

내가 원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나의 무의식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지!


물론 너무나 좋은 내용들이야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면

괴로움도 큰 법! 그리고 옛 어르신들 말씀처럼

헛물켠다고 그냥 헛된 희망속에서

나를 돌아보기 보다 광할한 미래만 꿈꾸다가

자칫 중요한 것들을 놓칠수가 있지


지금의 엄마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미래를 꿈꾸기로 했어


나의 그릇을

나의 실력을

나의 능력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노력과 계획을 꾸리게 된 거지.


무작정 미래를 꿈꾸는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점검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건 엄연히 다르단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고

가지고있는 체력 정신력이 다르거든


어떤 방법이 나에게 맞는 건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게 나에게 맞는건지를

찾아나가는것이 더 중요해


무슨일을 하든

내가 업으로 삼는 일이라면

오래해야 하고

그 일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니까


그래야 여유라는 것도 생긴단다

여유가 생겨야 돈이 따라오는 것 같아


너도 마늘을 먹고자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분명 성질이 조급하고

뭔가 빨리 이루기를 바라겠지만

조급하면 진다는 말을 명심해


조급한 사람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확률이 높거든!


큰 꿈과 비젼을 갖지 말라는 얘기가 아닌 거 알지?

말 그대로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

감성적으로 느껴야 할 부분을

나눠서 구분하라는 말이란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경험을 통해

니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모르곘지만


엄마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어떤 일이 벌어지든

원망하고 슬퍼하고 한탄하는 것보다

그 일을 빨리 받아들이고

거기서 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야!


받아들이는 연습.

이것도

살아가면서 중요한 능력이니까


니가 나중에 나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도

한편으로는 슬프게

한편으로는 기쁘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건강하게 살다가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한 많은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의 죽음을

속 시원하게 생각해줘


그리고 살아서는 다시 볼 수 없음에 슬퍼도 해줘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사람은 받아들이는 만큼 성숙해 지고

마음은 단련할 수록 정금이 되니까.


니가 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엄마도 같이 이 글을 보면서 행복해 했음 좋겠다


- 오늘도 꼰대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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