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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일리노이,학익진,수석,냄새

영화, <기생충> 리뷰

by 정태산이높다하되

영화 기생충은 재미있다. 알레고리를 해체해보면 더 재미가 있다.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친구 소개로 시작된 가족 구성원들의 다채로운 사기행각과 그들 대화 이면의 해학에는 여러 의미가 복합적으로 혼재한다.


제시카가 다녔다는 대학은 시카고에 있는데,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미국의 3대 도시 중 한 곳이다. 이 화려한 도시가 속한 주(state)가 일리노이인데, 이 주는 에이브러함 링컨이 상원의원을 지낸 곳으로 유명하다. 그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주다.


300만명의 참전 해 60만명이 넘는 전사자를 남긴 내전이었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기도 한 링컨은, 결국 노예해방을 실현한 위대한 대통령이 된다.


이러한 일리노이주를 영화에 등장시킨 감독의 의도를 나름 짐작해보자면, 노예해방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루지 못한 미해결과제라는 강조다.


제목과 주인공 이름들은, 사람들의 발목만 볼 수 있는 반지하 셋방의 창문에 새겨지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노예 해방을 이루어주소서.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일지도 모른다. 굳이 일리노이주가 등장한 배경이다.


미술 과외선생으로 소개된 제시카가 부잣집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자기소개를 연습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리듬과 멜로디는 노래, <독도는 우리땅>이다.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조롱이자 희화화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는 것은, 무식한 부잣집 사모님이 아들의 생일 파티를 위해 탁자의 배치를 설명하면서 '학익진'을 거론하는 대목이다.

임진왜란 때 수천척의 일본전함을 맞이하는 이순신의 군함은 숫적 열세에 있었지만 이 학익진으로 첫 해전 한산대첩을 화려한 승리로 이끌었다.


이순신과 한산대첩을 떠올리게 만든, 학익진을 부잣집 사모님의 입에 올린 것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극우세력준동에대한 준엄한 경고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역사적 진실 또는 정치적 의도 같은 것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도 독도는 우리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욕망의 노예를 상징하는 수석.

지하셋방에 수석은 결코 어울리는 장식품이 아니다. 먹을 것도 부족한 판에 수석이라니.


그 수석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용도로 기능했다가 흐르는 개울 물에 안치된다.


인간의 욕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데 심각한 것은 그 한계라는 것이 없다는데에 있다. 욕망의 노예가 되면 삶은 지옥이 된다.


수석이라는 것은 그냥 그저그런 돌인 상태에서 한 껏 고양된 가치를 부여받아 보물이 된 것인데, 이 돌, 수석은 우리의 부질없는 욕망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됐다.


어느 정도의 욕망은 필요하다. 그러한 욕망이야말로 삶의 활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되면 결국 삶을 파멸시키는 수단이 되고 만다.


돌에 맞아 죽는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아틀라스처럼 사회밑바닥을 돌처럼 받치고 있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에서는 뭐랄까. 일정 크기 이상의 욕망은 그들에게는 위험 요소일뿐이라는 의미인지.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던 돌이, 어떤 계기로 수석이 되어 영화를 누리다가 돌 이상의 가치를 부여 받지 못하는 환경으로 돌아가버린다. 흉기로 돌변했다가 아무일 없다는 듯 자연으로 돌아가버린다.


결국, 끝없는 욕망은 사람을 살리기도 또 살해하기도 하는 도구(흉기)가 되어 버린다.


냄새, 물질의 분자가 우리의 코에 닿으면 감각되는 것이다. 꽃의 분자들이 움직이면 향기가 되지만 배설물의 분자들이 진동하면 그것은 악취가 된다.


악취의 향연이 벌어지는 지하 셋방 내부와 그 주변은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21세기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환경의 개선이라고 <우리는 왜 죽는가?>의 저자, 벤키 크리슈마난이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오래 살게 된 이유는 의학의 발전이 아니라 위생의 진화 덕이라는거다.


신분의 바로미터가 되어버린 냄새는 결국, 환경에서 발생한 것이다.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대저택, 향기로 가득한 지상의 멋진 거실과 정원에는 아름다운 인간들이 파란 하늘 밑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저택의 지하에는 퀴퀴한 냄새와 산소가 결핍된 공기를 들이마시며 외부에 모스부호를 보내고 있는 기생충과도 같은 채무자 부부가 기생하고 있다.


기생충은 살지만 인간은 살 수 없는 환경, 만일 인간이 기생충이나 서식할 만한 환경에 노출되면 그래서 영원히 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면,,,,,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일은, 근사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다른 인간들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일깨운 영화가 기생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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