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쉬고 싶었거든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친정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직장 일도 숨 가쁘고 육아도 버겁다 보니 체력이 많이 바닥이 났다. 필사적으로 나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는 여유 시간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우선순위로 확보할 것.


주일에 아이와 함께 교회를 갔다. 아이는 유치부예배에 보냈는데 나는 예배로 쉽사리 발이 옮겨지지가 않았다. 사람들 많은 틈에 있기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맘 놓고 푹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 카페 가서 책을 읽자.’ 그렇게 향하게 된 스벅에서도 독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쉼이 간절했다. 카페간지 10분 만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교회 근처에 주차를 한 후, 한숨 푹 잤다. 아이 예배 끝날 시간쯤 일어나니 몸이 한결 개운했다. 역시 수면은 모든 건강 회복의 우선이다. 팅팅 부은 눈을 간신히 떠서 아이를 데리러 갔다. 사실 전날 아이와 동기 결혼식을 기차 타고 가다가 기차에 아이패드를 놓고 내린 일이 있었다. 잠이 덜 깬 아이와 모든 짐을 잊지 않고 챙기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전화해 보니 다행히 역에 분실물 신고가 되었고 내가 사는 역까지는 못 오지만 근처 역까지는 배달해 주신다고 해서 아이가 오후에 교회에서 활동을 하는 틈에 후딱 드라이브를 갔다. 온전히 혼자만의 생각을 보내고 있다는 기분. 남을 맞추지 않고 내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제스처. 이것들이 필요했던 나는 분실물을 찾아야 하는 의무감보다 덕분에 드라이브를 다녀오자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아이패드를 찾고 나니 바로 다시 돌아갈지 근처 카페를 갈지 고민이 되었다. 역 주변에 책도 팔고 커피도 짱 맛있다는 카페를 찾아놨기 때문이다. 안 가면 언제 내가 또 혼자 여길 와보겠어 마음으로 씩씩하게 발걸음을 향했다. 차 없이 도보로 다닐 때면 여행의 기분을 더욱 느끼게 된다. 카페 공간에 비해 사람들이 많았고 창가에 한자리가 있길래 후딱 자리를 잡았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가보니 외국인 사장님이 웃으며 맞이해 주셨다. 사장님의 존재와 카페의 분위기 만으로 내 마음은 이미 외국이다. 디카페인 커피랑 휘낭시에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정말 다 주문한 거 맞죠?” 장난치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함께 웃으며 마음 놓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주문 후 책이 전시된 공간으로 갔다. 인스타로 팔로우하고 있는 출판사의 신간을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마침 전시되어 있길래 ‘이건 인연이야.’ 생각하며 바로 샀다. 나를 위해 돈을 쓰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나와 데이트하는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


시간을 보내고 다시 아이를 데리러 교회로 갔다. 아주 오랜만에 연락 온 아이아빠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저녁에도 혼자만의 시간이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아이아빠가 보였다. 아이는 아빠를 본 지 오래돼서 그런지 아빠한테 가기 싫다고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전남편이 기분 나빠하는 티가 났다. 자연스레 눈치가 보였다. 안 그래도 부성애가 없는 사람인데.. 아이가 자신을 추앙할 때만 그걸 즐기는 사람인데 정뚝떨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래. 그럼 저리 가. 아빠 간다? “라고 말하는. 몸은 크지만 마음은 어린아이인 아이아빠. 아이는 전남편의 말에 움찔했다. ‘오랜만에 봐서 아빠가 어색해요.’라는 아이의 싸인을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으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때 아이의 친할머니가 차에서 내리더니 “00아, 그럼 아이스크림 먹고 장난감만 사고 엄마한테 갈까~?” 라며 중재를 하셨다. 아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잠깐은 엄마랑 떨어져도 괜찮다는 아이의 생각과 선물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무사히 넘어가서. 아이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전남편이 아이에 대한 꾸준한 만남이 없다면 아이는 갈수록 더 보지 않으려고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좀 더 크면 아이스크림과 장난감만으로도 안 되겠지. 아이는 점점 머리가 커지고 아빠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게 될 테니.. 예상가는 결과를 뒤로 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가 매일 아침 방문을 나서면서 읊조리는 말처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르니까. 그저 잠시라도 쉬는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함 뿐이다.

keyword
이전 07화주말이 이렇게나 길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