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오래된 도어록과 소음이 심한 화장실의 환풍기를 교체했다. 가구를 재배치한 후 집안의 하드웨어 교체는 이것으로 끝!
오전 아침식사를 마친 어머니는 외출했다. 홀로 사골국을 끓여서 밥을 말아먹었다.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으면서 사골국물을 들이키는 기분도 나름 괜찮았다.
몇 달 전 읽은 책, <아비투스>에서 한정어(limited code)와 정밀어(elaborated code)에 대해서 배웠다. 비속어나 가벼운 농담과 같이 기분에 따라 함부로 내뱉는 말이 한정어다. 정밀어는 공식적 표현에 사용되는 언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격의 없고 친밀한 사이에서는 서로 통하는 한정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또는 여럿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는 아무래도 정밀어가 사용된다.
혼자 있으면서 어머니에게 한정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와 어머니는 서로, '엄마', '아들'이라고 부르고, 반말과 경어를 섞어서 사용하다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인이 말의 내용이라고만 여겼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말의 형식, 즉 말투와 태도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오후에 외출에서 돌아온 어머니에게 정밀어를 사용했다. "어머니 다녀오셨습니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셨는지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한참 나를 바라보다가 "네, 다녀왔습니다. 아들!"이라고 환한 미소와 함께 대답하는 거였다.
오래된 도어록과 환풍기만 교체할 것이 아니다. 나의 태도와 말투도 교체해야 한다. 오늘은, 나도 반세기를 넘게 살았으니 이제 즉흥적이고 반항적인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는 한정어는 줄이고 겸양과 공손을 담은 정밀어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가격리 5일 차였다.
글을 쓰는 동안, CD플레이어에서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서곡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