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숨을 쉴만한 구멍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엄마는...
그 숨구멍 하나 마련하지 못해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거든
공황장애로 오랜 시간 고생하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경직된 사람인지
시야가 좁은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단다.
누구나 극한의 고통 속에서 하나씩 발견하는 보물 같은 게 있거든?
아둔하고 유연하지 못한 삶의 태도
엄마는 그걸 바라보게 된 것 같아.
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도전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은 나의 작은 아집과 고집 그리고 편견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숨 쉴 구멍조차 없었던 거지.
해녀가 그 깊은 바닷속에서도 물질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중간중간 나와서 쉬는 숨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아무리 깊은 바닷속에서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한순간을 만들어 놓아야 살아갈 수 있단다.
누군가를 그 숨구멍을 취미생활 이라고도 하고
휴식이라고도 해
하지만 엄마 생각은 좀 달라
무작정 쉰다고
좋아지지 않더라
쉰다는 건
마음이 편해지고
긴장이 풀어지는 건데
경직된 사람들은 집에서 티브이보고
쉬는 것도 굉장히 불편하거든
시간낭비 하는 것 같은 죄책감
우울함만 더해가는 회피성 휴식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는 휴식을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란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글 쓰는 일이야
글을 쓰면 마음이 비워지고
생각이 좀 더 유연해 지거든
이 사실을 알기까지 엄마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처음 글을 썼을 때는 그냥 신세한탄이었고
답답한 마음에 끄적여 본 거거든
쓰다 보니..
마음이 정리된다는 걸 알게 되고
이 시간이 휴식이라는 걸 알게 된 거지.
나의 작은 숨구멍은 글쓰기였어
너의 작은 숨은 어떤 것일까.
우리 딸이 세상에서 숨 쉬는 법을 좀 더 빨리 알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우리는 숨 막히는 세상살이 속에서
그 작은 숨을 쉬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같아
최근 기상캐스터 한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직장 내 괴롭힘, 왕따, 여러 가지 고통스러운 정황들이
발견되었고 유서도 발견되었지.
그렇게 꽃다운 나이에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숨 막히고 고통스러웠을까.
감히 예상해 보건대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
그 기상캐스터가 숨 쉴 수 있는
한 순간이 었었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안타까움도 있었어.
네가 제대로 숨 쉬면서 살 수 있는 세상
그리고 숨 쉬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 스스로도 찾아갔으면 좋겠어
너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은 무언지
너를 비우고 새롭게 채워주는 것은 무언지
너의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언지
그 숨 한번 쉬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평생 지옥에서 사는 사람도 많단다.
아주 어릴 때는 모든 숨이 다 웃음 이었는데 말이야
요즘들어 내일이 기대된다고 빨리 어린이집 가고 싶다는
너의 말을 들을 때마다
" 내가 저렇게 크게 숨을 쉬어 본적이 언제 였던가."
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세상 속에서 숨쉬고 산다는 건
나이가 들수록 쉽지 않은 일이야
너의 작은 숨구멍들을 많이 만들어 두렴
- 오늘도 너를 사랑하는 꼰대 엄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