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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호랑이 Jan 11. 2021

4. 20대, 정말 가장 예쁜 시절이었을까

5)IMF와 취업

IMF       

  

  IMF, 기업들이 모셔간다던 선배들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다. 모두들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거나, 헐값에 팔려나갔다. 여전히 IMF의 폐허와 뭉개진 삶들이 널린 그 현실위에서 나는 소꿉장난 같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동화는 언제나 “결혼 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 

  그래서일까. 결혼하고 나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줄 알았다. 그랬다. 실제로 그 시절의 내겐 기억이 없다. 어떤 노래가 유행했고, 어떤 드라마가 히트였는지, 남편도 나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정신 또한 조금의 여유도 사치 같았다. 

  직장도 부모도 모두가 처음이었던 그 시절, 삶의 무게가 상처 같았다. 30대의 내 부모가 오남매를 지키려 어떻게 살아왔을지 그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어린 시절 내가 가졌던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은 사라졌다. 대신 내가 부모님께 준 상처가 부메랑이 되어, 내 마음을 할퀴었다.                                                                                          

취업        

  

  노동부에 출근했다. 24살 첫 출근을 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다. 정말 바쁜 날들이었다. 정신없이 업무를 배우며 민원인들을 상대했으며, 실수투성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분이 화가 잔뜩 난 채 서 있었다. 실업급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며 삿대질을 하고 화를 내셨다. 커다란 고함소리와 화가 난 눈빛, 너무 무서웠다. 결국 나는 엉엉 울고 말았다. 코까지 들이마시며 펑펑 우는 24살의 새내기 직장인. 민원인 또한 당황해서 그런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 후 동기들은 코 들이마시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렸다. 그렇지만 그 일은 내게 큰 상처다. 울고 싶은 사람 앞에서 울어 버린 그 날이 너무 부끄럽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앞에서, 일을 하고 싶으나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파랗게 어린 담당자에게 부탁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분의 황망함이, 내가 그 분의 나이쯤 되고 나니 가슴에 와 닿았다. 그 분뿐만이 아니다.      

  아직 어려 삶이 무엇인지 가장이 무엇인지 몰랐던 그 시절, 내가 어쩌면 무례했을지도 혹은 어쩌면 너무 냉담했을지도, 혹은 근무 후의 데이트에 설레어 성의 없었을지도 몰랐을 그 시절, 나를 만났던 그 수많은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죄송합니다. 미숙했던 나를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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