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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여의도 벚꽃길을 걷다

아직 덜 피었기에 더 고요하고 따뜻했던 봄의 한가운데서

by 트립젠드

벚꽃은 만개했을 때보다 피어나기 직전이 더 설레는 법이다. 가지마다 맺힌 꽃망울들이 아직은 조심스럽게 피어오르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부드럽게 사람들의 어깨를 감싸며 봄이 왔음을 조용히 알린다.

20250404_132653.png 4월 4일 여의도 윤중로 풍경

4월 4일 여의도 윤중로도 그랬다. 축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의 풍경은 오히려 더 여유롭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을 틈타 윤중로를 걷는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봄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 이어진 벚나무들은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투명하고 담백한 인상을 남겼다.


연분홍빛 꽃잎이 가지 끝에 송이송이 피어나고 있었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평온함이 스며 있었다.

20250404_132735.png 4월 4일 여의도 윤중로 풍경

연인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혼자 걷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시기의 윤중로는 축제의 현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시 속 정적인 산책로에 가까웠다. 카메라를 든 사람보다 그냥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더 많았고, 다급한 발걸음 대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하늘은 맑고 높았고, 그 아래에서 벚꽃은 마치 누군가의 손짓처럼 은근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은 차지 않았고, 햇살은 충분했으며, 사람들은 조용히 걷고 또 걸었다.

KakaoTalk_Photo_2025-04-04-12-29-32.jpeg 4월 4일 여의도 윤중로 풍경

벚꽃이 절정일 때는 화려함과 북적임이 공존하지만, 지금의 윤중로는 그런 틈새의 시간이었다. 덜 피었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고, 덜 붐비기 때문에 그 공간에 마음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었고, 누군가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든 채 봄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모두가 벚꽃이 주는 특별한 감정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완벽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꽃이 만개한 뒤엔 수많은 발걸음 속에 묻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윤중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걸음이 선명하게 남는 시기다.


아직 덜 핀 벚꽃은 며칠 후면 분명히 터지듯 활짝 피겠지만, 바로 오늘의 이 조용한 풍경은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귀한 순간이었다.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기엔 이 벚꽃길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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