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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꽃이 흐드러진 위양지, 마음도 맑아지는 시간

by 트립젠드

벚꽃 진 뒤 피는 고요한 봄
물 위에 핀 이팝나무 눈꽃
사람들 몰리는 곳이 지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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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위양지)


봄꽃이 피면 늘 사람이 먼저 몰린다.


소문난 꽃길은 주말마다 인파로 붐비고, 여유 대신 소란만 남는다. 벚꽃은 예쁘지만, 꽃보다 사진 찍는 사람과 마주칠 일이 더 많아진다.


그래서일까. 누군가는 봄이 끝날 무렵, 조용히 피는 꽃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경남 밀양 위양지. 이곳은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봄’으로 남아 있다.


연못과 나무, 정자와 바람.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풍경. 5월이면 순백의 이팝나무가 물가를 따라 흐드러지고, 그 아래로 버드나무가 드리운다.


화려한 설명이 없어도, 눈앞의 장면이 모든 걸 말해준다.


연못에 핀 눈꽃, 이팝나무가 주인공

밀양시 부북면에 위치한 위양지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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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위양지)


‘위양’이라는 이름은 ‘선량한 백성을 위해 만든 못’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농사를 위한 물길이던 곳은 지금, 가장 고요한 봄의 목적지로 다시 쓰이고 있다.


연못 둘레에는 왕버드나무가 병풍처럼 드리워 있고, 그 사이로 하얗게 핀 이팝나무가 길을 따라 이어진다. 꽃잎은 마치 하얀 눈처럼 가볍고 고요하게 떨어지며, 수면 위에 나무와 하늘을 동시에 비춘다.


위양지의 중심에는 ‘완재정’이라는 이름의 작은 정자가 있다.


1900년, 안동 권 씨 문중이 세운 이 정자는 연못 위 작은 섬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팝나무와 찔레꽃, 버드나무와 어우러져 풍경의 균형을 잡아준다.


누군가는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더 고요하다”고 말한다. 그 말대로, 위양지의 5월은 렌즈에 다 담기지 않는다.


다녀간 사람만 다시 떠올리는 봄

위양지의 진짜 매력은 ‘한적함’이다. 크게 홍보되지도 않았고, 유명 인플루언서가 줄지어 방문한 흔적도 없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한 번 찾은 사람은 다음 해 봄이 오면 문득 이곳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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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위양지)


누구에게는 그냥 연못일 수 있다.


하지만 이팝나무가 피는 시기에, 물 위를 스치는 버드나무 가지와 바람이 함께하는 이곳은 조금 다르게 남는다.


연중무휴로 개방되는 곳이라 언제든 갈 수 있지만, 바람 없는 5월 오후가 가장 좋다.


이팝나무 아래를 조용히 걷는 경험은 그 계절이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지금, 봄의 끝자락에서 조용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밀양 위양지. 그 자체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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