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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매 순간 자욱한 안개를 걷어내는 과정이란다

by 최지안

신년을 맞아 사주, 신점, 타로 등 미래를 점치는

콘텐츠나 방송이 많이 보이는 요즘이야

사실 너를 낳기 전 엄마는 사주상 좋은 날짜를 받아

제왕절개를 했단다.


종교를 떠나서 사주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어.

자식에게 좋은 거라면

기왕이면 좋은 날짜에 태어나게 하고 싶었지.


사람은 누구나 미래를 알고 싶어 해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언제 일이 잘 풀릴지 궁금해하지


당장 1초 앞에 일도 알 수 없는 게 사람일이거든

그래서 인생은 매 순간 안개를 걷어내는 과정이란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에 불안함을 느껴

미래가 막연히 두려운 이유도 알 수가 없기 때문이지


마치 자욱한 안갯속에 걸어 다니는 것처럼

답답하고 눅눅한 기분일 때가 있을 거야


가끔 모든 것이 선명해 보일만한 햇볕에 쨍한 날도 있지만

그런 날이 아주 많지는 않을 거야


세상이 아주 불공평하다고 생각되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의 미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어


다들 그 자욱한 안개를 걷어내며 한 치 앞을 보고

어 갈길을 찾아내는 것뿐이야


세상에는 영원한 것도

완벽한 것도

확실한 것도 없단다


문명은 너무나 눈부시게 발전했고

AI가 놀라온 속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아무리 놀라운 기술이 발전되어도

내일 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자기 죽을 날을 알 수는 없어


더군다나 죽은 후 사후세계를 밝힐 수 있는

기술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


여러 가지 가설과 임사체험 같은 것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검증된 것들은 없단다.


나는 오늘도 이 안개를 걷어내면서 한 발자국씩

앞으로 가고 있구나.


그리고

" 내 옆에는 똑같이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

라는 것을 느낄 때 인류애와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느껴질 거야


우리 모두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시한부인생을 살아가는 불쌍한 존재이기도 하거든


그래서 너무 불안해할 필요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나약하다면 나약하고

강하다면 강한 것이 인간이니까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이 세상에 남겨질 것인지

의미 있게 무언가 할 것인지 그 발자국 하나씩을

걸아가면서 묵묵히 안개를 걷고 너의 길을 가보는 거야


그 끝에 네가 바라는 것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나는 최선을 다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헤매었기 때문에 그걸로 충분하다고 위로해 줘


어릴 때는 옆이 보이지 않고

안개가 자욱한 앞만 보였지만

지금은 내 옆에 누가 있는지가 보여

그리고 그들도 다들 똑같은 마음과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남 부러울 것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 같은 사람도

다 똑같이 자욱한 안갯속을 거닐고 있다는 걸 잊지 마


어쩌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인생의 축복일지도 몰라

결론을 알고 살아가면

누구나 운명론자가 될 테니까


알 수 없다는 건 불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해

내일 죽더라도

그 사실을 모르고 오늘을 충실히 살 수 있는 거니까


우리는 그저 한 치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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