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로맨스의 불을 다시 지펴라; 발명품: 비밀공개자
2장에서 키워드는 서정시와 도파민이다. 서사시는 왕이나 영웅의 업적을, 서정시는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노래한다. 서정시인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기원전 7세기 중반에 레스보스 lesbos라는 섬에 살았던 최초의 여류 시인 사포다.
자기 공개 & 경이
일단 서정시의 화자는 '나'이다. '그' 또는 '그녀', '그들'이 아닌 것이다. '나'라는 개인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드러낸 것이 서정시다.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과학적인 말하기 공식은 두 가지 성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성분은 자기공개 self-disclosure다. 개인사와 관련해 시시콜콜한 내용을 공유할 때마다 자기공개를 하는 것이다. -중략- 평소에 쉽게 털어 놓지 않는 비밀, 괜히 말했다가 당황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 비밀, 남들의 관심사가 아닌 엉뚱한 버릇,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픈 소중한 추억, 개인적인 바람이나 욕망, 두려움이나 실수 등이 포함된다.(84-85)"
두 번째 성분은 바로 경이 wonder이다. "경이의 확장이 없다면, 자기 공개는 사랑을 촉발하는 게 아니라 반감을 유발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놀랍지도 않은 개인사를 시시콜콜 쏟아낸다면, 옆에 있기 불편할 것이다.(85)"
자기공개와 경이가 조화롭게 결합되면, 뇌의 보상 중추에서 도파민 뉴런을 준비시켜 우리 마음을 살짝 들뜨게 한다.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고 행복감이 밀려오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가 바로 사랑이다. "우리 뇌는 다소 이기적으로 황홀감을 경험한다. 나는 너랑 있을 때 나 자신을 더 좋아해.(86)"
사포의 <일리아드>
'리라 lyre(수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를 가진 서정시 lyric를 처음으로 읊조렸다고 알려진 사포는 대서사시 <일리아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바로 '나'의 목소리로 써내려 간 것이다.
어떤 이는 기마병이나
군인이나 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나는 당신의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리라.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가
최고의 남자를 남겨두고
트로이로 떠나간 이유도
바로 그 이유가 아니었던가?
제 자식도 잊고
어머니도 잊은 채,
힐끔 보고서 느낀
사랑 때문에.(94)
이 서정시는 <일리아드>를 용감하게 바꾸어 말한다. <일리아드>는 도둑맞은 한 여인 때문에 트로이에서 전쟁을 일으킨 기마병과 배우와 군인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 여인은 스파르타의 왕비이자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였다. "그런데 사포의 서정시에 따르면, 헬레네는 도둑맞지 않았다. 욕망을 좇아 자의로 항해에 나섰다. 결국 트로이의 진짜 스토리는 전쟁이 아니었다. 사랑이었다.(94)"
개인이 자신의 비밀스러운 내면의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고, 특정 부분을 선택해 용감하게 확장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또는 독자)은 드러난 개인의 지극히 비밀스러운 욕망이나 두려움에 경이를 느끼게 된다.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정서적 유대감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거다.
'나'의 목소리로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낸 정치인이 있다. 가난과 구타와 체벌로 점철된 어린 시절의 공장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경쾌한 언어로 공개했다.
영웅담이 아니라 개인의 고백으로 들릴 법한 그의 진솔한 이야기는 세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시민단체의 일원에서 시작해 작은 지방자치단체의 장長으로 도지사로 국민들에게 정치 효능감을 맛보게 함으로써 그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얻게 된다.
그는 솔직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분석해 실천했다. 시정과 도정을 하면서 공약이행률 95퍼센트가 넘는다.
그렇게 그의 '나 I'에 대한 이야기는 경이로움으로 확장됐고, 자신과 시민들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게 했다. 이 정서적 유대감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와 전 국민의 3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16,147,738명)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렇게 그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온몸으로 서정시를 쓰는 정치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