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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Jan 22. 2023

글밥을 먹고사는 사람의 일상을 보다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김호연 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두 권을 읽었다. 몇 년 전 선물 받은 책, <망원동 브라더스>의 저자도 김호연이었다. 우정과 사랑과 희망과 페이소스가 넘치는 소설로 기억한다.


등장인물들이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의 낙오자로 분류될 법한 군상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지극히 선하고 평범한 시민들이다. 내 감상은 그랬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편의점 밖 파라솔에 앉아서 도시락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고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궁금하던 차에 김호연은 소설로 우리에게 그들의 삶을 자상하게 설명해 준다.


그의 소설을 읽다가 그가 궁금해졌다. 에세이를 한 권 찾았다. 그래서 알게 됐다. 그가 어떻게 해서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는지를.


그리고 또 알게 됐다. 무엇이든 10년 이상 온몸이 부서져라 맹렬하게 파 들어가야만 소박한 결과물이라도 건질 수 있다는 사실을.


28살에 시작된 본격 글쓰기가 마흔이 되어서야 <망원동 브라더스>로 빛을 보게 되었으니 무려 12년이다. 그 12년을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살았던 거다. “아무도 읽지 않을지도, 아니 아무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는 그의 글쓰기”는 외롭고 절망적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첫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는 연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그리고 개그맨 아니, 영화제작자 이경규가 영화화할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아직도 진행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의 역작 <파우스터>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 그 고향 독일에서도 번역돼 출간된다고. 이미 됐으려나. 영화화될 수도 있을 거라고도 한다.


수많은 이야기를 혼자서 또는 동료들과 만들어 출품하고 공모전에도 내면서 내공을 쌓은 결과가 불혹을 넘기고 지천명을 맞이하면서 빛을 보고 있다.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전업작가는 말 그대로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직업이다. 온전히 창작의 세계인 시나리오와 소설로 승부를 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말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힘겨운 과정이라는 말이다. 제대로 계약도 되지 않은 채 말만 믿고 작업을 했다가 못 받은 고료가 외제차 한 대 값은 된다고 하니 당시의 열악했던 작업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장시간 타이핑을 하느라 목과 허리 양쪽 팔이 문제가 생겨 한동안 고생도 한다. 그래도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고 삶의 의미가 생긴다.


베스트셀러 작가 가 됐어도 장기간 고생한 후 찾은 성공이라 김호연 작가는 이 정도 성공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듯도 하다.


또 다른 이야기를 파고들기 위해 온전히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을 원했던 그이기에 이젠 생계 걱정을 하지 않고도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하고 싶다. 재미와 따뜻함을 선사하는 그의 다음글이 기대된다.

사족. 오랜 기간 습작을 하다가 작가로 정식 데뷔를 하는 것(작가)과 등단을 하고나서 습작 기간을 오래 갖게 되는 것의 차이에 대해 김작가는, 전자의 경우가 훨씬 작가 지망생에겐 좋다고 말한다.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어차피 습작의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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