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 中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태어나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선택을 해왔다.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모습은 지금까지 결정한 수많은 선택과 운의 축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당장 우리의 아랫배를 보자. 지금의 아랫배 상태를 결정한 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수많은 선택(치킨이나 운동)과 운(타고난 DNA)이 축적된 결과다. 이 글로 괜히 더 기분이 언짢아지기 전에 화제를 돌려야겠다.
어쨌든 그만큼 선택이란 중요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급적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현명한 선택이란 무엇일까? 직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현명한 선택이란 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100만 원짜리 아이폰을 샀다면 그 사람은 아이폰을 통해 100만 원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전제한다.
그런데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기회비용을 간과하기 쉽다. 왜냐하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이란, 한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이익이나 가치를 의미한다. 이 비용은 우리가 직접 지불하지 않는 비용이기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 직장인 김대리는 회사를 그만두고 MBA대학원과정을 시작할지 고민 중에 있다. 누군가가 MBA 대학원 비용이 얼마냐고 물어봤다. 그는 "한 학기 당 1000만 원이므로 4학기과정에 4000만 원 정도입니다. "라고 대답한다. 물론 틀린 대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가 퇴사 후 MBA를 다니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비용을 학비, 4000만 원과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인 연봉, 5000만 원을 포함한 9000만 원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기회비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안에 우리는 매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모를 초능력이 있어서 A도 해보고 시간을 되돌려서 B도 해볼 수 있다면 A나 B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고 자연스럽게 기회비용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학부시절 내가 존경하던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취업을 해야 할지,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지 나에게 와서 묻고는 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두 진로 끝의 결과를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선택이 아닌 결심을 하는 존재입니다. 한 방향의 길을 정했다면 그 길을 올바른 길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두 가지 방향의 인생을 모두 살아볼 수 없다. 모든 인간은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위에 한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다. 동시에 욕망을 가진 인간은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고자 한다. 그래서 흥미로운 사회현상이 만들어졌는데, 바로 교환이다.
인간은 교환을 통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3억 5천억 원의 주급을 받는 손흥민 선수가 (경제학적으로만 생각해 보았을 때) 청소와 빨래등의 집안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주 40시간 근무 기준, 손흥민 선수의 시급은 약 870만 원 정도다. 그런데 가사 서비스는 시간당 2만 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 시간당 870만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손흥민 선수는 시간당 2만 원을 내고 가사 서비스를 받고, 그 시간에 훈련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그가 가사 서비스를 스스로 하는 것은 시간당 870만 원 정도의 기회비용을 포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교환을 통해서 각자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기회비용과 기회비용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거래도 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점을 언급했다. 앞선 글에서 나는 전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략은 how 가 아닌 What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고 했다. 이때 한정된 자원을 무엇(What)에 할당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이 글에서 언급한 기회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