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덜 피었기에 더 고요하고 따뜻했던 봄의 한가운데서
벚꽃은 만개했을 때보다 피어나기 직전이 더 설레는 법이다. 가지마다 맺힌 꽃망울들이 아직은 조심스럽게 피어오르고,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부드럽게 사람들의 어깨를 감싸며 봄이 왔음을 조용히 알린다.
4월 4일 여의도 윤중로도 그랬다. 축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사람들로 북적이기 전의 풍경은 오히려 더 여유롭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을 틈타 윤중로를 걷는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봄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 이어진 벚나무들은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투명하고 담백한 인상을 남겼다.
연분홍빛 꽃잎이 가지 끝에 송이송이 피어나고 있었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묘한 평온함이 스며 있었다.
연인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고, 혼자 걷는 이들도 있었지만 모두가 같은 계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시기의 윤중로는 축제의 현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시 속 정적인 산책로에 가까웠다. 카메라를 든 사람보다 그냥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더 많았고, 다급한 발걸음 대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하늘은 맑고 높았고, 그 아래에서 벚꽃은 마치 누군가의 손짓처럼 은근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람은 차지 않았고, 햇살은 충분했으며, 사람들은 조용히 걷고 또 걸었다.
벚꽃이 절정일 때는 화려함과 북적임이 공존하지만, 지금의 윤중로는 그런 틈새의 시간이었다. 덜 피었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고, 덜 붐비기 때문에 그 공간에 마음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걷고 있었고, 누군가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든 채 봄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 모두가 벚꽃이 주는 특별한 감정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완벽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꽃이 만개한 뒤엔 수많은 발걸음 속에 묻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윤중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걸음이 선명하게 남는 시기다.
아직 덜 핀 벚꽃은 며칠 후면 분명히 터지듯 활짝 피겠지만, 바로 오늘의 이 조용한 풍경은 지금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귀한 순간이었다.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었고, 그것을 확인하기엔 이 벚꽃길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