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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산이높다하되 Mar 15. 2022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제 1장 용기를 북돋워라; 발명품: 전능한 마음

문학의 기원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은 무서운 스토리로 인간사를 표현해내면서 문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57)" 이는 지배자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버지의 배를 가르고 형제자매를 꺼낸 다음 지옥으로 던저버린뒤 신들의 제왕이 된 제우스는, 질투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를 암살하고, 레다, 안티오페, 페넬로페, 칼리스토, 페르세포네 등을 겁탈하면서 폭력의 상징이 된다.


백성들의 재화를 빼앗기 위해서는 복종만이 살길이라는 식의 우화나 신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백성들은) 자신들의 치명적 허약함과 권력자의 가혹함을 뼈저리게 느꼈다.(56) - 중략 - 고대 그리스인들은 무서운 스토리로 인간사를 표현해내면서 문학의 첫걸음을 내디뎠다.(57)"


어조 tone & 취향 taste, 스타일 style & 서술의 초점 focus

어조는 목소리의 울림과 음색을 의미한다. 취향은 목소리가 선호하는 주제다. 이야기꾼 narrator 마다 각자의 어조와 취향을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각자의 목소리로 인간 세상을 채우게 된다. 그리고 구전되던 이야기는 시각으로 도 남겨지게 된다. 그림이나 조각, 춤과 같은 스타일 style과 특정 대상과 사건에 집중하는 서술의 초점 focus을 발명한 것이다.


이야기꾼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주제를 고른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구전시키다가 어느 순간 말의 시각화를 위해 그림과 조각과 춤을 발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야기꾼은 더 나아가서 마치 돋보기로 이야기의 어느 부분을 도드라지게 발췌해서 강조하듯이 서술의 초점이라는 것을 사용해 자신이 하고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구체화했다.  


경이 wonder & 두려움 fear; 인간의 목소리에서 신의 목소리로

정보나 감정의 전달을 위한 이야기는 좀 더 확실한 권위를 가진 목소리를 필요로 한 모양이다. 하나님의 목소리가 등장한 이유다. 하나님의 목소리는 인간의 목소리를 확장 stretch 한 것이다.


"하나님의 목소리는 사소한 진리를 보편적 진리 truth로, 작은 법칙을 불변의 법칙 law으로, 한줄기 빛 light을 방대한 우주적 광휘 cosmic brightness로 확장시킨다.(62)", 그리고 경이는 두려움 fear을 동반한다. "두려움은 통제를 위해 흔히 쓰이던 도구였고, 지금도 그런 도구로 남아있다.(64)"


보살피고 도와 주기 tend-and-befriend 또는 함께 살아남는 survive-together 전략

용기 courage라는 단어의 프랑스어는 cour이고 라틴어로는 cor이다. 모두 '심장 heart'을 의미한다. 짐승의 습격이나 천재지변 또는 전쟁과 같은 공포에 대항하여 핏줄기를 뿜어내는 심장의 역할은 바로 용기를 붇돋우는 것이다.


우리 뇌의 변연계 중 편도체의 역할은 공포를 감지하는 것이다. 공포를 느끼면 아드레날린과 오피오이드라는 호르몬이 진통제 역할을 해서 우리의 심박수를 늘이고 통증을 완화하며 에너지를 발산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짐승들이 공포에 대응하는 방식과 같다. 인간은 이 상황에서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여 용기를 제조해낸다. 옥시토신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산모와 신생아를 결합시키는 호르몬이라고 한다.


"함께 뭉치면, 우리의 개별적 자아는 이 진흙 밭에서 스러지더라도 우리의 더 큰 인간성은 계속 이어질 거라고 느낀다. 피를 뿜어내는 아드레날린의 열기, 고통을 덜어주는 천연 오피오이드의 열기,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옥시토신의 열기. 이 신경화학적 묘약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고통을 덜 느끼게 하며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게 한다.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이 불꽃 heart flame이 바로 용기이다.(67)"


<일리아드>의 찬가 paean

호르몬, 아드레날린과 오피오이드와 옥시토신이 일으키는 신경화학적 변화를 알 리 없었지만 호머는 대서사시, <일리아드>의 시작을 이렇게 하고 있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분노를.(69)"

그리스어, <일리아스>의 글머리, 위키백과

이러한 찬가를 합창하게 되면 특별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우주적 인간 공동체와 연결됐다는 이러한 기분은 전투 코러스에서 부르는 노래나 호의적인 신에게 바치는 기도처럼 뇌하수체를 자극한다. 그래서 찬가의 생리적 효과를 재현하여 혈중 옥시토신의 상승을 유발한다.(74)" 


그런데 찬가를 합창하지 않고 <일리아드>를 혼자 조용히 읽을 때조차도 옥시토신이 분출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1차 세계대전 중 해전에 참전한 한 영국 해군이 참혹한 전쟁터에 <일리아드>를 가져갔고, 이 대서사시를 읽다가 <참호 속의 아킬레우스 Achilles in the Trench>라는 시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던가, 아킬레우스,

죽는 게 그렇게 힘들던가?

당신은 알지만, 나는 모르오,

그러니 내가 훨씬 더 행복하오.


나는 오늘 아침에 돌아갈 거요.

임브로스에서 바다 저편으로.

참호에서 일어서게, 아킬레우스,

화염에 휩싸여, 나를 위해 소리치게.


1915년, 패트릭 쇼 스튜어트(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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