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찰이 품은 가을의 빛
출처: 한국관광공사 (예산 수덕사)
가을 산길에 들어서면 바람의 결이 다르게 다가온다.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은은한 소리를 내고, 그 소리에 발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진다.
붉게 물든 숲길은 마치 오래된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길 끝에는 고요한 사찰이 세월을 품은 채 서 있다.
수백 년의 역사와 전설을 간직한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담은 책과도 같다.
충남 예산 덕숭산 자락에 자리한 예산 10경 중 제1경인 ‘수덕사’가 바로 그곳이다.
출처: 예산군 (예산 수덕사)
수덕사는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안길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다.
덕숭산 남쪽 자락에 터를 잡고 있으며, 내포 지역 불교의 중심 사찰로서 오랜 세월 지역민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학계에서는 백제 위덕왕 시기인 6세기 무렵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며,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날까지 여러 차례 중건과 보수를 거듭해왔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예산 수덕사)
창건에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젊은 청년이 한 여인을 마음에 두고 혼인을 청했으나, 여인은 절을 세워야만 결혼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해진다.
청년이 마침내 사찰을 완공하고 손을 잡으려 하자, 그녀는 홀연히 사라지며 관세음보살의 현신임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다.
신비로운 설화와 함께 시작된 이 고찰은 이후 수많은 고승을 배출하며 한국 불교 선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예산 수덕사)
수덕사 경내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다채롭게 보존돼 있다. 고려 충렬왕 시기에 건립된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 지정된 목조 건축물로, 단아하면서도 웅장한 맞배지붕과 주심포 양식이 특징적이다.
노사나불 괘불탱과 묘법연화경은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인 삼층석탑과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칠층석탑도 눈길을 끈다.
경내에 자리한 근역성보관은 불교 유물을 수집·전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백제 시대부터 이어져 온 불교문화재 600여 점이 소장돼 있어, 시대별 불교의 흐름과 변화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근현대 미술의 거장 이응노 화백이 작품 활동을 펼친 초가집과 기념관, 그리고 다양한 불교 미술품을 전시하는 선미술관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여행객은 역사와 예술을 동시에 경험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예산 수덕사)
수덕사는 산과 계곡, 들판이 어우러진 덕숭산의 품 안에 자리하며,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려왔다.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사찰을 감싸며 한 폭의 산수화를 완성한다.
사찰은 완만한 구릉을 따라 석축을 세우고 가장 높은 곳에 대웅전을 배치하여 속세에서 불법으로 나아가는 상징적 길을 보여준다.
일주문을 지나 조인정사를 거쳐 대웅전에 다다르는 길은 여행자에게 한 편의 긴 서사를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템플스테이도 마련돼 있다. ‘천년 전 내 얼굴’이라는 이름의 선수련 프로그램, 마음을 쉬게 하는 ‘일 없는 일’ 휴식형, 직접 체험을 중심으로 한 ‘길 없는 길’ 프로그램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출처: 예산군 (예산 수덕사)
수덕사를 찾은 이들은 한결같이 ‘조용함’과 ‘평온함’을 이야기한다. 한 방문객은 아이들과 함께 걸어도 힘들지 않을 정도로 길이 완만하고 공기가 맑아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을 소중히 여겼다.
가족과 함께 찾은 이들은 어르신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으며, 산사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수덕사는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수덕사안길에 위치한다. 사찰 입구에는 소형차 250대, 대형버스 25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접근성이 좋다.
장애인을 위한 전용 주차공간도 여섯 면 준비돼 있으며, 요금은 절반 수준으로 할인된다.
출처: 예산군 (예산 수덕사)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 서비스도 제공해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다만 산사의 지형 특성상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어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좋다.
사찰의 종무소에서 방문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양한 체험형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성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며, 비용은 대체로 5만 원에서 12만 원 선이다.
천년 고찰 수덕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 예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가을빛에 물든 산사를 거닐다 보면, 잊고 있던 마음의 평온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