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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호랑이 Jan 20. 2021

5.30대 암흑기

2) Puff the magic dragon

Puff the magic dragon          


  배가 불렀다. 그냥 밥 많이 먹고 배부른 것처럼 감흥이 없었다. 입덧이 심해 고구마만 먹던 적도 있었다. 가난한 젊은 부부, 빠듯한 살림에 나는 자두가 너무 먹고 싶었다. 커다랗고 달디 단 비싼 자두, 남편은 큰맘을 먹고 집 앞 시장에서 자두를 한 박스나 사 왔다. 그렇지만 그 자두는 까만 자두였다. 시큼하고 풋내 나는 자두, 그 땐 그게 그렇게 서러웠다. 달다며 남편을 속인 과일 가게 아저씨를 과하게 저주했다.


  거기다 아직 엄마가 되기엔 어설프고 무서웠다. 양수가 터지고 병원에서 아파하는 나를, 엄마는 더 참지 못하셨다. 엄마에겐 다섯 번의 출산이 두렵지 않으셨지만, 막내 딸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은 두려우셨나 보다. 제왕절개를 신청하고 병원비도 내셨다. 그렇게 수술실로 간 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깨어났고 아팠다. 머리카락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자연분만을 해야 엄마자격이 있는 거라 생각했다. 무섭고 두려웠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느낌이었다. 거기다 젖몸살은 어찌나 심한지 전쟁 같았다. 억지로 초유라도 먹이고, 결국 아이에겐 젖병이 물려졌다. 목숨 걸고 낳았는데도, 남편의 무언의 비난이 느껴졌고, 나는 초라해졌다. 구질구질한 변명들이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처럼 흘러나왔다.     


  그 후부터였다. 아이가 아파도 울어도 왠지 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거 같은 느낌. 남편이 잠든 사이,      

“네가 무슨 엄마냐? 

밑으로 애를 낳았니? 

젖을 먹였냐?”라는 시어머니의 말씀이 천추의 한이 되었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아이를 위해 부직포를 잘라 인형도 만들고, 온갖 활동지며 각종 장난감을 만들었다.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온갖 체험이며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아이의 사진들로 아이만의 그림책을 만들고, 아이랑 어디를 놀러 가면 활동지를 밤새 만들며 그렇게 보냈다. 


  그러다 아이가 중학교 때쯤 엄마랑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랑 『Puff the magic dragon』음악을 들으며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던 때라고 했다.     

그 날 밤 참 많이 울었다. 그 날, 난 그 날이 정확히 기억난다. 내 일정이 갑작스레 취소된 날이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방 안으로 햇살이 비치고, 오랜만에 거실에 깔아 놓은 얇은 이불위에 아이는 책을 뒤적이며 누워 있었다. 나도 아이 옆에 누웠다. 보던 책을 덮고 아이는 나란히 내 옆에 누웠고, 우린 아무 말 없이 음악을 들었다.      

그냥 아이의 따스했던 온기와 한가로움이 기억난다. 아이가 원했던 건 그런 것이었는데, 나는 죄책감과 알 수 없는 미안함이란 감정으로 그렇게 종종거리며 나를 볶아댔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필요한건 그런 편안함과 여유였다.      


  지금도 난『Puff the magic dragon』노래를 들으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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