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이렇게나 길었나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피땀눈물 예정인 토요일 아침이다. 오후에 대학교 과동기들의 CC 결혼식이라 부지런히 준비를 한다. 딸을 데리고 가는 길이 험난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동기들도 보고 기차여행 한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되었다. 결혼식은 신랑과 신부를 축하는 마음으로 가면서도 부수적으로 그간 몰랐던 서로의 소식도 나누고 나는 잘 살고 있다고 각자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다른 날보다 신경 써서 화장하고 며칠 전부터 골라둔 하객룩을 입고 안 신던 힐을 꺼내서 밖을 나선다. 맞춘 듯 안 맞춘 듯 아이와의 시밀러룩을 입고서 말이다. 분명 가는 기차 속에서는 괜찮았다. 낮잠시간과 맞물린 기차시간은 아이를 잠깐이라도 재우기 좋았고 바로 뒷자리에는 친한 동기도 함께 타서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아직 잠이 덜 깬 아이는 기차에서 내려서 결혼식장으로 걸어가는 10분의 시간 동안 무지막지하게 떼를 썼다. 날이 더워서 안고 있다가 잠깐 내려서 손잡고 걸어가자고 하면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댔고 나는 드라이한 머리가 무색하게 땀이 범벅되어서 식장에 도착했다. 전날 밤에 떼를 쓰지 않기로 10번 넘게 약속하면 뭐 하나. 울음은 본능인걸.... 간당간당하게 신부와 사진을 찍고 그의 미모를 찬양했으며 홀로 들어가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자리에 둘러앉았다. 신랑의 짓궂은 표정과 여유롭게 보여주는 쇼맨십 입장에 웃음이 났다. 식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아이는 같이 사진 안 찍겠고 기다린다고 했다. "어디 가지 말고 엄마 가방 잘 지키고 티비 조금만 보고 있어~"라고 말한 후 후딱 사진 찍으러 나갔는데 전체 구도에 맞게 하객들 위치가 미세 조정 되는 사이 저 멀리 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 시 마려어!!!" 웁스... 누가 들을 세랴 재빨리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잘 들리지 않았는지 "머라고???? 혼자 가라고?? 나 시 마렵따고!!!!" 라며 더 큰 소리로 화답을 했다. 딸의 목소리를 들은 친구들은 나를 보며 웃었다. 사진 찍는 내내 '제발 치마에만 싸지 말아라.... 혼자 나가지 말아라..... ' 속으로 생각했다. 간절하게. 다행히 아이는 자리에 잘 기다리고 있었고 무사히 화장실을 갔다. 식사를 하러 자리를 옮기고 아이를 앉혀둔 채 접시 두 개를 들고 최대한 짧은 줄이 어딨나 찾았다.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보여 떠와서 함께 먹으려고 하면 "엄마 나 떵마려어!"라고 해서 "아이스크림 먹고 가면 안 될까?" 물어봐도 절대 안 된다는 아이의 말에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을 뒤로한 채 화장실을 다녀왔다. 아이는 볼일을 보면서 "엄마 이모드리 내 아이스크림 머그면 오또케? 내꺼 몰래 먹는 거 나 시러하눈데." 라고 말하며 초조해했다. 귀엽기는.. "이모들이 안 먹을꺼야~ 그럼 얼른 똥 싸고 가자!" 그 후로 아이는 밥을 먹다가 두 번 더 화장실을 외쳤고 나는 음식 가지러 가랴, 화장실 가랴 먹은 것보다 활동량이 더 많았다는 슬픈 현실이었다. 나도 모르게 전투적으로 먹었는지 긴장하며 먹었는지 식장을 떠나기 전에 배에서 신호가 왔고 먹은 음식을 초스피드로 밖으로 보내고야 말았다. 아직 하루가 다 가지 않은거 맞지?




딸은 자기 마음대로 자신이 원하는 때에 내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않으면 매우 실망하며 "엄마 미워!"를 외친다. 사람의 욕구는 끝이 없고 이를 부족함 없이 채워줄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것이 엄마라도 말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가 않다. 아이와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진되는 에너지도 크다.


잠자기 전 아이가 말을 했다. "엄마 미워떠. (조금 있다가) 엄마 타랑해." 엄마가 밉지만 엄마를 사랑하기도 하고 여러 복잡한 마음이 드는 5살 어린이다.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 그런 마음이 들었구나. 엄마를 미워할 수 있어. 미워하는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니야. 그럴 수 있지. 엄마를 미워하는 마음도 소중하고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도 소중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너의 마음은 소중하거든." 아이가 알아들었는지 알아듣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의 감정은 내가 옳다고 해줘야 하니까 내가 나에게 그러하듯 아이의 감정도 긍정하고 싶다. 긴 주말이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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