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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밀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리뷰

by 정태산이높다하되

에피소드 1

여차저차한 이유로 어느날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3형제가 그들의 아버지 파블로비치를 찾게 된다.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조시마 장로의 초청으로 교회에서 모임을 갖게 된다.


교회에서

임종을 앞둔 조시마 장로가 젊은 시절, 장교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청중들에게 해준다.


참고로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의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 요한복음 12장 24절로 시작되는데, 이 에피소드에 이 복음의 구절이 등장한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요한복음 12장 24절


조시마 장로가 젊은 장교 시절, 자신의 부하를 심하게 구타한 후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부하의 구두발 아래에 절을 하며 사과를 하게 된다. 후배 병사가 어쩔 줄 모를 정도의 파격 행동이었다.


그리고 한 장교가 조시마로부터 모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이 생긴다.


조시마가 피할 수 없는 결투를 하게 되는 상황, 상대방이 총을 먼저 쏘게 한 후 자신이 쏠 차례에 격발을 포기하며 이 부질없는 결투를 그만두자고 제안한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조시마는 유명해진다.


조시마는 마을 사람들의 신임을 받게 되고 그러자 같은 마을의 한 신사가 조시마의 사연에 감명을 받고 존경하게 됐다며 거의 매일 저녁 그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 신사에게는 사연이 있었다.

어느 마을의 주민이었던 신사의 젊은 시절, 어느 처녀를 흠모하게 된다. 연정을 품고 사랑을 고백했으나 그녀는 전쟁터에서 돌아올 남자를 기다리고 있노라며 신사의 청혼을 거부한다.


그 처녀는 마을의 부잣집 처녀였다.


신사는 그녀의 집 2층으로 기어올라가 그녀가 잠든 방으로 잠입한다. 마침 그 집의 사람들과 하인들은 모두 불꽃놀이인지 뭔지 구경을 나가고 아무도 없었다.


신사는 처녀를 살해하고 그녀가 전쟁터에 나가 있는 남자에게 쓴 편지와 받은 편지, 또 몇가지 패물들을 들고 나온다.


그녀가 살해된 다음날 마을은 발칵 뒤집히는데, 마침 그 집 하인 가운데 주정뱅이가 한 명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전쟁터에 보내기 위해 집집마다 남성 한 명을 갹출하는 중이었다.


처녀가 그 하인을 보내기로 결정한 모양인데 그 하인은 술집에서 성질을 부리며 사람들 앞에서 그 주인 처녀를 죽여버리겠다고 홧김과 술김에 몇 차례 떠들었다.


그는 살해범으로 몰린다.


살해범으로 몰린 하인은 그 전부터 술먹고 밤새 돌아다니는 일이 잦았는데,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걸린 감기로 살인죄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죽는다. 공소권 없음.


자연스럽게 사건은 마무리되고 실제 살인범이었던 신사는 그렇게 완전범죄의 유혹에 넘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남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시작한 사업도 잘 되는 바람에 성공도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했지만 언제부턴가 시간이 흐를수록 영혼은 점점 썩어들어가게 되었던 것이었다.


사람을 죽인 사람은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닌 것이니까. 인두껍만 썼을뿐!


살인자 본인만이 알고 있는 살인의 순간, 자신이 죽인 처녀의 모습, 자신만이 알고 있는 모든 비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와 가슴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혹독한 시련의 하루하루가 날이 갈수록 처절하게 가슴속에 사무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신사는 조시마 장로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조시마는 신사에게 만인 앞에 자신의 죄를 공표하라고 권유한다.


신사는 그리하겠노라 약속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수십년이 흐른 사건이고 이제 자신은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 관계자들, 자신을 우러러보는 마을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왜 나의 죄를 털어놓아야 하는가?"

신사는 조시마에게 질문한다.

“처녀가 죽은 일로 인해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지 않은가? 주정뱅이 하인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고, 자신은 그 이후 선행을 베풀며 열심히 살았으니 죄과를 받았다면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조시마는 대답한다. 결심한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불면의 밤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신사가 살 길은 자백 뿐이라고 강조하던 때, 요한복음 12장 24절의 글귀가 등장한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죄를 짓고 벌을 받지 않은 채 혼자서 고통스러워하며 살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신사는 영원히 죄인으로 남게 된다.


죄를 자백하고 자수를 하게 되면 인신의 구속은 있을지언정 영혼의 자유는 얻게 되는 것이다.


그날 밤, 야심한 시각 신사는 조시마 장로를 다시 찾는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조시마를 응시하다가 돌아가게 된다.


신사는 결국, 자수를 하게 되고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 갇힌 신사를 면회하는 조시마.


신사는 사실, 야심한 시각에 조시마를 찾아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었다. 조시마만 없애면 자신의 살인죄를 아는 사람은 다시 하늘과 땅 사이에 오로지 자신뿐이게 되니까.


그러나 그는 자수를 택하게 되고 얼굴에는 평온이 깃들게 된다. 밀알 하나는 죽지만 많은 열매를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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