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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향한 걸음

해질녘 어느 호숫가에서

따스한 향기 가득한

누구나 축복받은 온화한 간 그 어딘가


터져나오는 꽃들의 생(生)의 소리

화려한 자태들을

맘껏 누릴 수 있는 타인들의  가운데


작은 한숨

겨우 쉬어 놓고

무심히 차가운 봄 속을 가는 이가 있다.


그렇게 스며들은 따스함조차 버려둔 채

평온하고자 어둠 속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스스로 버린 빛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가

어둠이 찾아온 따스한 시간


어둠은 두려움이 아닌 용기있는 자의 것

그 속에서 생(生)의 소리를 듣는다.



유방암으로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산부인과 검진을 위해

동네 병원을 갔다가 동네 호수공원을 무리하지

않으면서 걸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데

호수는 잔잔하고 온갖 꽃들은 만개한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모두들 행복해합니다.

연신 꽃들을 찍어댑니다.


산부의과 의사선생님께서는

대학병원에서 내 치료 상황을 들으시고 현재

초음파 검사한 내용들에 대해 최악의 경우인

자궁적출을 말씀하십니다.

혹만 제거해도 되지만 타목시펜 부작용으로

자궁내막이 두꺼워지면서 혹들은

다시 다발성으로 커질 수 있고 재수술을

해야할 수 있으니 암이 생기기 전에 원천봉쇄를

하자는 깊이있는 말씀이셨습니다.


이번 봄에 햇살 좋은 호수공원을 처음 걷다보니

현재 상황이 방사선치료도 해야하고 어찌됐건

혹 제거나 자궁적출 등 또 다른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하는 더 깊은 어둠 속을 헤매일 저의 모습을

봅니다.

어디까지 떨어지고 또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그러나 지는 해도 참 아름답듯이 지금의 이런

상황조차 감사하고 용기있게 어둠 속을

더듬어 나가다 보면 또 그 속에서도

평안을 찾을 때가 오겠지요.


#유방암 #방사선 #봄 #꽃 #호수

#석양 #사진 #에세이 #용기 #어둠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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