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래도 떡볶이
얼마 전 한 모임에서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가 주제로 떠올랐다. 나는 주저 없이 “떡볶이”라고 이야기했고, 한 젊고 예쁜 처자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 웃음이 싫지는 않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어릴 적 먹기 싫은 음식 앞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면 아버지는 “크면 다 먹는다.”란 말로 내 편을 들어주셨다. 그래서 나도 그런 줄 알았다. 나이가 들면 돼지국밥에 순댓국 정도는 “카아~ 시원하다.” 이럴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떡볶이가 좋다. 아프고 난 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도 떡볶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튀김이니 돈가스. 애들 입맛이라며 비웃음을 당하기도 하지만, 왜? 내가 좋은 걸. 단지 나이가 드니 소화능력이 떨어져 양껏 못 먹는 게 슬플 뿐.
그러고 보면 나는 나이가 들면 입맛만 변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도 변할 줄 알았다. 맘도 더 넓어지고 여유롭고 무언가 대범해지는 게 나이 듦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보다 4배쯤은 나이가 더 들었지만, 여전히 밴댕이 소갈딱지에 소심함이 하늘을 찌른다.
젊은 시절, 겨울에 여름 샌들에 여름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 어울리지도 않는 큰 리본을 단 유치원생을 본 적이 있다. 이건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며 엄마를 흘겨봤지만, 내가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그 때 그 유치원생 뒤에 다크서클이 발목까지 내려오던 그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속이 백만 번은 터졌을 거다.
그 후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훈아 오빠!!”를 외치는 중년 여성들을 보며 ‘점잖지 못하게 뭐지’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인간은 오만한 거다. 나는 반백이 성성한 모습으로 이승환 콘서트에서 “오빠!!”를 외치며 맨발로 뛰어 다닐지도 모른다.
나이 듦이 젊을 때는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변하는 건 그다지 없다. 신체적 노화는 어쩔 수 없는 일. 그리고 마지막은 모두가 같다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나다. 내 속엔 아버지 친구들 앞에서 유행가를 부르던 6살과, 괜히 잘난 척하던 10대와 정신없던 20대와 30대가 남아 나이테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의 나이테도 둥글고 무탈하게 만들어 지길 바랄 뿐. 여전히 떡볶이를 씹으며 맥심커피 한 잔에 행복해 하겠지. 양이 줄어 슬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