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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Jan 20. 2023

인간이 선이라는 착각

<털 없는 원숭이> 데스몬드 모리스 저

인간은 동물이다. 아니 인간도 동물이다. 진화론은 다아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찰스 다아윈이 1809년 생이니까 그가 주장한 진화론의 역사는 고작 200년! 수천 년 신을 섬기던 인류에 대한 모독이라 불릴만한 저작, <종의 기원>이 그 시작이었다.


137억 년 빅뱅,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 그리고 단백질 합성이 시작되고 탄소와 질소, 그리고 산소와 빛의 작용으로 생명이 탄생한다는, 그래서 인류의 기원은 단세포 생물이라는, 원숭이에서 인간으로 갈라져 나온 지는 고작 몇 십만 년 밖에는 안된다는 주장이자 학설이 기정사실이 된 지금에도 이러한 진실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하다.


1967년에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이 출간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리처드 도킨스나 프란스 드 발과 같은 진화생물학자들의 책, 그리고 최근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등이 모두 데스몬드 모리스의 저작에 빚을 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털 없는 원숭이>는 인간의 존엄을 주장하는 사피엔스들이 서로를 살상하는 지극히 모순적인 상황, 같은 인간이지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다른 인종에 대한 경멸 와 증오, 다른 동물들에 대한 극명한 편애 등등 인간을 동물의 일종으로 본다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생각과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보여준 저작이다.


반세기 전 작품이라도 보기엔 너무나도 논쟁적인 글이다.


뇌와 성기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대해졌다. 특히 대뇌피질의 비대는 이성과 판단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곧 학습능력이다.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대중들이 인간의 뇌에 대한 강조에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지만 인간의 성기가 과도하게 발달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동물들의 섹스는 곧 번식을 위한 생존본능이라고 보지만 인간의 섹스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직립을 하게 되면서 여성은 원숭이가 네발로 걸으며 보였던 양쪽 엉덩이의 모양을 가슴에 장착하게 되었고 남성은 어깨가 딱 벌어지면서 남성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사회적 친화의 과정이 섹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섹스어필이 필요했던 털 없는 원숭이가 신체 부위 일부를 강조하는 것으로 진화했는데 여기에 더해 털이 없으면 잦은 섹스에도 유리하다는 것.


사라진 털

피부를 덥고 있던 털이 사라진 배경에는 인간의 성적 욕망 외에도 사회적 관계가 그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군집 인구가 늘면서 서로에게 표정을 제공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초면의 인간에 대한 적대성 여부를 확인하자면 얼굴의 털은 제거되어야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사냥에도 털이 없는 편이 유리했다. 털 없는 원숭이는 연약하다. 고릴라나 침팬지에 비해 완력이 약하고 원숭이에 비해 날렵하지도 못하다.


그런데 지능이 발달하고 지구력이 발달하면서 다량 발생한 땀샘의 역할로 털이 빠지면서 채집과 수렵에 유리한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한다.


동물행동학적 관찰 대상으로서 사피엔스

인간이 메트로폴리탄을 건설하고 인공지능을 창조하면서 수고로운 일들에서 자유로워지고 심지어 달나라로 화성으로 이주할 계획까지 세우는 첨단으로 이르는 와중에 동물행동학 전문가, 데스몬드 모리스는 인간을 새삼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물이 가지고 있지 않은 면들이 과연 인간을 이롭게 하고 있는가? 인간은 정말로 현명한가? 인간은 정말 지혜로운가? 이대로 가도 인간은 지속가능한 존재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은 인간 중심적으로 개량되거나 제거됐기 때문이다.


인간 보다 몸집이 커다란 동물들은 대부분 멸종 상태에 이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끼리와 코뿔소, 기린, 사자, 호랑이 등이 있다.


인간의 지배아래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대규모로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도 있다. 소, 양, 돼지, 닭 등이다. 개나 고양이는 사피엔스의 반려 동물로 자리 잡았다.


지구를 오염시키고 다른 동물이나 곤충은 물론, 같은 인간마저도 대량 살상을 서슴지 않는 털 없는 원숭이들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거짓과 수많은 오류에도 사과와 개선의 여지를 보이기는 커녕 찧고 까불고 있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털 없는 원숭이들의 앞날, 요즘 특히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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