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주시 (경주 감포 전촌 용굴)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바위와 바다가 맞부딪치며 남긴 흔적은 오랜 세월을 담아낸 듯 웅장하다. 이곳에는 용이 드나들었다는 전설이 깃든 동굴이 자리해 있다.
여행객에게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출처: 경주시 (경주 감포 전촌 용굴)
경북 경주시 감포읍 전촌항 인근에는 파도와 시간이 빚어낸 해식동굴, ‘용굴’이 있다. 이곳은 사룡굴과 단용굴 두 곳으로 나뉘며, 각각 용의 전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사룡굴은 동서남북을 지키던 네 마리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단용굴은 마을을 수호하는 단 한 마리의 용이 머물렀다는 설화가 이어진다.
바다를 향해 열린 입구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통로는 마치 용이 오가던 길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 두 동굴은 ‘감포깍지길’ 제1구간과 제8구간에 포함되어 있어 스토리텔링 산책길의 중요한 경유지로 알려져 있다.
출처: 경주시 (경주 감포 전촌 해파랑길)
또한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 11구간을 걷다 보면 마주할 수 있는 명소로,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특별한 감흥을 준다.
과거에는 군사작전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던 곳이었으나, 해안 데크 산책로가 조성되면서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지금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걸으며 파도와 전설이 어우러진 풍경을 무료로 만끽할 수 있다.
출처: 경주시 (경주 감포 전촌 용굴)
용굴은 그 자체로도 경이롭지만, 겨울철 아침에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 동굴 틈새로 스며드는 햇살이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이들이 해마다 찾아와, 일출 명소로서의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사룡굴은 전촌항 공용주차장에서 출발해 해안 데크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어 접근이 무척 편리하다.
바로 옆에는 단용굴이 자리하지만, 이곳은 바위 위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에 다소 험한 편이다. 그러나 두 동굴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지형과 파도의 울림은 감포 해안을 대표하는 자연 유산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출처: 경주시 (경주 감포 전촌항)
용굴을 품은 전촌항은 단순한 항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2004년 어촌관광단지로 지정된 후, 2009년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주차장과 광장, 전망대, 산책로 등이 정비되며 관광 거점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전촌항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낮에는 평화롭고, 밤에는 방파제에 설치된 조명이 반짝이며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항구 입구에는 커다란 말 조형물이 서 있는데, ‘거마상’이라 불리는 이 조형물은 전촌항 일대의 역사와 관련 깊다.
출처: 경주시 (경주 감포 전촌항)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이 일대 산세가 마치 누운 말의 형국을 닮아 ‘거마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또한 신라 시대에는 병마가 주둔하던 곳이라 ‘거마장’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으며, 이는 인근 마을 이름으로 이어졌다.
전촌항 주변에는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전촌솔밭해변도 있어 산책과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항구와 바다, 그리고 용굴까지 이어지는 길은 모두 무료로 열려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감포의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경주의 감포 해안은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바람과 파도가 새긴 신비로운 이야기와 만나는 길이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용굴과 전촌항의 풍경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오래 머물게 한다.
자연이 들려주는 설화와 함께 바다의 시간을 따라 걷는 여정은, 감포를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