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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Dec 08. 2021

흥청망청, 엉망진창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연산군)

연산, 수양 쿠데타의 소산

세조의 권력욕이 낳은 기형 정권은, 왕위의 연결과정에 악영향을 끼친다. 세조의 자식, 예종은 원상들에 의해 제거되었다. 예종의 장자 제안대군은 무시된다.


원상, 신숙주와 한명회에 권력이 귀속된다. 장자 계승원칙은 무너지고, 세조의 죽은 아들인 의경세자의 두 아들 중에서 장자가 아닌 둘째 아들 자을산군이 성종이 되는 배경이다. 정통이라는 것이 부정되면 왕은 힘을 잃게 된다. 왕을 옹립하는 신하들에게도 권력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자을산군은 장인이 한명회였기 때문에 성종이 될 수 있었다. 성종은 세종과 비교될 만큼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성종은 국방, 과학, 외교 부문에서는 빵점짜리 왕이었다.


그리고 세종의 가족은 화목했다. 심지어 소헌왕후의 처가가 시아버지인 태종에 의해 풍비박산이 됐음에도 말이다. 성종은 아들을 낳은 아내를 내친 것으로도 모자라, 사사해 버린다. 연산군이 조선역사에 비운의 군주로 남게 된 배경이다.


무오사화 & 갑자사화

무오사화(1498년)는 연산군 4년, 고려의 충신, 야은 길재의 제자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이 사초에 실려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어 불거진 사화 -'선비가 화를 당하다'라는 의미- 다.


사림의 거두,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의 내용은 초나라 회왕, 손심이 항우에 의해 살해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한 것이다. 김종직과 악연이 있었던 유자광이 고변을 해 연산은 이미 죽은 김종직을 부관참시하고 그 제자들에게 곤장을 치고 유배를 보낸다.

74쪽

그로부터 5년 뒤 갑자사화(1504년), 한밤중에 성종의 후궁이었던 정 소용과 엄 숙의가 연산에게 매맞아 죽는다. 연산의 모친 윤씨를 모함해 죽음에 이르게 한 죄였다.


윤씨에게 사약을 들고 갔던 이세좌와 그 아들들이 죽고, 폐비 과정에 협조했거나 입을 다물고 있었던 인물들까지 엽기적 방법을 동원해 모두 죽인다.


연산은 두 사화를 빌미로 대신들과 대간들을 통제할 수 있었고, 급기야 나방이 불꽃을 향해 돌진하듯 질주한다. 사간원을 폐지해 임금의 언동에 제동을 거는 대간을 위축시키고 경연도 없앴으며, 사헌부도 축소시킨다. 유교적 견제장치들을 축소 또는 아예 폐지시켜 버린것이다.


운평, 흥청, 광희

연산은 채홍사들에게 전국을 돌며 가무에 능한 미녀들을 선발해 궁궐로 데려오게 한다. 그렇게 선발된 여성들은 운평이라 했고, 그 중 빼어난 미모를 갖춘 여성들은 흥청이 된다.


흥청 중에서도 왕의 성은을 입은 천과 흥청과 그렇지 못한 지과 흥청이 있었다. 흥청의 권세는 대단해서 그들이 이동할때 왕의 비서실장 격인 도승지가 안내를 할 정도였다.


연산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궁궐 밖 70리까지 민가를 없앴고, 계속해서 궁궐 밖 무인지대를 넓혔다. 천 명 이상의 광희(악공)와 운평이 가무를 하는 잔치 -잔치 마다 소 7~8마리가 도축됐다- 가 자주 열렸고, 창덕궁 후원에는 새로운 연회장도 짓고, 사냥을 위한 동물원도 만들었다.


연산은 폐위 되기 직전까지도 모친인 윤씨의 기일에, 또는 거리 행진을 하다가도 신하와 궁녀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과 교합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 '될대로 되겠지, 앞 일은 모르겠다'는 자포자기 심정이었던 걸까?


장녹수 & 임승재

167쪽

제왕적 권력을 대신들로부터 되찾은 왕은, 백성들을 위한 정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권력은 자신의 향락과 사치를 위해 사용되었다. 이러한 연산의 비행에 부채질한 인물은 임사홍의 차남인 임승재라는 인물, 이 인간은 죽으면서도 연산에게 미인을 바치지 못해 안타깝다는 해괴망칙한 유언을 남긴다.


장녹수는 집안이 가난했고 여러번 시집을 갔던 여성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녀의 마지막 남편이 예종의 장남, 제안대군의 가노였다고 한다. 30살 쯤 가무를 배워 창기가 되었는데, 16세 정도 나이로 보이는 피부, 그리고 살벌한 교태가 연산을 사로잡은 비결로 소개된다.


중종반정

월산대군의 아내 박씨에게는 남동생이 있었다. 그가 경기관찰사, 박원종이라는 인물이다. 박원종을 중심으로 전 이조참판 성희안, 무장 신윤무, 이조판서 유순정 등이 뜻을 모아 반정을 일으킨다.


임승재의 부친, 임사홍과 중전 신씨의 올애비, 신수근의 형제들이 제거되는 선에서 거사는 싱겁게 마무리된다. 자을산대군 성종의 차남, 이역이 반정의 수혜를 입고 왕이 되니 그가 중종이다.


연산은 폐위된지 두어달 만에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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