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회계가 싫다, 하지만...
공기업 입사 준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나 '전공 시험'일 것이다. 기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경영학 / 회계학 / 재무관리 / 경제학, 이렇게 4과목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게 된다. 경제학을 제외하면 나같은 '경영학도'에게는 익숙한 과목들이지만, 익숙한 것이 곧바로 쉽다는 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특히 나와 같은 '회(계)포(기)자'에게는 이 난관을 이겨내는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곤 한다. 학교시험에서는 벼락치기와 족보의 도움을 받아 그럭저럭 넘겼지만, 공기업 필기 시험에서는 그 따위 것이 통할 리가 없기 때문에. 정말 깔끔하게 묵묵히 쌓아온 시간과 실력을 활용하여 시험에서 경쟁자들을 이겨야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묵묵히 시간을 쌓는 것이 참 어렵다.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잘하는 과목(가령 경영학이라던지..)에 시간을 더 투자하게 된다. 그저 편하고 싶은 마음이 여기서도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것이다. 그 결과 나에게 부족한 건 회계와 재무관리이지만, 경영학 실력만 올라가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을 자주 맞이하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러던 찰나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한 친구의 조언을 받았다. "100점을 맞아야 하는 시험이 아니니까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안 된다. 어느 정도는 넘기면서 지나가야 진도를 쳐낼 수 있다." 참 당연한 말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 날따라 그 말이 더 선명하게 들렸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공부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었던 것 같다. 나는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병'에 걸렸던 것이다. 단 하나의 개념도, 이론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을 놓지 못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공부과정에서 오히려 방해가 되었고, 싫어하는 과목을 더 싫어하게끔 만들어 버린 것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해 준 말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해라.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라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뭐, 속뜻은 그 친구만이 알겠지만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왜인지 모르게 지치던 요즘, 나의 동력을 갉아먹던 건 다름 아닌 '완벽주의'일지도 모른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게 완벽해야 하고, 흐트러지지 않아야 하고,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없어야 한다'는 그런 태도가 마치 곤충 기피제처럼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쫓아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아직까지도 완벽주의 vs 일단 넘기며 공부하기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정답이 없을지도. 하지만 확실히 나에게 어설픈 완벽주의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부분을 잘 적용하고 개선해서 한 걸음, 두 걸음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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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 붙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