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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Feb 11. 2023

인구절벽을 첨단에서 맞이하는 지방 소도시의 미래!

<무코다 이발소>,오쿠다히데오

마치 시골 마을에 관한 다큐나 르포 같은 느낌의 소설. 홋카이도(북해도)의 삿포로시에 속하는 작은 마을, 도마자와. 노인들 뿐인 이 마을에서 이발관을 운영 중인 무코다 야스히코는 50대의 중년이다. 이발관에 오는 손님은 하루 기껏해야 서너 명이지만 이들은 모두 단골이다. 그래서 야스히코는 마을 사람들 모두와 잘 알고 지낸다. 어느 집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안다.


지루하고 별 볼일 없는 마을에서 벗어나 대도시에서 자유롭고 바쁘게 살고 싶었던 젊은 시절, 그는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져서 이발관을 물려받게 됐다. <무코다 이발소>다.


그런데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무코다의 아들과 , 주유소를 운영하는 집 아들도 도마자와 로 돌아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 면사무소에서도 젊은 공직자가 부임하면서 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귀농, 귀촌과 같은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듯이 일본에서도 본격화하는 모양이다. 동경이나 삿포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다는 말에 무코다는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자신도 부친의 건강악화로 도시 생활을 접고 귀향했으면서 말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대도시에 포진한 기업체에 입사해 슈트를 입고 타이를 매고 출퇴근하는 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리 시절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이사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다. 아파트와 수많은 빌딩들이 빼곡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매연을 마시면서 내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해 살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피곤하던지. 해도 해도 일은 끝나지 않고 접대 술자리도 끝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내집을 장만하는 일은 미션 임파서블!


도마자와는 젊은이들 몇이 모여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쉽지는 않다. 노인들만 사는 시골마을에서 이발관을 운영하고 주유소를 운영해서 생계유지가 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이발을 봉사의 개념으로 확대해 의사가 왕진을 가듯이 출장을 다니고, 조용한 주유소에 책방을 만들어서 미니 도서관을 운영하려고 한다. 그리고 면에서는 마을의 특산물이나 구경거리를 개발해 광고를 기획한다.


도시로 가서 성공해 고급 승용차를 몰던 도마자와 출신 젊은이가 사기죄로 구속되고 부모들은 죄인처럼 숨어 지낸다. 신주쿠에서 술집 접대부로 일하던 젊은 여성이 도마자와 로 돌아와 술집을 차린다.


영화촬영을 위해 마을에 한동안 배우와 스태프들이 복작거린다. 공무원과 주민들 간 의견대립이 발생한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는 재미가 난다.


구속된 젊은이의 부모는 동네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과 배려에 용기를 내고 술집을 차린 여성은 마을 사람들에게 행복한 수다방을 제공한다. 공무원과 주민들은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의견수렴에 반영하기로 자치 규정을 만든다.


행복하고 때때로 재미도 있는 삶을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소설, <무코다 이발관>.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소설보다는 훨씬 재미가 없다. 시골마을의 삶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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